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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신인감독 출사표 - <4인용 식탁>의 이수연 [2]
문석 2003-02-14

죽은 아이들을 위한 만찬 | 출사표2 - 의 이수연 감독

이러다 감독됐지요

이수연(32) 감독은 행동파다. 뭔가를 가만히 보기만 하는 건 그녀의 몫이 아니다. 잘하든 못하든 직접 해야 한다. 중학교 때부터 영화를 하겠다고 마음을 굳힌 사정도 비슷하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차츰 영화가 좋아졌다. 책 귀퉁이에 그림을 그려 후루룩 넘겨보는 초보 애니메이션일지라도 내 손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런 그이다보니 대학 시절 “영화는 안 만들고 사회과학 토론부터 하는” 영화 동아리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건 당연한 일. 대신 대학 1학년 때 한 단체에서 개최한 8mm 영화강좌를 들었고, 아르바이트한 돈을 쏟아부어 장만한 8mm 카메라로 아마추어영화 몇편도 찍었다.

그녀의 열정은 졸업 무렵 기막힌 우연으로 이어졌다. 어디선가 스크립터를 모집한다는 소문을 들은 “친구 하숙집의 옆방 언니의 친구”가 대학 4년 내내 “평생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부르짖었던 ‘친구 하숙집 옆방 동생의 친구’인 이수연 감독을 떠올린 것. 이렇게 이준익 감독의 <키드캅>에 참여했지만 충분치 못한 여건 속에 있던 당시의 충무로에서 그녀는 만족을 찾지 못했다. 그뒤 4년 동안은 세곳의 학교를 오가는 ‘기구한’ 나날을 맞게 된다. 영화 만들기를 본격적으로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1995년 중앙대 대학원 실기과정에 들어간 그녀는 그곳에서 1년을 다녔지만 등록금 조달이 어려워 휴학했고, 학비가 저렴한 영화아카데미에 13기로 입학했다. 아카데미 졸업작품을 찍으면서 중앙대 대학원까지 수료한 뒤엔 “최신 카메라를 써보겠다는 욕심으로” 98년 1년 동안 영상원에서 조교로 지내기도(카메라는 늘 대여 중이라 만지지도 못했지만) 했다. 지름길이 아닌 우회로였지만, 이 세월 동안 <물안경>(2000)을 비롯해 5편의 중·단편영화를 만들 수 있었기에 데뷔 준비만큼은 충실히 한 셈이 됐다.

그러다 생각해보니

은 98년 영상원 조교 시절 쓴 시나리오다. 이 영화는 이수연 감독이 그해 8월의 어느 날 지하철에서 맞닥뜨린 하나의 이미지에서 시작됐다. 그녀 맞은편 자리와 옆자리에는 각각 아이가 잠을 자고 있었는데, 이상한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 “아이들이 숨을 안 쉬는 것 같았다. 놀라서 급히 깨웠는데, 왜 깨우냐며 신경질을 내더라.” 아무 일도 아니었지만, 아이들이 죽은 듯 자고 있던 그 순간의 이미지는 이상하게 뇌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공상에 공상을 거듭하던 중 아이들이 식탁에 앉아 있는 그림이 떠올랐고, IMF를 맞아 고아들이 폭증한다는 이야기도 얽혀들었다. 먹고살기 어렵다는 이유로 자기 아이를 내다버리는 당시의 비정한 풍경은 “지나치게 신성시되는 가족애와 신화화된 모성애를 반박하는 여지없는 증거”로 보였다. 여기에 감독 본인의 당시 처지가 개입됐다.

“사람들은 일생 동안 여러 단계의 성장이라는 관문을 거쳐야 한다. 나 역시 30대라는 고개를 넘던 시점이었다. 이 영화는 과거의 어떤 결락 때문에 성장단계를 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며, 이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과거의 생채기를 인정하는 것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이렇게 할랍니다

지난해 10월 크랭크인해 현재 몇 차례의 촬영만을 남겨놓고 있는 에 관해 이수연 감독은 “호러영화라기보다는 호러적인 요소가 더러 있는 드라마”라고 표현한다. 두명의 주인공이 아이들의 귀신을 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내적으로 연결되지만, 귀신 이야기나 엽기적인 장면으로 쇼킹한 분위기를 연출하진 않는다는 것. 그렇다고 <식스 센스>나 <디 아더스>류의 분위기도 아니라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다만 “한 장면도 매끈하거나 드라이하게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감독의 이야기처럼 블리치 바이 패스 등의 기술을 통해 이미지의 텍스처가 살아 있고 질척한 느낌을 부여하려고 노력 중이다. 또 보는 이에 따라 표정이 다를 수 있도록 할 생각. 이야기 표면만을 따라가도 흥미롭게 볼 수 있지만,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와 장면의 이면을 읽어내리는 것도 재밌을 수 있다는 게 이수연 감독의 이야기다. 전지현과 박신양 주연의 은 5월 개봉예정이다. 글 문석 ssoony@hani.co.kr·사진제공 영화사 봄

은 어떤 영화? 지워진 과거와의 조우

결혼을 앞두고 있는 정원(박신양)은 어느 날 지하철에서 버려진 아이들의 주검을 보게 된다. 그리고 얼마 뒤, 미리 마련한 신혼집에서 그는 죽은 아이들의 귀신이 식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본다. 그 와중 그는 자기 아이를 죽였다는 멍에를 쓰고 있는 연(전지현)을 알게 된다. 그는 연 또한 아이들의 귀신을 본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에게 도움을 청한다. 연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정원은 지워졌던 자신의 무서운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제작사 영화사 봄·싸이더스HQ 출연 전지현, 박신양 촬영중(5월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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