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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의 황금기 1950년대 거장 15인전 [2]

열쇠 | 鍵 1959년 감독 이치가와 곤 출연 교 마치코 상영시간 107분 컬러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원작을 영화화한 것. 일본영화의 ‘스타일리스트’ 이치가와 곤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겐모치는 부인에게 비밀로 한 채 정력증진을 위해 병원을 다닌다. 겐모치는 병원 인턴인 기무라와 절친한 사이다. 기무라가 겐모치의 집을 방문해 술을 마시는 도중 부인이 벌거벗은 채 욕실에서 잠이 들자 겐모치는 부인을 기무라에게 맡긴다. 한편 기무라는 겐모치의 딸과 비밀스런 만남을 갖는 중이다. 시노다 마사히로 감독은 이치가와 곤의 영화에 대해 “순수한 쾌락의 세계”라고 표현한 적 있다. 탐미적 영상을 만드는 것에 일가견이 있다는 의미. <열쇠>는 어느 중년 부부, 그리고 그들의 딸과 한 의사에 관한 영화다. 네 사람은 성적으로 서로 복잡한 관계에 놓이게 되고 관능의 세계에 몸을 맡긴다. 영화는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원작에 비해 관능의 분위기는 다소 퇴보한 듯하지만 인물의 심리묘사는 더 치밀하다. 이치가와 곤 감독은 스스로를 “일러스트레이터”(Illustrator)라고 설명하길 즐겼다. 즉 영화를 극히 시각적 매체로 사고했다는 것. <열쇠>에서 그는 좁은 실내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정교한 카메라의 배치로 포착하고 있다. 특히 방 안에서 인물들이 식사하는 도중 카메라가 연속적으로 동작선을 넘나들며 인물을 잡아내는 장면은 영화 공간에 대한 착시현상을 일으키면서 아찔한 현기증을 유발할 정도. <열쇠>는 비슷한 시기 감독이 작업했던 미시마 유키오 원작의 <염상>처럼, 일본 문예영화의 대표적 텍스트다.

미친 과실 | 狂つた果實 1956년 감독 나카히라 고 출연 이시하라 유지로 상영시간 85분 흑백

이시하라 유지로는 1950년대 일본영화의 스타였다. 그는 <태양의 계절>(1956)이라는 영화로 데뷔했는데 이 영화는 당대의 문제작으로 꼽혔다. 오로지 쾌락만을 추구하면서 미국적 삶을 지향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이다. <태양의 계절>은 영화를 보고 열광한 ‘태양족’이라는 세대, 다시 말해서 퇴폐적인 분위기의 세대를 일본에서 만들어냈다. 이시하라 유지로가 당시의 인기여세를 몰아 출연했던 영화가 <미친 과실>이다. 나쓰히사는 마음대로 여성을 농락하며 방탕한 생활을 한다. 그의 동생 신지는 신체도 왜소하고 아직 여성에 대해 잘 모른다. 에리라는 여성을 만난 신지는 마음이 두근거린다. 파티에서 에리를 처음 만난 신지는 그녀에게 입맞춤을 하고 사랑을 느낀다. 한편, 나쓰히사는 동생의 마음을 알면서도 에리와 육체적인 관계를 갖는다. 친구에게 모든 사실을 들은 신지는 모터보트를 타고 나쓰히사와 에리의 뒤를 밟는다. <미친 과실> 역시 <태양의 계절>처럼 반항적인 흔적이 역력하다. 형제는 한 여성을 사이에 두고 갈등을 겪는다. 젊은이들은 수상스키를 타며 하루를 즐긴다. <미친 과실>은 나카히라 고 감독의 데뷔작. 현장성을 중시하는 즉흥적인 연출이 당시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이후 영화는 프랑스에서 개봉하기도 했다. 영화는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에게서 “영화의 단순성과 명료함”에 대해 호평을 얻기도 했다. 인물의 대화장면을 연속적인 클로즈업으로 처리하는 등 나카히라 고 감독의 연출방식은 같은 시기 일본의 대중영화에서 발견하기 쉽지 않은 역동성을 간직하고 있다.

다시 만날 날까지 | また逢う日まて” 1950년 감독 이마이 다다시 출연 오카다 에이지 상영시간 110분 흑백

<다시 만날 날까지>는 반전영화로 로맹 롤랑의 단편을 영화로 옮긴 것이다. 영화학자 요모타 이누히코는 영화에 대해 논하면서 왜 굳이 외국의 원작을 영화화했는지에 대해 “당시엔 반전의식이 있었던 대학생이 전쟁 중인 일본에선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다시 말해서 <다시 만날 날까지>는, 전쟁 중의 일본을 무대로 하면서 반전과 멜로, 그리고 개인주의의 세계를 그려내 보인다. 공습 경보가 울리고 대학생 사부로는 방공호로 대피한다. 그곳에서 사부로는 게이코라는 화가 지망생을 만난다. 다시 만난 둘은 서로 끌리고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만남을 가진다. 사부로가 장갑을 선물하자 게이코는 그의 초상화를 그린다. 사부로는 전쟁터로 끌려가고 둘은 약속장소에서 서로 엇갈린다. 그리고 사부로는 전선으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싣는다. <다시 만날 날까지>는 전쟁의 혼란스런 와중에 피어나는 순정(純情)에 관한 기록이다. 한쌍의 남녀는 예술과 연애의 울타리 내부에서 세인들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킨다. 그리고 비극적 결말이 다가온다. 영화에서 사부로와 게이코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키스하는 장면은 일본 영화사의 ‘명장면’으로 회자되곤 한다. 이마이 다다시 감독은 <푸른 산맥>(1949)과 <다시 만날 날까지> 등으로 일본 리얼리즘영화의 전통을 확립한 연출자다. 그는 좌파적인 성향이 다분한 영화세계를 펼쳐보였는데 일본에서 메이저 영화사로부터 거리를 두고 독립 프로덕션 운동을 벌였던 핵심멤버로 거론되기도 한다.

당신을 삽니다

あなた買います 1956년 감독 고바야시 마사키 출연 사다 게이지 상영시간 112분 흑백

<인간의 조건> 등을 만든 고바야시 마사키의 작품. 전후 일본에서 절대적인 인기를 끌었던 야구의 세계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스카우트맨 기시모토는 대학 야구의 강타자 구리타를 입단시키도록 명령받는다. 구리타의 입단을 위해 각 구단의 스카우트맨들이 몰려들고 이 와중에 많은 소동이 벌어진다. 구리타의 집안에선 그의 몸값 때문에 가족간에 싸움이 일어난다. 가벼운 소재를 사회비판적 시각에서 다루고 있는 진중한 영화.

막말태양전

幕末太陽傳 1957년 감독 가와시마 유조 출연 이시하라 유지로 상영시간 110분 흑백

이시하라 유지로가 출연해 화제를 모은 시대극영화. 가와시마 유조 감독은 원래 코미디와 멜로드라마를 만드는 감독이었다. 막부시대 말기, 사베이지는 돈 한푼 없는 가난뱅이다. 그는 일을 해서 빚을 갚을 생각으로 여관에 남지만 별로 열심히 일할 생각은 없다. 다카스기 일당이 영국 영사관을 불태울 계획을 세우는 것을 알게 된 사베이지는 자신 역시 같은 건물의 도면을 마련하게 된다. 일종의 시대극 코미디로 가벼운 대중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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