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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명 프로듀서 3인전(傳)-조엘 실버 [3]

블록버스터의 달인

<다이하드> <매트릭스> 시리즈 제작자 조엘 실버(Joel Silver)

“난 예술을 하려고 영화를 시작한 게 아니다. 예술품을 살 돈을 벌려고 영화를 한다.” 조엘 실버는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언젠가 빈정대며 뱉은 말 그대로 이 사내는 영화로 번 돈을 값비싼 예술품을 수집하는 데 썼다. 현대 건축의 대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지은 집 두채와 무게만 20t인 리처드 세라의 철근 조각품이 실버의 대표적인 소장품이다.

“정치적 올바름을 잣대로 시비를 거는 저널리스트들에게 <시계태엽장치 오렌지>처럼 눈에 이쑤시개를 박아서 프레스턴 스터지스의 영화 <설리반의 여행>을 보도록 만들었으면 싶다. <설리반의 여행>에선 사회적 의식이 있는 영화를 만들려던 주인공이 현실세계에서 사람들에게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편이 훨씬 할말이 많다는 걸 깨닫는다.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일이 잘못된 일이 아니란 걸 깨닫는다. 그게 바로 내가 하는 일이다.” 실버는 엔터테인먼트를 제작하는 사람이다. 스필버그가 너무 상업적인 영화를 만들었다고 죄의식을 갖는 현실을 개탄하는 이 사내는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 30편 넘는 작품의 총수입이 30억달러를 넘는다고 자랑하길 좋아한다. <리쎌 웨폰> <다이 하드> <매트릭스> 시리즈가 그가 발견한 금광이다.

영화제작 전 과정을 궤뚫다

“영화는 10분마다 액션 비트를 넣어줘야 된다.” 실버는 스스로 ‘왬모 차트’(Whammo Chart)라고 이름 붙인, 액션영화 제작에 관한 이론을 갖고 있다. 겹겹이 쌓아 긴장을 만들었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액션을 통해 폭발시키면 관객을 흥분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요소를 ‘치어 팩터’(Cheer Factor)라고 부른다. 어쩐지 영화제작이 아니라 놀이공원 디자인에 적당해 보이는 명칭들이지만 관객은 왬모 차트로 만든 영화를 보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했다. 실패작도 여럿 있었지만 왬모 차트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데는 실버가 영화제작의 전 과정에 정통하다는 이유가 있다. <버라이어티>는 그의 장점으로 “감독에게 변이 생긴 경우에도 그가 감독으로 나서서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점을 들었고 여러 편 실버와 작업한 사운드믹서팀 쿠니는 “그는 영화를 어떻게 만드는지를 구석구석 다 알고 있다. 사운드 스튜디오로 들어와서 우릴 쫓아내고 혼자 작업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실버는 큰 목소리로 쉴새없이 떠드는 인물로도 악명높다.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를 보면 그의 캐릭터를 짐작할 수 있는데 극초반에 등장해 대사를 제대로 외우지 못한 로저 래빗에게 속사포처럼 퍼부어대는 감독이 바로 실버다. <그랜드 캐년>과 <트루 로맨스>에 등장하는 제작자도 실버를 모델삼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질 급한 할리우드 제작자의 전형처럼 보이는 그는 실제로 몇몇 스튜디오에선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혔다. <데몰리션맨> 촬영현장을 방문한 의 기자는 한시도 조용히 앉아 있지 않고 배우, 감독, 스탭 한명씩 붙잡고 자기 생각을 말하는 실버를 ‘인간 증기롤러’라고 표현했다. 그는 전화받는 상대방에게 “멍청아”라고 소리지르는 걸로도 유명하다. <데몰리션맨> 현장에서 실버의 전화를 받은 제작부 조수는 “잘 안 들리는데요. 누구세요?”라고 말했다가 “나야, 이 멍청아”라는 말을 들었다. 실버와 함께 <마지막 보이스카웃>을 만든 감독 토니 스콧은 <데몰리션맨>의 감독에게 장난감 권총을 선물하면서 이런 메모를 남겼다고 한다. “당신도 나중에 (이 선물의 의미를) 이해할 거다.”

어떻게든, 관객을 극장으로 유혹한다

실버는 뉴저지에서 태어나 뉴욕대 영화과를 졸업했다. 로렌스 고든의 영화사 고든픽처스에서 일을 시작한 그는 월터 힐의 액션영화 <워리어스>(1979)에서 처음 부제작자로 크레딧을 장식했고 (1982)과 <스트리트 오브 화이어>(1984)에서 고든과 함께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1985년 실버픽처스로 독립해 만든 첫 영화가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코만도>. <람보>의 시대에 영합하는 아류작인 이 영화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실버의 이름이 유명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멜 깁슨의 <리쎌 웨폰>(1987)은 액션, 유머, 드라마의 3박자가 어우러진 수작으로 평가받았고, 다음해엔 브루스 윌리스의 <다이 하드>가 폭발적인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프레데터>, 브루스 윌리스의 <허드슨 호크>와 <마지막 보이스카웃>, 실베스터 스탤론의 <데몰리션맨>과 <어쌔신>, 스티븐 시걸의 <화이널 디씨젼>과 <엑시트 운즈>, 멜 깁슨의 <컨스피러시> 등 실버는 근육질의 백인스타가 액션히어로로 활약하는 영화를 꾸준히 만들었다.

조엘 실버 주요 필모그래피

<매트릭스 레볼루션>(2003)<매트릭스 리로디드><스워드 피쉬>(2001)<엑시트 운즈><13고스트><로미오 머스트 다이>(2000)<헌티드>(1999)<매트릭스><리쎌 웨폰4><컨스피러시>(1997)<화이널 디씨젼>(1996)

<페어 게임>(1995)<어쌔신><리치 리치>(1994)<데몰리션맨>(1993)<리쎌 웨폰3>(1992)<허드슨 호크>(1991)<프레데터2>(1990)<다이 하드2><리쎌 웨폰2>(1989)<납골당의 미스터리>* TV시리즈<다이 하드>(1988)<프레데터>(1987)<리쎌 웨폰><코만도>(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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