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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가 신나는 10가지 이유 [3]
김현정 2003-03-28

<백만장자가 사는 법>

꿈은 꿔봤수? 백만불짜리 취미생활

Q채널/ 수요일 오후 4시, 토요일 오후 3시

<백만장자가 사는 법>은 거짓말 같은 다큐멘터리다. 분명하고 간결하지만, 가끔은 기교없는 현실 자체를 믿기 힘든 순간도 있기 때문이다. 제목 그대로 백만장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빠르게 나열하는 이 프로그램은 뉴질랜드 산봉우리를 독점하고 스키를 타거나, 나파밸리에서 수십만달러짜리 와인을 사는 걸로도 모자라 아예 포도농장을 장만하고, 거대한 콘도 같은 호화유람선에 틀어박혀 바다를 떠다니는 부호들이 수없이 등장한다. 경제력이 빈곤하기 때문에 상상력 역시 제한을 받는 이들에게 <백만장자가 사는 법>은 픽션이나 마찬가지다.

2001년 폭스TV가 제작한 <백만장자가 사는 법>은 매회 하나의 주제 아래 여러 지역과 인물을 찾아간다. ‘값비싼 취미’라는 제목을 가진 에피소드라면 제트 엔진을 장착해 400km가 넘는 속도를 낼 수 있는 모터사이클, 아무리 돈이 많아도 3년 이상 기다려야 손에 넣을 수 있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수제품 자동차, 야생동물을 풀어놓고 즐기는 아프리카 게임 지역 등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이 밖에도 <백만장자가 사는 법>은 최상의 호텔 서비스, 왕족들의 휴가, 나만의 섬, 부자들의 화려한 밤처럼 혼자 몰래 꿈꿔봤을지도 모르는 제목들을 나열하면서 26편의 에피소드로 이어진다. 물론 백만장자들 사이에도 위화감은 존재한다. 호텔 버킹엄 51은 진정한 귀족의 삶을 선망하는 배우나 사업가들이 찾는 장소. 이 호텔에서 가문이 없는 현대의 백만장자들은 집사가 흔했던 19세기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젖곤 한다.

이런 프로그램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백만장자를 동경하는 사람만큼이나 백만장자도 많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 환상이나 틀어대니까 TV가 바보상자인 거라고 비웃는 사람도 있겠지만, 술에 취하듯 잠깐 허황된 꿈에 취하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숙취만 없다면.

<세계의 부자들>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가요

동아TV/ 월, 화요일 오전 9시, 오후 11시 40분

이멜다 마르코스는 3천 켤레 넘는 구두를 수집한 필리핀의 전(前) 퍼스트레이디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편하고 값싼 단화를 신고 다니던 그녀는 카메라를 향해 “구두는 안 신어요”라고, 아직도 채워져 있는 광활한 신발장이 무색하게도 단언한다. <세계의 부자들>은 가끔 이런 식으로 허를 찌른다. 부자들은 어떻게 살까, 채널 서핑을 멈춘 시청자들은 오직 그것만이 궁금했을지 모르지만, 카메라 뒤에 선 누군가는 질문을 퍼붓는다. “값비싼 옷을 입고 나가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가요?” “빈민을 구하고 싶다면 먹을 걸 주는 게 어때요?” 그다지 양식있는 프로그램이라고는 할 수 없는 <세계의 부자들>은 이런 거침없는 질문으로, 가끔은 내레이션으로, 또 어떤 순간엔 보여주는 것만으로 기대와는 다른 분위기를 품곤 한다. 뒷담화를 사랑해 마지않는 대부분 사람들에겐 참 즐거운 시간보내기인 셈이다.

<세계의 부자들>에 출연한 가장 특이한 인물 중 한명은 일본 재벌의 한 미망인인 오야 마사코다. 국적불명의 화려한 드레스를 좋아하는 이 77살의 노부인은 100m 남짓한 골목길을 갈 때도 리무진을 타고, 옷장은 꽃분홍과 빨간색으로 넘실거린다. 레이스 장식 달린 꽃분홍 모자와 팔락거리는 꽃분홍 재킷, 역시 꽃분홍색의 스타킹과 높은 통굽구두, 골프가방과 골프공. 화장을 진하게 한 그녀는 항상 웃고 있지만 오사카의 창문없는 대저택은 아무리 드넓다 해도 그리 살 만한 곳처럼 보이지 않는다. <세계의 부자들>은 장 폴 고티에나 살바도르 달리처럼 창조적인 재능으로 부를 쌓은 인물들과 함께 조금은 불행하거나 슬퍼 보이는 부호들을 섞어 사람의 심술궂은 욕망에 거름을 준다. 이 프로그램 초반엔 수차례 성형수술로 예쁜 얼굴을 망치고 이혼한 여성이 출연한다. 그녀 자신은 당당하지만, 그녀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카메라는 잔인하다. 어쩌면 우리는 그런 걸 기대했던 게 아닐까.

<연인을 흥분시키는 101가지 방법>

밤일 노하우를 전수해드립니다

스파이스 TV

한밤중에 채널을 돌리다 깜짝 놀란 사람도 많을 것이다. 터무니없이 커다랗고 동그란, 정말 본 적은 없지만 한눈에 실리콘이라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는 무언가가 어른거리는 이 채널. 지난해 3월부터 미국 플레이보이TV의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는 성인방송 전문채널 스파이스 TV다. 논란 속에 개국한 스파이스 TV는 밤 11시에서 오전 5시까지이던 방영시간을 12월부터 앞뒤 한 시간씩 늘릴 정도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성인방송에 인터랙티브 개념을 도입하기도 할 만큼 앞서가고 있는 플레이보이TV의 프로그램에 국내 에로비디오와 이봉원의 성인시트콤 <파렴치한> 등 국산제품을 더하는 것이 스파이스 TV의 전략. 그러나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은 역시 플레이보이에서 수입한 프로그램, 그중에서도 <연인을 흥분시키는 101가지 방법> <오리엔탈 마사지> <완전한 사랑을 위한 섹스비법> 등 스페셜 코너다. ‘How To’라고도 불리는 이 프로그램들은 실전에 대비하는 디테일한 설명과 그에 상응하는 시연 덕분인지 스카이라이프에서만 방영되던 시절 유료로 보는 PPV(Pay Per View)에서 높은 수익을 올렸다. 이 밖에도 영화와 시트콤, 3D애니메이션등이 방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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