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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신인감독 출사표 - <오! 해피데이> 윤학열 [3]
김현정 2003-02-14

로맨틱 코미디? 가족이 있는 풍경! | 출사표3 - <오! 해피데이> 윤학열 감독

이러다 감독됐지요

사람들은 ‘세 번째’라는 단어에 유독 민감하다. 세 번째 만남, 세 번째 기회, 세 번째 실패는 왠지 마지막이 될 것만 같아 꼭 붙잡거나 훌훌 털어버리고 싶어진다. 윤학열 감독은 십년 넘는 세월 동안 영화를 탐내다가 그 세 번째 기회에 몸을 던진 사람이다. 이야기하는 재능을 타고나 작가가 됐다고 말하는 그는 희곡과 방송, 시나리오 작가로 경력을 쌓아오면서도

“어린 마음에 멋있어 보였던” 감독이 될 기회를 노려왔다. 선우완 감독과의 작업이 첫 번째, 원안을 쓴 <블루>가 두 번째. 기약없이 미뤄지는 일정 때문에 떠나보내야 했던 두번의 기회가 지나고, 마침내 세 번째 <오! 해피데이>가 왔다. 그리고 “이번에 놓치면 영영 영화를 못할 것 같아” 두 아이의 아빠 윤학열은 나이 서른여덟에 감독이 됐다.

극작과를 다닌 그가, 결혼하면서 “작가의 아내가 되게 해주겠다”고 장담한 그가, 영화를 마음에 담게 된 것은 주변 사람들 덕분이었다. 왕십리 호프집에 데리고 가서 유학을 떠나라고 말했던 강한섭 교수, 동고동락하면서 정을 쌓은 후배 장항준 감독, 주옥같은 충고들을 들려주다 데뷔작까지 안겨준 황기성사단의 황기성 사장 등이 그에겐 친절한 교과서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그들보다도 더 큰 목소리를 낸 건 그의 마음속 회한이었다. “10년 동안 일하면서 2주 남짓 쉰 것 같다. 지금 내게 무엇이 남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꿈이 있어야 살 수 있나 보다.” 좋은 꿈이든 나쁜 꿈이든 언제나 그에겐 꿈이었다는 영화. 윤학열 감독은 아내에게 했던 약속을 지켰고, 이젠 또 다른 약속을 지킬 차례다.

그러다 생각해보니

윤학열 감독은 한때 “인생을 몰라서 블랙코미디만 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현실을 비판하려고만 들었던 그는 아이를 낳으면서 아버지들의 숨은 마음을 알게 됐고, 뇌성마비 어린아이들의 운동회에 갔다가 골프화와 떨어져가는 운동화를 신은 각기 다른 아버지들이, 웃는 모습만은 하나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오! 해피데이>는 변해가는 그에게 로맨틱코미디라기보다 똘똘 뭉친 가족들의 코미디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 영화사가 건넨 시놉시스는 서른 넘은 노처녀가 결혼하기 위해서 돌진하는 이야기.

작가이기도 한 감독의 손을 거치면서 <오! 해피데이>는 못 나가는 세 여자친구와 봉천동에 붙박고 사는 서민가족의 이야기로 재생산됐다. “로맨틱코미디엔 연인만 있고 부모도 형제자매도 없는 게 항상 이상했다. 누구나 어려울 땐 가족을 찾지 않나. 내겐 아내가 동지와도 같은데.”

“사는 건 재미없으니까 영화라도 재미있어야” 한다고 믿는 윤학열 감독은 그 믿음과는 정반대로, 사는 일 속에서 재미를 찾는 “정말 일어날 수 있는” 코미디이기 때문에 <오! 해피데이>를 첫 번째 영화로 선택했다.

이렇게 할랍니다

어떻게 하면 새로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윤학열 감독은 제작자 황기성 사장의 한마디에서 해답을 찾았다. “한척을 바꾸기 위해선 한치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 그가 찾은 <오! 해피데이>의 한치는 스스로 ‘휴먼코미디’라고 정의하는 끈끈한 애정이다. 완벽한 남자와 착한 여자를 맺어주는 과정보단 실연당한 딸을 붙들고 함께 엉엉 우는 아버지의 정, 구박만 하다가도 언니를 위해 얄팍한 통장까지 내주는 동생의 정,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시간날 때마다 책을 읽어 녹음하는 젊은 성우의 따뜻한 마음을 봐달라는 것. “건강하고 착하고 남모르는 슬픔도 있어 보이는, 내가 생각했던 캐릭터에 꼭 맞는 배우” 장나라를 캐스팅할 때도 그는 이런 점을 강조해서 성공할 수 있었다. 장항선과 김해숙, 김수미 등이 든든하게 포진한 <오! 해피데이>는 코미디를 무척 좋아하는 윤학열 감독이 “사람냄새나는 코미디”로 만들겠다고 굳게 마음먹은 영화다.글 김현정 parady@hani.co.kr·사진 조석환 sky0105@hani.co.kr

<오! 해피데이>는 어떤 영화? 결혼하고파, 그 남자와!

스물네살 처녀 공희지(장나라)는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본 사물이 웨딩드레스였다. 운명처럼 행복한 결혼을 갈구하게 된 그녀는 잘생기고 똑똑한 외국계 여행사 팀장 현준(박정철)에게 첫눈에 반한 뒤 그의 다이어리를 훔쳐 추적을 시작한다. 여행사 안티사이트를 만들고, 리조트가 들어설 갯벌에서 환경보호시위를 하고, 현준이 가입한 래프팅 동호회의 신입회원이 된 희지. 그녀는 갓난아이를 사이에 두고 결혼식 사진을 찍은 부모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맹렬하게 현준을 뒤쫓는다.●●● 제작사 황기성사단 출연 장나라, 박정철·촬영중(5월 개봉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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