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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 3인방이 온다 - <데어데블> [2]
문석 2003-03-14

데블스 오브 뉴욕<데어데블>의 `악마들` 그리고 영화 이야기

문석 ssoony@hani.co.kr

<데어데블>의 주인공 데어데블은 마블 코믹스에서도 독특한 존재다. 그에게는 다른 영웅과 달리, ‘변신’ 모티브가 없다. 그는 그저 맨몸과 곤봉만으로 악당에 맞선다. 데어데블이 슈퍼히어로계에서 ‘2류’로 치부된 것도 이런 탓이다. 하지만 데어데블은 현실적이다. 낮에는 제도로 법을 지키는 변호사지만, 밤엔 데어데블의 옷을 입고 잔혹한 폭력으로 법을 수호하려는 그는 우리 내면의 이중성을 반영한다. <데어데블>의 다른 캐릭터 또한 이런 아이러니 위에 서 있다. 연약한 여성인 듯한 일렉트라는 밤이면 복수의 한으로 거리를 떠돈다. 훌륭한 사업가로 보이는 킹핀은 사실 범죄집단의 우두머리다. 이처럼 데어데블의 소우주는 낮과 밤에 따라 마음의 가면을 쓰고 벗는 캐릭터들로 이뤄져 있다. 데어데블은 어쩌면 우리 내면의 그늘이 투영된 이상한 슈퍼히어로인지도 모른다.

데어데블 DareDevil

1. Who are you? 낮에는 매트 머독이라는 변호사고, 밤이면 데어데블이라는 영웅으로 변신하는 이중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어쨌건 정의를 수호한다는 면에서는 일맥상통하는 것이 있겠죠. 그래서 그런지 제 별명은 ‘두려움 없는 사나이’랍니다. 저는 뉴욕의 헬스키친이란 곳을 근거지 삼아서 낮이나 밤이나 악당들을 퇴치하기 위해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1964년 스탠 리와 빌 에버릿이라는 두명의 아버지에게서 태어났는데, 처음엔 노란색 스판덱스 옷을 입고 있다가, 얼마 뒤부터는 빨간색 타이츠를 입게 됐습니다. 마스크에는 악마의 뿔보다는 조금 작은 돌기가 달려 있고요, 눈은 어차피 안 보이니까 ‘개눈’을 박아놨죠.

2. What do you have? 제가 어렸을 때 시력을 잃었거든요. 트럭에 실려 있던 방사능 폐기물이 눈에 들어가면서 그렇게 됐습니다, 불행히도. 처음에요? 물론 낙담했죠. 한데 서서히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더라고요.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이 네 가지 감각이 귀신처럼 발달하는 게 느껴졌어요. 일종의 레이더 같은 지각이 만들어져서 앞이 안 보인다는 게 큰 문제가 아니게 됐죠. 손가락 촉감으로 잉크의 희미한 윤곽을 파악할 수 있으니 점자가 아니어도 책이나 문서을 읽을 수 있고요, 피부가 민감하다보니 온도와 대기의 변화도 파악할 수 있죠. 20피트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다른 사람의 심장박동을 들을 수 있으니 숨쉬는 거짓말 탐지기 아니겠어요. 그렇게 된 건 어쩌면 방사능 물질 탓인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80년대 언젠가 어떤 만화가께서 제게 시력을 되돌려주기도 했지만, 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반발했다고 해요. 하긴, 시력이 없어도 충분히 살 수 있으니…. 싸움도 잘하는 편이에요. 어릴 때부터 권투선수였던 아버지로부터 전수받은 기술이 있는데다 몸놀림까지 빨라져서 웬만한 서커스 단원 못지않은 애크로배트 능력을 갖고 있고, 헤비급 권투선수 수준의 격투 능력까지 갖고 있습니다. 아, 이거요? 무기… 랄 것까진 없지만, 낮에는 지팡이로 들고 다니지만, 밤에는 곤봉으로 변신해서 나쁜 놈들을 혼내주는 데 쓰고 있어요. 두 봉을 연결하면 쌍절곤처럼 쓸 수도 있고, 체인과 갈고리를 이용해서 빌딩 사이를 비행할 수도 있고, 아주 다용도죠.

3. What is your goal? 뉴욕에서 범죄를 몰아내는 그날까지 내 한몸 바친다, 뭐 이런 거죠. 지금이야 90년대 시장을 지낸 루돌프 줄리아니란 양반 덕분에 치안 상태가 좋아졌다지만, 만화가 탄생하던 60년대만 해도 뉴욕이 아주 개판이었걸랑요. 특히 아일랜드 이주민들이 많이 모여살았던 헬스키친은(그 이름이 왜 그렇게 무섭겠습니까) 무지무지 살벌했거든요. 아무튼 모든 악의 근원인 킹핀이란 놈과 행동대장 불스아이를 물리치기까지 낮이고 밤이고 열심히 뛰어보렵니다. 일부에선 제가 정의라는 대의에 걸맞지 않게 잔인하고 야비한 방법을 쓴다고 하는데, 저도 선이 뭐고 악이 뭔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군요.

4. Character vs Cast 저는요, 진짜로 한번도 벤 애플렉이 제 역을 맡을 줄 몰랐거든요. 에드워드 노튼이 다른 영화로 가지만 않았어도, 음울하고 복잡한 성격의 저의 맛을 제대로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아이구, 미안미안 벤. 98년쯤 저의 무용담을 썼던 케빈 스미스가 감독에게 벤을 소개해줬어요. 사실 벤 또한 어릴 때부터 제 팬이었다네요. 스미스가 나중에 자기까 쓴 8권의 만화책을 묶어서 <데어데블 비저너리>란 책을 냈을 때 벤이 서문을 썼을 정도니까. 키가 190 정도 되고 몸집도 워낙 큰 사람인지라, 운동을 잘하랴 싶었는데 그런대로 와이어액션도 잘 따라갔나보더라구요. 처음 하는 본격적인 액션연기다보니 나름대로 의지도 강했던 거겠죠. 무엇보다 벤이 마음에 드는 점은 저의 또 다른 얼굴인 매트 머독으로서 신뢰감을 준다는 것이겠죠. 나중에 들은 얘긴데, 제 복장, 특히 마스크는 약간 민감한 문제였다네요. 감독 얘기론 폭스에선 벤을 기용한 뒤 이런 생각을 했을 거라는군요. “우리는 벤에게 엄청난 돈을 줬는데, 왜 그의 얼굴을 가리고 싶어하는 거지?”

일렉트라 Elektra

1. Who are you? 일렉트라 나치오스. 원래 만화책에선 데어데블, 아니 매트 머독의 대학 시절 친구이자 연인으로 등장했었죠. 그러다 그리스 출신 대부호인 아버지가 죽고, 그 충격으로 일본에서 무공을 연마한 뒤 원수를 갚기 위해 돌아온다는 설정이었어요. 영화에선 따귀 빼고 국물 빼고 공기밥 추가하다보니 어렸을 때부터 각종 격투기술을 연마한 여성으로 나오죠. 머독을 만나는 것도 한 커피숍에서고요. 그리고 한 가지 소식을 알려드릴게요. 이번 영화에서 제가 잘했는지, 곧 저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만든다는군요. <미이라>에서 <스콜피온 킹>이 독립했듯이 말이죠.

2. What do you have? 선천적으로 능력이 뛰어났지만 내공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어요. 닌자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민첩함에 자신이 있고요, 올림픽 체조선수 뺨치는 유연성과 날렵함을 갖고 있어요. 두개의 단검을 주로 사용하는데 던져서 상대방을 암살하기도 하고, 양손에 굳게 쥐고 격투를 벌이기도 하죠.

3. What do you look? 어디 나가도 빠지지 않죠. 버전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긴 했어도 기본체형은 쭉쭉빵빵이었다고요. 사실, 80년대 인기있던 시절에는 가랑이 사이로 치마가 나부끼는 진짜 섹시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영화로 만들어질 때는 배우가 자신없었는지 옷을 좀 보수적으로, 그러니까 90년대 이후 스타일로 입었더군요.

4. What is your goal? 복수! 내 아버지를 죽인 데어데블에게 피의 복수를 하는 거죠. 킹핀 아래 들어가 자객으로 활동하는 것도 그런 목적이 있는 거죠. 네? 아, 저도 안다구요. 머독이 데어데블이고, 진짜 범인은 킹핀과 불스아이라는 것도요. 그래도 별 수 있나요. 스토리 작가와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해야죠. 그리고 어차피 낮에는 매트 머독과 사랑하는 사이니까 크게 아쉬울 것도 없고요.

5. Character vs Cast 제니퍼 가너, 만족해요. 실제 나처럼 대단한 미인은 아니지만, TV시리즈 <앨리아스>에서 이미 확실한 액션 연기를 보여줬으니까 믿을 수 있죠. 감독님도 처음부터 제니퍼를 생각하셨나 보더라고요. 제니퍼도 좋았는지 캐스팅이 확정됐을 때 “벤 애플릭과 싸우고 싶다구요”라며 농담을 하더군요.

킹핀 Kingpin

1. Who are you? 본명은 윌슨 피스크야. 직업? 겉보기에는 사업가지만, 본업은 ‘범죄 조직가’지. 뉴욕의 범죄는 모두 내 지하조직이 움직인다고 보면 돼. 내 몸집이 얼마나 큰지 알아? 키는 2m가 넘고 몸집도 거대해. 한번 붙어볼텨?

2. What do you have? 이게 물살로 보이나? 다 근육이지. 보기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한 파워로 상대방을 꼬꾸라뜨릴 수 있다구. 니들 코 질질 흘리던 12살 때부터 난 살인을 했어. 그뒤론 온갖 나쁜 짓을 다 했고, 결국 한때는 동부 갱단을 이끌게 됐지. 독학을 했지만, 난 머리가 좋아서 상당한 지적 능력까지 갖추고 있단 말야.

3. What is your goal? 범죄를 퍼뜨려라, 이거지. 왜냐고 묻는 건가? 그거야… 만화 세계에선 나 같은 사람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게 내가 사는 방식이기 때문이기도 하지. 범죄는 나의 권력과 부를 키워주니까. 결국 당면한 나의 목표는 데어데블을 제거하는 거야. 그 ‘붉은악마’가 내 인생을 가로막고 있단 말이지.

4. Character vs Cast 마이클 클락 던컨은 나보다 몸집은 작지만, 딱이라 할 수 있지. <그린 마일>에서 착한 사형수 역할을 한 건 마음에 걸리지만, 그의 굵은 목소리와 냉정한 무표정은 감독을 만족시켰다는군. 사실, 난 만화에선 백인이었는데 제작진이 백인 배우 몇명을 오디션하다가 포기했다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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