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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애니메이션 기대작 3편 미리보기 [4]
2003-01-17

기대작3 - <아크>

구원의 서, 미래의 묵시록

도시 전체를 짊어지는 거대한 로봇 방주, 이를 조종하는 성녀의 피와 함께 종족을 구원할 운명을 타고난 소녀. <아크>는 가상의 행성 알시온, 호전적인 스토리안과 그들의 침략에 저항하는 시비안이라는 두 종족의 갈등을 축으로 한 SF판타지다. ‘방주’란 뜻의 제목은 오랜 전쟁으로 황폐해진 땅으로부터 시비안을 보호하기 위해 건조됐다는 거대 로봇을 지칭하는 말. <아크>는 이 로봇을 둘러싼 싸움과 함께 미래 세계의 음울한 묵시록, 낯설고 웅장한 스펙터클로 청소년층 이상의 관객을 매혹시킬 법한 프로젝트다.

하지만 두 종족의 전쟁 한가운데에 휘말리는 여주인공 에머린스의 운명 못지않게, <아크>의 행보도 다사다난했다. 신씨네에서 제작 지원한 첫 데모 버전으로 제1회 멀티미디어컨텐트산업화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끈 게 97년. 당시 국산 애니메이션으로서는 드물게 100% 3D컴퓨터그래픽으로 장편을 만들겠다는 기획과 데모의 완성도는 호평을 받았으나, 제작 주체가 여러 번 바뀌는 산고를 겪었다. 컴퓨터게임을 비롯해 3D 작업으로 알려진 지금의 제작사 디지털드림스튜디오(이하 DDS)에 안착한 것은 99년 여름의 일이다.

그 무렵 곽재용 감독이 합류하고, 이후 2D애니메이션 경력자인 황효선 감독이 영입돼 2001년 10월 제작에 착수했다. 현재 2시간 남짓한 1차 편집본을 완성한 상태. 이미 공개된 <파이널 환타지>의 기술적 진경 이상은 아닐지라도, 바람에 춤추듯 일렁이는 꽃밭이나 거대 로봇의 육중한 동작에 분진이 이는 풍경, 폐허와 첨단의 디자인이 공존하는 미래 이미지의 편린들은 기대 이상으로 섬세하다. 에머린스의 탐스러운 머리칼, 양부 잘락의 주름 등 꼼꼼한 캐릭터 묘사도 국내 CG 표현력의 일진보를 보여준다.

순제작비 70억∼80억원 규모의 <아크>는, DDS와 오우삼의 레인보우스튜디오, 미국의 윌리엄 H. 모리스 에이전시 등이 공동 설립한 디지털 림의 투자로 제작됐다. 디지털 림이 한국 이외 지역의 배급권과 흥행수익의 50%를 갖는다는 조건. 오는 3월 초까지 95분 분량으로 가편집을 끝내면, 국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각색한 영어 더빙과 후반작업을 미국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1천개 극장을 목표로 한다는 미국 개봉에 이어 국내에서는 9월경 그 전모를 확인할 수 있다.

거대 로봇과 미래도시, 장편애니메이션으로는 보기 드문 규모의 3D 세계라는 게 강점. 잘락 역으로 확정된 제임스 우드 등 할리우드 연기자들의 목소리 캐스팅, 파라마운트 같은 메이저 배급망을 물색 중이라는 디지털 림의 지원사격은 해외 시장 진출에 유리한 발판. 로봇 및 캐릭터 피겨, DDS가 자체 제작 중인 RPG 게임처럼 3D 모델을 적극 활용한 부대사업도 발빠르게 진행 중이다.

아무래도 복잡하고 산만하게 느껴지기 십상인 스토리, 실사를 닮았지만 실사의 자연스러움에 못 미치는 3D ‘인간’ 캐릭터에 몰입하기 어렵다는 선입견도 여전한 부담이다. 더구나 기술적으로 탁월했지만 흥행에 실패한 <파이널 환타지>가 김을 빼버린 뒤라니. 국내에서는 관객층이 두텁지 않은 SF애니메이션이란 점과 어마어마한 제작비도 모험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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