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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5일 폐막한 제5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6]
최수임 2003-02-28

"난민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알고 싶었다"

<이 세상에서>로 황금곰상 받은 마이클 윈터보텀 인터뷰

마이클 윈터보텀은 종종 ‘우리’라는 주어를 사용했다. 그에게 영화는 혼자 만드는 무엇이 아니었다. 대여섯명의 스탭이 미니버스를 타고 움직이며 만들어낸, 파키스탄에서 런던에 이르는 길의 영화, <이 세상에서>는 특히나 그에게 ‘함께’한 그 무엇이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파키스탄으로 이미 실제로 ‘이주’를 한 ‘자말’(실제 이름과 극중 이름이 같다), 그리고 ‘에니얏’과 함께 육로로 런던까지 갔던 길. 거의 다큐에 가까운 픽션인 이 영화에서 윈터보텀은 아름다운 길이 아닌, 아이를 사람을 다치게 하고 죽이는 길을 고발한다. 그래도 그 길을 가야만 하게 아이의 등을 떠미는 현실을 고발한다.

전작 <웰컴 투 사라예보>와 이 작품을 비교한다면.

→ 근본적으로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웰컴 투 사라예보>에서 나는 보스니아의 현실을 다루었고, <이 세상에서>는 런던 내지는 유럽 전반에서 증가하고 있는 이주민들의 문제를 다루었다.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는 지금 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현실에 대해 많은 정치가들은 잘못된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난민들에게 정말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나는 알고 싶었다. 그것이 이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이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로드무비를 찍고 싶기도 했다. 나는 이 영화를 만들면서 그들이 하는 여행의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기록하고자 했다.

두 주인공 캐릭터에 대해 말해달라. 어떻게 그들을 캐스팅했는지.

<이 세상에서>

→ 영화를 찍기 전인 2001년 11월에 시나리오 작가 토니 그리소니와 함께 파키스탄의 파샤라는 지역에 있는 난민캠프에 갔다. 그곳에는 수많은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살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 난민들을 찾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우리는 우리와 영화를 찍을 용의가 있으며 의사소통을 위해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구하고자 했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찾아낸 사람들은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우선 우리는 실제로도 여행사 직원이면서 나중에 영화에서도 여행사 직원을 연기하게 된 이므란 파라차를 알게 됐고, 12살 때 아프가니스탄에서 캠프로 이주해온 자말을 만났다. 자말은 어린 나이에 난민이 되었고 한번의 이주 경험에서 살아남은 아이였다. 이미 이주의 경험이 있고 그 여행을 통해 살아남았다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는 영어를 하는 능력보다 더 중요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영화는 픽션이다. 우리는 연기를 할 사람들을 찾았고, 이야기를 수집해 픽션을 구성했으니까.

<이 세상에서>라는 제목은 어떻게 지었는가.

→ 우리는 여러 가지 제목을 고려했다. 영화를 찍을 당시에 우리는 이 영화를 하나의 다큐멘터리로 에이전시에 팔아야 했기 때문에 그것에 어울릴 만한 제목을 구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말이 런던에 도착해 부모에게 전화하는 장면을 찍을 때, 그가 전화기에 대고 한 말에서 우리는 이 제목을 얻게 되었다. 자말이 제목 짓는 것을 도운 셈이다. 자말은 런던으로 오는 길에 그의 사촌 형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전화에서 하는데, 처음에 우리는 그가 한 말을 그냥 ‘그가 죽었다’라고 번역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는 “그는 더이상 이 세상에 없어요”라고 말했고, 그것이 제목이 되었다.

블레어, 부시, 빈 라덴 등이 나온 신문이 영화에 보이던데, 의도적으로 삽입한 것인가, 아니면 우연히 찍힌 것인가.

→ 영화에 나오는 모든 것은 다 그곳에 있어서 우연히 찍힌 것이다.

난민에 대해 당신은 어떤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하는가.

→ 경제적인 이유로 자신의 나라를 떠나는 사람들을, 유럽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지난해에 유럽에 이들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과 비교한다면 미국의 역사는 이주민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미국은 이주민들과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였다. 유럽은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영화로 나는 아주 조금만이라도 그러한 태도에 변화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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