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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2003,<갱스 오브 뉴욕>은 이렇게 태어났다 [5]

2001년 1월 @ 로마 숙소

물론 파스타는 너무 맛있고, 로마 남자들은 기절할만큼 멋있고 친절하다. 그러나 촬영이 예상보다 자꾸 늦어진다. 엄마가 보고 싶다. 집이 그립다. - 카메론 디아즈(배우)

2001년 2월 @ 치네치타

스코시즈는 이 엄청난 규모의 대군을 이끄는 장군이다. 그는 늘 굽이진 골목에 들어찬 수백명의 이탈리아 엑스트라들 사이로 골프 카트를 패튼 장군의 백마라도 되는 양 몰고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의상 담당자들 앞에 잠시 멈춰서서 의상에 흙을 정확히 얼마나 묻혀야 하는지 꼼꼼히 설명한다. - 이탈리아 목격자

2001년 3월 @ 치네치타

촬영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레오가 마지막 싸움신을 연습해 보길 바랐다. 결국 우리는 카메라도 안 돌아가는데 진흙탕에서 뒹굴면서 서로에게 지칠 때까지 팔을 휘두르고 있었다. 정말 녹다운이 될 정도였다. “<디스 보이스 라이프>의 그 소년을 기억하세요? 이놈은 더이상 그 소년이 아니에요!” 그나저나 그동안 운동을 해왔기에 망정이지…. - 대니얼 데이 루이스(배우)

2001년 3월 @ 치네치타

촬영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제작비가 애초 책정했던 8400만달러에서 1억달러 가까이 늘어나면서 미라맥스는 점점 강하게 제작진을 압박해오는 것 같았다. 특히 촬영 마지막주, 내가 세트장을 방문했을 때 마티에게 가해지는 제작사의 압력은 정말 대단했다. 심지어 대니얼과 레오가 마지막 대결을 벌이는 장면을 찍고 있는데 스튜디오쪽은 필요한 컷을 다 찍기도 전에 촬영을 모두 접을 것을 요구했다. “이제 됐어! 이제 그만해요.” 마치 가동 중인 전기청소기의 플러그를 뽑는 것처럼. 결국 몇컷은 편집 중에 뉴욕에서 찍은 뒤 보충해야만 했다. - 제이 콕스(시나리오 작가)

Re_ 제이, 영화를 시작할 때부터 나는 알았잖아. 악마와 손을 잡고 왈츠를 추게 될거라는 것을. - 녹초 마티

2001년 3월30일

어쨌든 촬영은 종료되었다. 계획보다 8주가 늦은 셈이다. - 전원일동

2001년9월11일~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무너져서 개봉 연기, 앗싸!

2001년 9월11일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무너졌다. 잠시 모든 일에서 손을 놓았다. - 마틴 스코시즈(감독)

2001년 12월25일

9·11 이후 소방관이 폭동에 참여한다는 내용이나 이렇게 잔인한 영화를 개봉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좋지 않다는 판단하에 영화의 개봉이 내년 크리스마스로 연기되었다. 아! 세상은 내 편이 아니다. - 하비 웨인스타인(제작자)

Re_ 야호! 세상은 내 편이다! - 기세등등 마티

2002년 10월

오랫동안 마티와 작업해왔지만 이런 식의 편집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개인사와 역사의 균형을 맞춘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느꼈다. 이중 초반 전투신과 후반 징병 폭동신은 가장 큰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초반 전투신에서 마티는 각기 다른 스피드로 찍은 화면을 이어붙이는 몽타주 실험을 해보고 싶어했다. 우리는 무슨 구두 만드는 장인처럼 편집을 하고 있었다. 그런 중 편집실에 ‘가위손 하비’가 나타났다. 그는 3시간이 넘는 영화를 단박에 정상적인 영화로 만들어버렸다. - 델마 슌메이커(편집)

2001년 12월 @ 뉴욕

개봉을 앞두고 다 지나서 하는 말이 아니라 나와 마티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는 모두 엄청나게 과장된 거다. 나는 완벽주의자를 상대해야 했다. 마티가 원하는 걸 최대한 들어주면서도 한편으로 무일푼이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쳤던 것이다. - 하비 웨인스타인(제작자)

Re_ 사실 아주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감독과 제작사 사이에 제작비와 개봉일을 놓고 그런 갈등이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하겠지. 하지만 마틴 스코시즈란 사람은 자신의 작품을 놓고 타협하느니 천천히 죽어가는 쪽을 택할 사람이다. - 추종자 레오

2002년 1월 @ LA 골든글로브상 시상식

감독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다.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Dream comes true)는 말이 클리셰인 건 이 말이 사실이기 때문일 거다. - 마틴 스코시즈(감독)백은하 lucie@hani.co.kr

<갱스 오브 뉴욕>은 <버라이어티>에 광고를 게재한 뒤 25년 만인, 지난 2002년 12월20일에 마침내 세상과 만나게 되었다. 물론 2시간44분이라는 만만치 않은 런닝타임으로 자국 내 흥행은 제작진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었지만 지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오는 3월23일 열리는 아카데미시상식에 감독상, 남우주연상(대니얼 데이 루이스), 각본상, 촬영상등 총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면서 이들의 명예는 배고픔을 잊을 수 있었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공간에 대한 근원적인 호기심과 사랑으로 충만했던 한 젊은 감독의 꿈이 그저 희미한 옛사랑의 추억으로만 남겨지지 않은 건, 비단 청년의 끈질긴 순정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소리없는 조력자들의 땀으로 놓인 다리를 통해, 사랑은 그렇게 복원되고, 꿈은 그렇게 이루어지며, 영화는 그렇게 완성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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