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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평론가들이 바라본 한국영화 6편 [4]
2003-01-30

생활의 발견

<뉴욕타임스>가 본 <생활의 발견>젊은 남자의 모호한 초상

<생활의 발견>은 날아가버린 사랑의 기회와 운명에 대한 침울하고도 생략법이 돋보이는 반영이다. “사람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면, 대개는 서로 흉내를 낼 것이다.”(에릭 호퍼) “대부분 행위의 부조리는 우리가 닮을 수 없는 대상을 흉내내는 것에서 나온다.”(새뮤얼 존슨) 영화는 수수께끼 같은 이 비문을 떠올리게 한다.

홍상수의 네 번째 장편영화인 <생활의 발견>은 모호하고 시무룩한 자아도취에 빠진 젊은 남자의 초상이다. 이 남자는 여성과 두 가지 패턴으로 관계를 맺는데, 처음에는 그가 여성을 거부하고, 다음에는 마치 이전 실수에 대한 보상이기라도 하듯 완전히 반대 양상을 보인다. 영어 제목 (회전문)는 주인공 경수가 영화 속에서 듣게 되는 두 번째 기회와 숙명에 대한 한국의 고대 설화이다.

경수는 잘생긴 무명배우로, 영화의 실패가 경수의 카리스마 부족 때문이라는 감독의 말을 들은 뒤, 크게 실망한다. 춘천에 놀러 오라는 선배의 권유로 경수는 서울을 떠나고, 서커스 단원이 꿈인 젊고 아름다운 무용 강사 명숙과 관계를 맺게 된다. 무딘가 하면 극도로 예민한 명숙은 역동적인 점화전이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거리낌없이 추구한다. 명숙은 경수와 첫 번째 성관계를 가진 뒤, 자신이 경수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명랑하게 선언한다. 그리고 무모하리만치 그의 애정을 졸라댄다.

영화는 방황하는 젊음의 혼란과 강렬함을 담고 있으며, 주인공의 감정 파장으로 관객을 유도하는 감수성으로 끝없는 사랑의 기회를 포착한다. 얄팍하고 가벼운 분위기가 날씨만큼 변덕을 부리는 영화 <생활의 발견>은 너무나 많은 선택이 오히려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고 가는 억제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경수는 뒤늦게야 그의 선배 역시 명숙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 갑작스레 서울로 돌아가려고 한다. 기차 안에서 경수는 영리하고 매력적인 선영을 만나게 되고, 그녀는 경수의 연극을 본 적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는 충동적으로 선영을 따라 내리고 집까지 뒤쫓는다. 경수와 선영이 성관계를 맺자 경수는 이제 따라다니는 사람이 된다. 선영이 운동권 출신의 나이 많은 교수와 결혼한 여자라는 사실을 말했음에도, 명수는 점쟁이에게 가보자고 조르고 점괘는 교훈적인 우화, 회전문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이 영화는 모호하고 자유롭게 떠다니는 불안감의 분위기를 전달한다. 배우 김상경의 침울한 연기는 버둥대는 자의 복잡한 심리상태를 잘 표현한다. 영화 후반부에서 경수는 어딘지도 모르는 데서 비를 흠뻑 맞은 주인 잃은 강아지마냥 선영을 기다린다.

<생활의 발견>에서 강렬한 누드 러브신만이 경수가 세상과 완전히 연결되어 있는 유일한 순간인 듯하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 그는 예상치도 못한 조루증(발기부진이 잘못 이해된 것으로 보임-편집자)으로 고통받고, 이 순간은 그와 세상과의 연결점이 결국은 보잘것없이 되리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다. (<뉴욕타임스> 2002. 10. 5. 스티븐 홀든) 발췌·정리 정민아/ 뉴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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