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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애니메이션 기대작 3편 미리보기 [2]
2003-01-17

기대작 1 - <오세암>

산넘고 물건너 엄마 찾아서

“하늘처럼 생긴 물인데, 꼭 보리밭같이 움직여.” 앞을 못 보는 누나를 위해 아이다운 소우주에서 골라낸 말로 바다를 설명하는 소년. <오세암>은 엄마의 죽음을 모른 채 마냥 천진난만한 길손이와 그런 동생을 안쓰럽게 다독이는 가미 남매의 발걸음을 따라가는 서정적인 여행이다. 볏단을 실은 소달구지를 얻어 타기도 하고, 주홍빛으로 익은 홍시를 따는 아이들을 지나, 개울의 징검다리를 건너다 강아지를 잡아주겠다며 누나의 손을 놓고 달려가는 소년과 그 때문에 물에 빠지고도 결국 동생 걱정이 앞서는 소녀가 있는 동화. 부모를 잃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오누이의 성장기를 따뜻하게 품고, 우리네 산수를 빼어 닮은 담채화 톤으로 국산 애니메이션에서도 흔히 볼 수 없던 삶의 진경을 찾아가는 작품이다. 정채봉의 동명 베스트셀러가 원작.

약 2년 전 방영된 TV시리즈 <하얀 마음 백구>(이하 <백구>)의 제작진이 설립한 마고21의 첫 장편애니메이션이다. 가난을 딛고 밝게 살아가는 남매와 백구의 우정을 그려낸 <백구>를 기억한다면, <오세암>을 고른 이유를 짐작기 어렵지 않다. 차기작을 구상하던 이정호 대표가 우연히 원작을 읽고 성백엽 총감독에게 권한 게 2000년 10월 즈음. <백구>와 마찬가지로 한국적인 풍경과 색채를 고민할 수 있는 소재, 웃음과 눈물의 탄탄한 공감대를 끌어낼 법한 이야기에 만들기로 합의한 뒤, 바로 판권을 확보하고 캐릭터 개발과 설악산, 강원도 등지 헌팅을 시작했고, 2001년 말 제작에 들어갔다.

일본이나 미국과 차별화되는 한국적인 이미지를 그려내고자 했지만, 눈꼬리를 살짝 올린 캐릭터만 해도 표정이나 동작의 선을 찾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고. 신보창투에서 투자받은 제작비 9억원을 초과하면서 지난해 추석 이후 2달 정도 손을 놓아야 했던 위기도 있었다. 다행히 떨어져 나가는 사람 없이, 신보창투와 디스커버리가 6억원의 추가 투자를 결정하면서 원상복귀되긴 했지만. 현재 약 30분에 달하는 1장의 가편집과 가녹음을 마치고, 나머지 2, 3장을 제작하며 70% 정도 진행된 상태. 시행착오가 많았다지만, 붉은 단풍과 바위, 3D 리터치로 입체감을 준 냇물이 어우러진 자연, 단청과 사진 위에 덧그린 불화 같은 정교한 묘사가 돋보이는 산사 등 수려한 이미지는 풍부한 정감을 띤다. 훈훈하면서도 가슴 한구석이 짠하도록 쓸쓸한 남매의 여정이 과연 의도대로 폭넓은 관객을 만날 수 있을지는, 4월 말경에야 알 수 있을 듯.

탄탄한 원작, <하얀 마음 백구>에서 이미 웃고, 울릴 줄 아는 이야기의 기본기를 검증받은 제작진이 무기. 우리의 고유한 풍경과 색을 고심한 담채화풍 이미지도 눈길을 붙들어맨다. 순제작비 17억원으로 올해 개봉예정인 장편애니메이션 중에서도 가장 경제적인 규모. <집으로…>와 같은 감성이 통한다면, <오세암>의 승산도 기대해볼 만하다.

논의 중인 곳은 있지만, 아직 배급사를 정하지 못했다. 봉제인형이나 피규어 같은 캐릭터 상품, 게임 등 부대사업을 개발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도 상업적으로 취약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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