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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가 신나는 10가지 이유 [4]
김현정 2003-03-28

영화에 관련된 잡다한 프로그램들

7천원이 아깝다고 누가 그랬냐

캐치온 / 현장 스케치 이 영화 금요일 오후 9시 30분인사이드 헐리웃 토요일 오후 9시30분스타 스타일 수·목요일 오후 9시(4월9일부터 방영)

유료 영화채널에서 영화만 본다면 한달 시청료 7천원이 아까운 일이다. <클루리스>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옷을 쉴새없이 갈아입었는지, <브링 잇 온>은 어떻게 배우들을 치어리더로 훈련시켰는지, <볼케이노>의 용암은 어떤 눈속임으로 태어났는지 체크한다면 알뜰한 시청자로 등극할 수 있다. <인사이드 헐리웃>과 <현장 스케치 이 영화>는 이런 숨겨진 정보들을 전달한다. 할리우드 A급 스타와 감독들의 육성을 들을 수 있고, 블록버스터의 아찔한 액션 연출비법을 엿볼 수 있는 것이 강점. 안젤리나 졸리가 <툼레이더>의 대저택 총격장면에서 실제로 공중그네를 타듯 연기하는 모습을 본다면 다시 찾지 않을 수 없는 프로그램들이다.

영화를 좋아할 뿐 아니라 영화처럼 살고 싶은 사람들에겐 4월부터 방영을 시작하는 <스타 스타일>이 있다. 드라마 하나가 히트칠 때마다 인터넷 쇼핑몰에 ***식 목걸이나 가방이 등장하는 요즘, 할리우드 스타들의 스타일이라고 해서 따라하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2002년 스타일 네트워크가 제작한 <스타 스타일>은 <섹스 & 시티>에서 펜디와 구찌 가방 등 온갖 소품을 유행시킨 사라 제시카 파커를 비롯해 니콜 키드먼, 제니퍼 애니스톤, 할리 베리 등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스타일리스트와 디자이너도 취재한다. 그 시간엔 노트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바이오그래피>

찰리 채플린, 요람에서 무덤까지

히스토리 채널/ 화∼목요일 오전 9시, 오후 9시

찰리 채플린

평범한 사람이더라도 한번쯤 동화 같은 순간을 맞을 수 있다. 그 동화를 들려주는 사람이 검은 눈과 낮은 목소리를 가진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라면,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금발의 공주는 듣는 사람 모두의 추억이 된다. “차에서 내렸는데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자를 봤어요. 너무 아름다웠죠. 옆에 있던 사람에게 누구냐고 물어보니까 멜라니 그리피스래요.” 그녀는 몇년 뒤 로맨틱 코미디 <투머치>를 촬영하면서 반데라스의 연인이 됐고 지금까지 아내로 남아 있다. 전기다큐멘터리라는 사실을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는 <바이오그래피>는 건조한 설명 사이사이 역사를 사로잡은 명사들의 진솔한 고백과 그들을 지켜본 사람들의 서로 다른 기억을 삽입해 시선을 붙드는 프로그램이다. 헤라클레스나 삼손과 데릴라 같은 신화적인 인물부터 칼리귤라와 노스트라다무스를 거쳐 조지 루카스와 오사마 빈 라덴에 이르는 <바이오그래피>는 방대한 시간적 규모에 압도당하지 않고 사소함의 미덕을 지켜나간다.

두개의 에피소드를 할애한 ‘찰리 채플린’ 편 역시 “지킬 박사와 하이드” 같았던 한 천재의 디테일한 일상에 잠겼다가 순식간에 빠져나와 커다란 대목을 조망하곤 한다. 오직 첫사랑을 만나기 위해 한번도 가지 않았던 영국을 방문했다는 에피소드 위에 겹쳐지는 그녀의 화질 나쁜 사진, 태어난 지 삼일 만에 갓난 아들을 잃고선 20일 뒤 촬영을 시작한 영화 <키드>에서 요람이 흔들리는 장면 등은 감상적이지 않으면서도 풍성한 감정을 싣고 있다.

다루는 인물이 일관성 없다 싶을 정도로 폭넓은 <바이오그래피> 시리즈는 로맨틱한 전설로만 알려진 인디언 처녀 포카혼타스의 실상을 되짚거나 백인에겐 살인자였고 인디언에겐 영웅이었던 아파치 전사 제로니모를 다루는 관용도 보여준다. 심심한 마음도 달래면서 지식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인 것. 그러나 미국 A&E네트워크에서 제작한 프로그램답게 비무장 인디언을 학살했던 커스터 장군을 충직한 군인으로 묘사하는 한계는 피해가지 못했다.

<어디서 뭘 먹지?>

오늘은 두부조림 만드는 법을 배워볼까요?

푸드채널 금요일 오후 1시

한때 방송계에 몸담았던 어느 PD가 푸드채널을 보면서 한탄한 적이 있다. “나도 저런 프로 수입하려고 했는데 그땐 풀이 없어서….” 허브나 향신료를 구할 수 없는 탓에 아예 방영조차 하지 못했던 외화들이 인기를 얻는 걸 보면 푸드채널은 높아지고 넓어진 생활의 수준과 범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실례가 아닌가 싶다. <퓨전천국> <쿠킹 어드벤처> <닥터 브라운의 요리수첩> <요리 119> 등 다양한 요리를 만들고 찾아다니는 푸드채널의 외화 시리즈는 실용적인 지식을 넘어 보고 느끼는 즐거움을 주는 ‘쇼’로서의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재방송을 되풀이하는 <퓨전천국>은 인터넷 사이트와 요리책, 레스토랑을 소유하고 있는 중국계 요리사 밍차이가 가족의 추억을 양념삼아 자상하게 진행하는 인기프로였다.

푸드채널은 이런 외화를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 제작 프로그램의 질도 높여가는 중이다. <요리의 기초>처럼 지금까지 요리 프로그램이 다루지 않았지만 딱히 배울 곳도 마땅하지 않은 기본 반찬 강습 코스는 실용성이 돋보이는 프로그램. 3월 개편과 함께 선보인 <정신우의 요리공작소>나 꾸준하게 제작되는 <어디서 뭘 먹지?>, 인테리어와 요리를 결합한 <배유정의 노블하우스>는 그림의 떡을 내 밥상의 떡으로 차려내는 프로그램들이다. 미국 내 저렴한 식당을 소개하는 <포티 달러 어 데이>와 최고의 요리재료를 선보이는 <올 댓 푸드>도 다소 물린 감이 있는 외화 시리즈를 끝내고 새로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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