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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신인감독 출사표 - <빌리브>의 김용화 [8]
이영진 2003-02-14

너무 다르지만, 우리는 형제! | 출사표8 - <빌리브>의 김용화 감독

이러다 감독됐지요

유년 시절, 김용화(32)는 ‘태권소년 마루치’를 꿈꿨다. 소년체전에서 은메달을 딸 정도의 실력도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가자 “시합 나가서 몇분 만에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는 운동이 벅찼고 허무했다” 그렇다고 목표 없이 무데뽀 심산으로 책상머리에 앉을 순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뭘 하고 싶은 거지”라는 그의 화두는 소일거리로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각종 도색잡지 뭉치를 뒤지다 스르르 풀렸다.

한 영화잡지의 커버를 장식한 한 털북숭이 남자와의 운명적 조우.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였다. 당시에는 누군지도 몰랐던 그는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는 그의 허연 수염을 보고서 저 나이 먹도록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도전해볼 만한 일이구나” 여겨졌다. 하긴 그와 전혀 무관한 일도 아니었다. 영화광이었던 아버지 손잡고 춘천의 신도극장과 육림극장을 오가던 시절의 흥분, 운동하면서도 짬짬이 액션영화들을 섭렵해가던 순간의 짜릿함이 떠올랐다. “그래, 이거다!”

1991년 중앙대 영화학과에 입학, 그러나 부푼 꿈은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부모님이 몸져 누우신 탓에 직접 생활고를 해결해야 했던 그는 “채석장에서 돌깨고 목욕탕에 면도기 팔고 등의 험한 일을 시작으로 생선 도매업까지 5년 넘게” 원치 않은 생업에 종사해야 했다. 그동안 영화에의 목마름은 브라이언 드 팔마, 마이클 만 등 평소 손에 꼽는 감독들의 영화를 비디오로 반복해서 보는 ‘야간 보충수업’으로 부족하나마 대신했다. “더이상 늦으면 학교에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이 그를 캠퍼스로 들이민 것이 98년. 어시장에서 일하는 한 청년이 어머니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급기야 사지나 다름없는 곳에 뛰어든다는 내용의 단편 <자반고등어>를 내놓은 이후 단출한 필모그래피에도 불구하고 “공부는 영화 찍으면서 해도 된다”는 이광모 감독의 손에 이끌려 영화사 백두대간에서 스릴러 <오르페우스>의 시나리오를 쓰는 등 2년 동안 데뷔 준비를 해왔다.

그러다 생각해보니

김용화 감독 스스로도 <빌리브>를 첫 연출작으로 택할 줄은 몰랐다. “첫 작품은 무조건 스릴러”라고 못 박았던데다 “어떤 이야기든 시나리오를 쓰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어두운 분위기로 빠지는 탓에” 이미 파국으로 치달은 가족관계를 회복하게 되는 휴먼드라마가 처음에는 낯설기 그지없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밝고 따뜻한 이야기를 첫 작품으로 가자”, “네가 잘하는 것도 오히려 휴먼드라마다”라는 김용운 매쉬필름 대표의 요구를 수용한 셈.

하지만 파국에 직면하는 한 가족의 비극적 결말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자반고등어>의 비극적 정서가 <빌리브>와 상극이라고 볼 순 없다. 김용화 감독은 “좀처럼 묶일 수 없는 두 형제가 가족애를 느끼게 되는 과정이 코믹하고 경쾌한 톤으로 그려지지만, 그 이면에는 파괴되거나 결핍상태의 가족에 대한 비애감이 대조적으로 서려 있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할랍니다

드라마라고 해서 김용화 감독은 관조 스타일의 얌전한 카메라를 고집하진 않을 생각. 할리우드 드라마 스타일처럼 관객이 카메라의 움직임과 함께 인물들에 곧바로 개입해 들어갈 수 있도록 과감한 시점 숏도 사용할 예정이다. 관객이 무엇을 보고 싶어하는지를 집어내서 에두르지 않고 스피디하게 제시하겠다는 의도다. 3월18일 크랭크인을 앞두고 배우들과 함께 워크숍을 다녀온 제작진의 걱정은 프리 프로덕션 기간이 다소 짧다는 것. 하지만 김용화 감독은 전체 극을 이끌어가는 이정재, 이범수 두 배우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시놉시스를 썼을 때부터 봉구 역으로 점찍은 이범수는 일찌감치 출연을 결정한데다 짬만 나면 전화해서 어떻게 되고 있냐고 괴롭혔을 정도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 봉구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상우의 모습을 작위적이지 않게 보여줘야 하는 이정재는 최근 합류했지만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놓는 성실한 스타일이라 별로 문제될 게 없다고. <빌리브>는 KM컬쳐가 매쉬필름과 함께 제작하고, 순제작비 23억원을 책임진다. 글 이영진 anti@hani.co.kr·사진 조석환 sky0105@hani.co.kr ·일러스트레이션 김성희

<빌리브>는 어떤 영화? 한국판 코믹 <레인맨>?

상우(이정재)는 흥신소에서 불륜 남녀를 뒤쫓는 파파라치. 증오하던 아버지가 죽자 외려 곤란에 처한다. 불법행위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성질 사나운 정 반장에게 상납해야 할 통장의 돈이 아버지가 남긴 빚 때문에 빠져나갔기 때문. 상우는 채무를 면하기 위해 아버지의 ‘젊은’ 여자를 찾지만,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그녀의 종적을 밝혀줄 유일한 이는 12살 먹은 이복동생 봉구(이범수). 그러나 상우는 조로증(早老症)으로 인해 30대 중반의 외모에 또래보다 정신발달은 더딘 봉구를 만나고서 기겁한다. 정 반장의 위협에 상우는 아버지가 예치해둔 기백만원의 예탁금을 차지하기 위해 일단 봉구의 보호자를 자청하지만, 피붙이를 알아본 봉구는 찰거머리처럼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제작사 매쉬필름, KM컬쳐 출연 이정재, 이범수 (3월18일 크랭크인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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