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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가 우리를 사로잡은 7가지 이유 [4]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의 띄어쓰기가 낳을 수 있는 다른 해석의 결과처럼 <개그콘서트>는 동작이나 상황보다는 끊임없이 말을 해체시키고 재결합하는 언어적 유희에 집중한다. ‘무사들의 대화’, ‘생활사투리’, ‘우비삼남매’, ‘우격다짐’ 등 <개그콘서트>의 많은 코너들이 “언어를 가지고 노는 코너”들이다.

“당신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습니다“란 표준어를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각각 “좋은 겅께 챙겨”, “오다 줏었다!”는 다른 식으로 표현한다는 ‘생활사투리’나,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발로 차! 발로 차!” “저 푸른 초원 위에, 교복을 벗고…” 식으로 서로 다른 노래의 구절을 이어붙임으로써 엉뚱한 뜻을 만드는 ‘도레미 삼총사’는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언어유희는 단순한 슬랩스틱코미디와는 달리 관객을 귀찮게 하는 부분이 있다. 얼마 전 새로 선보인 ‘우비삼남매’는 <개그콘서트>의 방향과 현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시험용 리트머스 같은 코너다. 애니메이션 <우비소년>에서 착상한 노란 비옷을 입은 박준형과 신인 여자개그맨 김다래, 권진영이 주변의 사물의 이름을 가지고 문장을 만들어내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아니면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내기 힘든’ 이 코너는 시청자들의 우려와는 달리, 제작진의 기대에 부응해, 비교적 안정된 시작을 보이고 있다.

권진영이 한쪽에서는 병을 들고 있고, 김다래가 다른 한쪽에서 절의 불상처럼 손가락을 동그랗게 만든다. 그리고 말한다. “우리의 개그는! ‘병’들고 ‘불상’한 개그”, “(자기들끼리) 우~와~” 팍 하는 터지는 웃음이 없고, 바로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도 여기저기 속출한다. 그때 박준형이 더듬더듬 조용히 말한다. “우리의 개그가 어렵나?” 하지만 “병!’들고 불상!한 개그”라고 한두번 설명하다가 포기하고 바로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버린다. 역시 권진영과 김다래가 ‘싸이’춤을 춘다. “우리의 개그는… ‘싸이’고 ‘싸이’는 개그…” 객석 반응은 여전하다. 김다래가 귀여워서 픽픽 웃는 남자관객도 있지만 박준형 말대로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모른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때 박준형이 흘리듯 말한다. “개그는 흘러가는데 아직 불상을 생각하고 있다니….”

그렇다. 그렇게 개그는 흘러간다. 한 반 박자 정도만 더 빨리 흘러간다. 누군가의 개인기가 아니라 이미 스스로의 구조에서 동력을 뿜어내는 유기체가 되어버린 <개그콘서트>. 대중보다 한발 빠른 흐름에 몸을 실고 가는 이 ‘말 많은 배’는 좀처럼 가라앉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얻고 생각해보자. <개그콘서트>의 유머가 웃기는가. 혹시 어젯밤 배꼽 잡고 웃은 <개그콘서트>의 유머를 다음날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주다가 ‘썰렁한 놈’ 취급을 받은 적은 없었던가. 설명하면 구차해져버리는 것. 그러나 그 속에 함께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 그것이 2003년 <개그콘서트>가 우리 뇌에 프로그래밍한 이상한 유머의 방식이다.글 백은하 luc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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