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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리로디드>에 대한 6가지 힌트 [3]
박은영 2003-02-28

4. 조엘 실버는 어떻게 두 속편을 동시에 제작했나

<매트릭스>는 처음부터 3부작으로 기획됐다. ‘매트릭스’의 세계가 워낙 복잡하고 심오하기 때문에 그 공간과 인물을 소개하는 데 1편을 할애하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위해 적어도 두편은 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워쇼스키 형제의 구상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두편을 동시에 만들고 싶어했다. 비슷한 이야기의 변주 또는 확대로서의 속편이 아니라, 하나의 긴 이야기를 반으로 잘라내 연이어 소개하는 연속극의 개념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위험천만한 아이디어에 날개를 달아준 이가 조엘 실버다. “<매트릭스> 시리즈는 그렇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미 그렇게 디자인된 작품이니까.”

전세계 극장가에서 5억2천만달러를 벌어들이고 DVD 시대 최초의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1편의 흥행에 힘입어, 2편과 3편은 워너브러더스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순항을 시작할 수 있었다. 워너가 두 속편에 쏟아부은 제작비는 3억원 규모. 2001년 3월부터 2002년 7월까지 캘리포니아와 시드니의 폭스스튜디오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300일 가까운 그 긴 촬영기간 동안 ‘내우외환’도 없지 않았다. 새로운 캐릭터 중 하나인 지 역의 알리야가 비행기 사고로, 오라클 역의 글로리아 포스터가 당뇨병으로 운명을 달리했고, 이어 9·11 사건도 터졌다. 조엘 실버가 “작품을 완성한다는 것, 그게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할 만하다.

2002년 크리스마스 개봉예정이던 2편과 2003년 여름 개봉예정이던 3편은 후반작업의 지연으로 각기 반년씩 개봉이 늦춰졌다(2편은 미국에서 5월15일에, 3편은 11월에 개봉한다). 특수효과가 동원되는 컷이 모두 2500개(1편에선 412컷에 불과했다)에 이르기 때문이다. 개봉 일정이 늦어지긴 했지만, 두 작품을 6개월의 시차를 두고 연달아 공개한다는 계획엔 차질이 없다. “2편을 보고나면 오래 기다리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장담하는 조엘 실버는 그 호기심 많고 인내심 부족한 관객을 위해 단편애니메이션과 비디오게임까지 내놓는다.

5. 네오는 어떻게 100명의 스미스 요원과 싸우는가

네오가 막강해졌지만, 스미스 요원도 만만치 않다. 2편에서 스미스 요원은 자기 자신을

바이러스처럼 복제해 네오에게 떼로 덤벼든다. 이는 지난 1월 말 슈퍼볼 시즌에 공개된 트레일러에서 가장 돋보였던 장면. 무려 100명의 스미스 요원이 똬리를 틀었다 풀면서 마구잡이로 덤벼들자, 그들에게 엄청난 속도로 주먹을 날려대는 ‘슈퍼맨’ 네오. 빠르고, 강하고, 우아하기까지 하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 하나. 이 100명의 스미스 요원 중에 진짜 휴고 위빙은 단 하나다. 생김새도 똑같고 표정과 동작도 자연스러운 나머지 99명은 모두 가짜란 얘기다.

트리니티의 우아한 공중 발차기와 네오의 총알 피하기 장면은 <매트릭스>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됐고, <슈렉> <미녀 삼총사> <무서운 영화> 등에 패러디되기도 했다. 카메라가 총알의 속도를 따라잡는 듯 보이는 효과인 ‘불릿 타임’은 그렇게 ‘구시대의 유물’이 돼버린 것이다. 이에 존 게타가 이끄는 시각효과팀은 ‘버추얼 시네마토크래피’라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물리적으로 촬영이 불가능한 장면을, 인물이나 사물을 디지털화해 구성하는 기술로, 고해상 디지털카메라로 기록한 배우의 동작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해 이미지를 재창조하는 것이다. 이는 네오가 100명의 스미스 요원과 싸우는 장면은 물론, 시속 3200km로 하늘을 날아가는 장면 등을 만들어내는 데 동원됐다. 실사 소스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낸 셈이다.

“무엇이 허상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분간하기 힘든 장면들이 많을 것이다. 관객이 크게 혼란스러워할 것 같다.” 시각효과 책임자인 존 게타는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어낸 데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 이는 조엘 실버도 마찬가지. 그는 이번 신기술만은 쉽사리 카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물론 언젠간 따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아니다. 이건 상당한 돈과 시간이 드는 작업이다.” 실제로 버추얼 시네마토그래피를 비롯한 <매트릭스> 속편의 특수효과는 7개의 특수효과 하우스가 3년을 투자한 결과물이다.

6. 워쇼스키 형제는 왜 고속도로를 건설했나

슈퍼볼 트레일러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또 다른 장면. 바로 달리는 차량 사이로 벌어지는 추격전이다. 트리니티의 오토바이가 차들이 달리는 반대 방향으로 위험천만한 질주를 하고 있고, 스미스 요원이 달리는 차들을 맥주캔처럼 뭉개면서 뒤쫓고 있다. 이 장면을 두고 팬들은 “4시간 넘도록 지루한 슈퍼볼 경기를 지켜본 보람을 느꼈다”며 흥분하고 있다.

이 역동적이고 위협적인 도로 추격신은 영화에서 대략 15분을 차지한다. 키메이커를 현실세계로 데리고 나오기 위해 가장 가까운 출구(이번에도 전화다!)를 찾아 도로를 달려나가는 매우 급박한 상황. 게다가 도로는 운전자를 가장한 요원들이 진을 치고 있는 곳으로, 매트릭스 안에서 가장 위험한 공간이다. 예측불허의 순간에 요원들이 출몰해 가공할 속도와 힘으로 몰아붙이는 이 장면은 2편의 ‘클라이맥스’로 회자될 전망이다.

이 도로에선 무수한 차량이 부딪치고 부서져야 했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음산한 폐허의 느낌이 나야 했다. 온갖 장소를 수소만하고도 원하는 곳을 발견하지 못한 워쇼스키 형제의 결론은 간선도로 하나를 새로 짓는 일이었다. 건설 관계자들까지 고개를 내저었지만, 이들은 결국 캘리포니아 남부 알라메다 지역에 3.2km 길이의 간선도로 세트를 지었다. 240만달러의 비싼 세트였다.

“당신이 상상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조엘 실버가 자신하는 것을 보면, 영화촬영을 위해 도로를 낸다는, 무모해 보이던 그 시도가 결국엔 최선의 결과를 낳은 모양이다. 존 게타는 이 장면을 “클래식 워쇼스키 슈퍼 스타일 액션”이라고 설명한다. “슈퍼 파워를 지닌 캐릭터들의 추격신은 다이내믹함, 그 이상을 보여준다. 적은 강력하고, 또 신출귀몰한다. 차량을 파괴하면서 돌진하는 적의 위용에선 워쇼스키 형제 특유의 만화적 감성과 스타일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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