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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의 황금기 1950년대 거장 15인전 [1]
이다혜 2003-03-19

<고지라> 보러가자!! 3월20일부터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일본영화 거장 15인전

우리에게 1950년대는 암흑의 시대였다. 빈곤과 민족분단의 역사로 기록되는 것이다. 대조적으로 일본의 1950년대, 특히 일본영화는 새로운 ‘황금기’를 누렸다. 연합군 총사령부, 즉 GHO는 일본영화에 대한 검열을 철폐했으며 영화작가들은 숨통을 틔웠다. 영화산업 역시 전성기를 누려 1958년 일본의 영화관람객은 11억이라는 천문학적 수치에 달했다. 패전의 쓰라린 기억을 간직한 대중을 위로하는 영화에서 각종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하는 작가영화까지 일본영화의 스펙트럼은 전쟁 이전보다 다양해졌다. ‘일본영화의 황금기 1950년대 거장 15인전’이라는 이름으로 일본 고전영화가 특별상영된다. 이번 행사는 영상자료원과 일본국제교류기금, 도쿄국립근대미술관 필름센터가 공동주최하는 행사이며 3월20일부터 30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특유의 댄디즘을 구현하는 청춘영화에서 특촬물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고지라>, 그리고 미조구치 겐지를 비롯한 일본 거장의 손길에 이르기까지 이번 상영회는 고전기 일본영화의 행복했던 시기와 조우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 /편집 이다혜

[상영시간표]

상영관은 인사동에 위치한 서울아트시네마, 입장료는 3천원이며, 영화 예매는 인터넷(www.maxmovie.com)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3월22일 토요일 오후 12시에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일본영화 특별 포럼: 1950년대’라는 강연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이 강연회는 무료이며, 한국어, 일본어 동시통역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영화 상영시간이나 상영작은 영화제쪽의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시간표에 관한 최근 정보는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www.koreafilm.or.kr)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입맞춤 | くちづけ 1957년 감독 마스무라 야스조 출연 가와구치 히로시 상영시간 74분 흑백

“난 정서를 싫어한다. 일본영화에서 정서란 억제이며 단념이며 도피다. 오히려 난 적나라한 인간 욕망에 관심있다. 환경에 구속되지 않는 청춘이나 연애의 모습을 눈여겨보고 싶었다.” 1950년대 후반 무렵, 일본엔 한 젊은 감독이 등장했다. 마스무라 야스조라는 이 감독은 이탈리아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참이었다. <입맞춤>과 <거인과 완구> 등의 영화를 짧은 기간에 완성해낸 마스무라 야스조는 영화감독 겸 영화비평가로 활동했다. 위에 간략하게 인용한 <어느 변명> 등의 글을 통해 그는 영화스승이었던 미조구치 겐지 등 일본영화의 거장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들의 영화, 그리고 세계관에 대해서 말이다. 마스무라 야스조가 이후 오시마 나기사 등의 1960년대 ‘누벨바그’ 세대에게 어떤 영향을 남겼는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입맞춤>은 어느 젊은 남녀에 관한 영화다. 긴이치와 아키코는 우연히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긴이치는 아버지의 보석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을 담보로 한 채 돈을 빌린다. 아키코 또한 돈이 필요한 처지라 누드모델을 할 결심을 한다. 둘이 처음으로 나누는 입맞춤은 마치, 헤어짐의 의식 같다. <입맞춤>은 기묘한 힘과 에너지가 잠복한 영화다. 평이한 청춘영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장면들은 1950년대에 만들어졌음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세련되고 모던한 기운이 넘친다. 인물들은 때로 등을 돌린 채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 대화과정은 취조과정을 보듯 답답하고 기계적이다. 그럼에도 매혹적이다. 이번 상영작 중에서 적극 추천할 만한 문제작.

오하루의 일생 | 西鶴一代女 1952년 감독 미조구치 겐지 출연 다나카 기누요 상영시간 136분 흑백

“미조구치 겐지는 일본의 전통적 미의식 속에 살면서 그 전통을 내부로부터 근대화시킨 작가였다.” 평론가 사토 다다오는 이렇게 논한 바 있다. <오하루의 일생>은 베니스영화제 수상작으로 당시 일본에서 진부한 영화감독으로 여겨지고 있었던 미조구치 겐지를 비평적으로 새롭게 거론하게끔 한 계기가 되었다. 이후 장 뤽 고다르 등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들이 미조구치 겐지에 대해 상찬함으로써 그는 국제적인 명성을 누리게 되었다. <오하루의 일생>은 어느 불행한 여성이 나오는 영화다. 늙고 추레한 창부가 된 오하루라는 여인은 절에 들어가 과거의 남자들을 떠올린다. 오하루는 대궐에서 일한 적 있지만 젊은 남자와 정을 통한 뒤 추방되었다. 이후 그녀는 행복했던 결혼생활도 짧게 끝내고 몸을 파는 신세가 된다. <오하루의 일생>은 미조구치 겐지 감독이 견지하고 있었던 응시의 시선, 즉 먼거리를 유지한 채 롱테이크 기법으로 사물을 응시하는 기법을 유지하면서 이를 스타일면에서 완성의 경지로 끌어올린 영화다. <오하루의 일생>은 전형적인 ‘계단’ 서사를 유지한다. 영화 속 오하루라는 여성이 어떻게 천한 신분으로 내려앉게 되는지, 그 과정을 한 계단씩 전락의 과정으로 스케치하고 있는 것. 구체적인 설명을 제외한 채 진행되는 이같은 영화 서사는 극도로 절제된 시정(詩情)을 간직하고 있어 우아한 슬픔을 자아낸다. 1950년대 일본영화 스타였던 다나카 기누요가 출연한다. 미조구치 겐지는 4년 뒤 유작인 <적선지대>에 이르기까지 <우게츠 이야기>와 <치카마츠 이야기> 등의 영화사적 걸작을 연이어 만들어냄으로써 신비로운 필모그래피를 완성했다.

고지라 | コシ”ラ 1954년 감독 혼다 이시로 출연 고치 모모코 상영시간 96분 흑백

“나는 고지라다.” 최근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이라는 만화를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고지라’는 일본영화에 있어, 아니 일본문화에 있어 특별한 아이콘이다. 일본에선 자연에 관한 민속신앙이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고 있다. 거대 생물 고지라가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다니며 인간들의 공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그들로선, 자연스런 상상력이다. 게다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오래되지 않은 1950년대에 영화 <고지라>는 풍부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반전과 반핵, 그리고 초자연 현상에 관한 근원적 공포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어느 평자는 영화 <고지라>에 대해 “생태학적 관점의 ‘반핵’영화”라는 코멘트를 달기도 했다. 태평양에서 잇따라 선박이 사라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사건의 범인은 수폭실험의 방사능이 원인이 되어 생겨난 생물 고지라임이 밝혀진다. 고지라는 대포와 미사일 등의 무기에 전혀 꼼짝하지 않는다. 대도시에 상륙한 고지라는 시내를 불바다로 만들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거리에 쓰러진다. 영화를 만든 혼다 이시로 감독은 <고지라>라는 영화 한편으로 영화사에 이름을 남겼다. ‘특촬물’이라는 일본식 장르영화에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긴 것이다. 영화사 도호(東寶)는 <고지라>를 시리즈물로 만들어 히트시켰으며 이 영화는 이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고지라>는 당시로선 놀랄 만한 수준의 스펙터클을 과시하고 있다. 고지라의 괴기스런 모습뿐 아니라 거대 괴물의 출현으로 혼란의 극에 달한 인간 군상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애처이야기

愛妻物語 1951년 감독 신도 가네토 출연 오토와 노부코 상영시간 97분 흑백

미조구치 겐지 밑에서 영화를 배운 신도 가네토 감독의 장편 데뷔작. 신도 가네토 자신의 삶을 모델로 한 자전적 내용으로 알려진다. 각본가 게이타는 하숙집 딸인 다카코와 사랑하는 사이지만 다카코의 아버지는 둘의 사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게이타는 하숙에서 쫓겨나고 다카코와 부모 허락없이 살게 된다. 그런데 게이타가 각본가로 이름을 얻어가자 다카코가 결핵을 앓게 된다. 전형적인 멜로드라마.

밤의 강

夜の河 1956년 감독 요시무라 고사부로 출연 야마모토 후지코 상영시간 104분 컬러

‘사회파’로 알려진 요시무라 고사부로의 작품. 그는 여성 캐릭터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감독으로 일본 영화사에 기록된다. 기와는 염색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이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염색에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절에서 기와는 우연하게 다케무라라는 유부남을 만난다. 다케무라와의 만남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기와는 그 느낌을 일에 쏟아붓는다. 얼마 뒤 다케무라의 부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기와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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