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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 3인방이 온다 - <데어데블> [3]
문석 2003-03-14

불스아이 Bullseye

1. Who are you? 본명은 나도 모른다. 직업은 암살 청부업자. 전직 군인이지. 그때도 암살병이었다. 킹핀과는 계약을 맺고 있지, 쫄따구가 아니다. 알겠나?

2. What do you have? 혹시 내 이마에 타깃이 새겨져 있는 게 보이나? 그만큼 표적을 맞히는 데 능하단 말이다. 어릴 때부터 난 연필이건 카드건 클립이건 가리지 않고 던져서 원하는 곳에 꽂을 수 있었지. 주로 표창을 들고 다니지만, 궁하면 궁한 대로 다 무기로 쓴다. 영화 후반부에 스테인드글라스 유리창을 깨서 그 조각을 던지는 걸 봐라.

3. What is your faith? 살인은 즐겁다, 이거다. 됐나? 한때 야구선수를 하면서도 살인욕에 시달렸다. 물론 부도 좋아한다. 만화책에선 돈을 가로채려고 대부호를 살해했다가 데어데블의 추적을 받게 되지. 결국 내 당면 목표도 데어데블의 심장에 표창을 박는 거다.

4. Character vs Cast 내 역할을 빈 디젤이 맡을 뻔했다는 이야기는 들었겠지? 물론 콜린 파렐도 마음에 든다. 그 삐딱하고 날선 눈빛이 내 본성을 제대로 보여준다. 영화에서 그는 나를 변태 펑크로커처럼 표현했지만, 아일랜드 촌구석에서 만화책 한번 못 본 친구치곤 꽤 괜찮았단 말이다.

궁금한 몇 가지

1. 어떤 얘기인가

어릴 적 불의의 사고로 실명한 뒤 시력을 제외한 다른 감각이 초인적으로 발달한 매트 머독. 절친했던 아버지가 뉴욕의 범죄왕 킹핀과 살인 청부업자 불스아이에 의해 살해당하자 복수를 결심한다. 성인이 된 그는 낮에는 변호사로 활약하면서 밤에는 데어데블로 변신해 진정한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애쓴다. 머독은 우연히 만난 일렉트라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들의 행복한 순간은 오랫동안 지속되지 못한다. 킹핀의 음모로 일렉트라의 아버지가 살해당하고 우연히 현장에 있던 데어데블이 살인자의 누명을 쓰게 되는 것. 일렉트라는 머독이 데어데블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데어데블에게 복수를 선언한다.

2. 뭘 보여줄까

마크 스티븐 존슨 감독은 애초 이 영화를 5천만달러 수준의 ‘저예산영화’로 생각했다. 데어데블이 스파이더맨이나 엑스맨 등 다른 슈퍼 영웅처럼 돌연변이가 아니라 ‘보통 인간’이라는 점을 고려해, 그는 중국 무술과 빠른 스피드를 결합한 액션을 구상했다. 하지만 영화 촬영 도중 <스파이더 맨>이 개봉해 대성공을 거두면서 방향은 약간 수정될 수밖에 없었다. 원화평의 동생 원상인이 창조해낸 현란한 와이어액션을 결합해 빌딩과 빌딩을 날아다니는 시원한 액션 등이 추가됐다. 한편 시력을 잃은 데어데블이 다른 감각기관을 통해 사물을 인지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레이저 스캐너를 이용해 입체스캔한 뒤, CG작업으로 마무리하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다. 데어데블이 떨어지는 빗방울을 통해 일렉트라의 외모를 파악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존슨 감독은 “부분적으로 <공각기동대>와 <무사 쥬베이>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이미지와 부분적으로 사실적인 스타일을 혼합하려 했다”고 설명한다.

3. 어떻게 만들었을까

존슨 감독이 이 영화를 구상하기 시작한 것은 7년 전이다. 그는 어린 날부터 우상이었던 데어데블을 영화로 옮기기 위해 시나리오 작업을 했고, 기획안을 만들어 영화사를 전전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1492픽처스에서 다른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려는 찰나였다. 존슨은 시나리오 수정작업에 참여하면서 꿈을 놓지 않았고, 몇번의 우여곡절 끝에 결국 감독 자리를 맡게 됐다. 애초 감독은 데어데블 역에 에드워드 노튼과 가이 피어스를 생각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고, 폭스는 빈 디젤을 밀었지만 감독은 그에게서 슈워제네거풍의 슈퍼히어로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고 판단해 불스아이 역을 맡기려 했다. 결국 한때 <데어데블> 만화책의 스토리를 쓰기도 했던 케빈 스미스 감독의 추천으로 벤 애플렉이 낙점됐다.

4. 만화 vs 영화

<데어데블>은 1964년 마블 코믹스의 전설적인 존재 스탠 리와 빌 에버릿이 창조한 캐릭터다. 그때까지 한번도 없었던 맹인 슈퍼히어로를 구상하던 스탠 리는 광범한 조사와 맹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시각을 잃어버리면 다른 지각능력이 발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데어데블>의 전성기는 80년대 초 프랭크 밀러가 스토리를 쓰던 시기였다. 이 시대에 이르러 데어데블은 더욱 어둡고 음습하며 리얼한 톤을 얻었다. 일렉트라라는 캐릭터가 새로 등장한 것도 이때였다. 이 영화 또한 프랭크 밀러 버전의 <데어데블>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있다.

만화의 세계를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겨 담으려 했던 감독의 의도와 달리, 어떤 부분은 과감하게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는 슈퍼히어로만화가 영화로 옮겨질 때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의상교체’도 포함됐다. 만화에서 데어데블이 입고 있는 빨간색의 스판덱스 옷은 현실 세계의 사람(특히 남성!)에겐 상당히 민망한 분위기를 자아냈던 탓에 새로 구상해야만 했다. 자칫하면 힙합 팬츠에 딱 달라붙은 셔츠를 걸친 X-스포츠 스타일의 데어데블이 탄생할 뻔했지만, 감독의 제안으로 붉은 색 가죽 의상이 도입됐다. 내용면에서 영화가 만화와 다른 점도 많다. 만화에서 매트는 사법제도의 허점을 교묘히 피해가는 진범(그는 피고의 심장박동 소리를 통해 죄를 확인한다)을 정의의 이름으로 응징하는 반면, 영화에선 아버지에 대한 복수로 일관한다. 또 만화에서 매트와 일렉트라는 대학 시절 연인으로 지내지만, 영화에선 우연히 커피숍에서 만나는 것으로 설정됐다. 한편 영화는 만화에 대해 ‘변태적인’ 오마주를 표하는데, 영화 속에서 비참하게 살해당하는 프랭크 밀러, 존 로미타, 커비, 퀘세다 등의 인물은 모두 이 만화의 스토리 작가 또는 그림 작가다.

5. 감독 가라사대

“나는 10살 때부터 <데어데블> 만화를 읽었다. 사실 데어데블은 배트맨, 스파이더맨, 엑스맨보다 한참 처지는 2류였다. 하지만 데어데블은 유일한 장애인 슈퍼히어로라는 점에서 내 마음을 끌었다. 슈퍼맨이나 배트맨 같은 슈퍼히어로의 이야기를 보다보면, 그들이 정말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는데, 데어데블의 경우 항상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총을 맞으면 죽어버릴 거니까. 그에게는 거미의 감각도, 자연 치유능력도 없으니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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