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축복, 축복받은 저주<엑스맨2>, 다시 대결전에 나선 돌연변이들
박은영 cinepark@hani.co.kr
유전자 변이로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돌연변이들. 그들에게 재능은 ‘축복’인 동시에 ‘저주’였다. 기득권을 사수하려는 나약하고 소심한 인간들은 돌연변이들을 위험한 존재로 규정, 파멸시키려 하고, 생존을 위협받은 돌연변이들은 같은 방법으로 인간에게 보복하거나 어렵사리 인간과의 공존을 도모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유색민의 권익을 부르짖던 말콤X와 마틴 루터 킹의 시대에 태어난 <엑스맨>은 ‘다르다’는 것에 대한 차별과 관용이 충돌하는 현대사회에 대한 정교하고 신랄한 은유다.
울버린 Wolverine
1. Who are you? 이름은 로건. 울버린이라고도 하지. 내가 누구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 자세한 건 기억을 못해. 특별히 하는 일은 없지. 좋게 말하면 모험가고 나쁘게 말하면 부랑자라고 할까. 난 돌연변이거든. 그래서 받아주는 데가 없어. 세상, 엿 같지 않냐. 지금은 나랑 비슷한 처지인 돌연변이들을 돌보고 있는 자비에 교수를 만나서 그분을 도와드리고 있지. 어디 소속되고 그러는 거 천성적으로 질색하는데, 오갈 데 없는 돌연변이들이 헛된 데 힘자랑 안 하게 도와주는 건 좋은 일이잖냐. 그러다 나도 잃어버린 기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고.
2. What do you have? 나 생긴 걸 봐라. 뭐 연상되는 거 없니? 울프. 그래 늑대야. 청각, 후각, 완력, 스피드 기타 등등이 거의 늑대, 그러니까 야수 수준이지. 그래서 누굴 찾아내거나 어떤 현상을 감지하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그리고 아무리 심각하게 다쳐도 그냥 저절로 낫는다. 그리고 내 몸은 그 자체로 무기야.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골격이 강철인 것 같다. 누가 날 공격하면 손마디에서 강철 갈퀴가 ‘척’ 하고 나온다. 이거, 엄청 강하고 예리하다. 못 찌르고 못 뚫는 게 없지.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이게 나올 때마다… 손이 무지하게 아프다.
3. What is your story? 내 과거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긴 있지. 2편에 그런 사람이 나온다더군. 마블코믹스를 보면 내 과거가 이렇게 소개돼 있다. 출생과 성장 환경이 아주 복잡하고, 장성한 뒤 일본에서 사무라이 훈련을 받았고, 캐나다 정부의 주도로 인간 병기 ‘웨폰- X’로 다시 태어났다고. 그리고 내가 120살이 넘었다는군. 난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내 기억이 되살아나면 그땐 알 수 있겠지. 그리고 지금은… 진 그레이가 나를 보는 눈길이 심상치 않던데, 한번 잘해보고 싶다.
4. What is your faith? 겉모습으로 모든 걸 판단해선 안 된다. 그런 몰상식한 사람들 때문에 우리 돌연변이들이 핍박과 설움의 세월을 보낸 거 아니냐. 나 솔직히 내 과거 때문에 힘들고 혼란스럽지만 사악하고 편협한 인간들이 우리 돌연변이들을 위협하는 건 좌시하지 않는다. 특히 자기 보호 능력이 없는 돌연변이들은, 힘센 내가 대신 지킨다. 인간과 돌연변이가 평등하게 공존하는 그날까지!
5. Character vs Cast 휴 잭맨? 사실 그전엔 잘 몰랐다. 그런데 1편에서 보니까 꽤 괜찮대. 나보다 좀 못하지만 생긴 것도 닮았고, 거친 야수의 외양 속에 감춰진 상처받은 영혼, 그 표현이 되더라. 이제 파파라치한테 쫓겨다니는 몸이라니, 내 덕에 스타됐지.
윌리엄 스트라이커 William Stryker
1. Who are you? 난 인간입니다. 그 이름도 위대한 인간이란 말입니다. 달리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습니까. 이름은 윌리엄 스트라이커. 육군 출신의 대부호지요. 그 몹쓸 돌연변이들을 이 땅에서 몰아내는 게 나의 지상 과제입니다. 그 녀석들은 나를 ‘공공의 적’이라고 부른다더군요.
2. What is your story? 내 삶을 악몽으로 만든 건 바로 돌연변이 녀석들이죠. 마블코믹스에는 아들이 돌연변이로 태어난 것을 알고 아들과 함께 아내까지 죽인 사악한 인간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그런 것까지 여기서 일일이 밝혀야 합니까. 예전에 돌연변이들을 데리고 몇 가지 실험을 한 적이 있지요. 울버린도 내 작품입니다. 돌연변이 킬러 로봇도 조만간 만들 계획입니다.
3. What is your goal? 돌연변이 없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지요. 정치인들이 돌연변이들을 격리 수용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어쩌자 하는데, 그건 소극적이고 무력한 제스처에 불과하지요. 제가 원하는 건 전쟁입니다. 자비에 교수가 이끄는 돌연변이 학교에 쳐들어가 놈들을 대거 잡아들일 겁니다. 두고 보세요.
4. Character vs Cast 맘에 듭니다. 앤서니 홉킨스, 그 양반 이전에 <맨헌터>에서 한니발을 연기한 브라이언 콕스라고 하더군요. <엑스맨> 시리즈 감독인 브라이언 싱어가 삼고초려 끝에 끌어들인 배우라고 하니, 더더욱 믿음이 가는군요.
나이트크롤러 Nightcrawler
1. Who are you? 바그너라고 합니다. 나이트크롤러라고 불리지요. 사람들은 저를 악마라고 오해하더군요. 생긴 게 그렇다나요. 지금은 집단 린치당하는 절 구해준 자비에 교수를 따라 엑스맨 군단에 합류했습니다.
2. What do you have? 생긴 것도 능력이라면 알려 드리죠. 제 몸은 푸른색이고 문신투성이지요. 화살 모양의 꼬리와 길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있습니다. 특별한 장기라면 중력을 무시한 채 벽과 천장을 자유자재로 기어오를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저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사물까지도 공간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3. What is your story? 서커스단에도 있었고 대통령 암살사건에도 연루됐었고…. 아무튼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세상 살기 너무 힘들어서 종교에 귀의할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출생의 비밀이라며 알려주길 저희 어머니가 미스틱이라는 거예요. 사실일까요. 푸르뎅뎅하니, 피부색이 같은 걸로 봐선….
4. Character vs Cast 앨런 커밍이라더군요. 나쁘지 않네요. <스파이 키드>나 같은 영화에서 주로 악당 역할을 했던 스코틀랜드 출신 배우지요. 새벽부터 네댓 시간씩 분장하느라 힘깨나 들었다고 하더군요. 하긴 제 외모가 좀 특이하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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