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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가 신나는 10가지 이유 [2]
김현정 2003-03-28

<랭크 인 할리우드>

할리우드 섹시금발 1위는…둥둥둥…

무비플러스/ 월요일 오후 11시

역시 미국과 한국의 취향 차이는 꽤 골이 깊다. <프렌드>의 리사 쿠드로가 파멜라 앤더슨보다 섹시하다니!

할리우드에서 가장 섹시한 금발미인은 누구일까? 리즈 위더스푼. 아카데미시상식에 가장 멋진 드레스를 입고 나온 여배우는 누구일까? 줄리아 로버츠. 요즘 가장 잘 나가는 할리우드 커플은 누구일까? 톰 행크스와 리타 윌슨. <랭크 인 할리우드>는 이처럼 쓸데는 없으나 삶에서 빼버릴 수도 없는 잡담과 시시한 궁금증을 어엿한 한 시간짜리 오락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연예계 소식과 패션, 라이프스타일 등을 24시간 방송하는 ‘E! Online’과 혼자 서 있기만 해도 눈길을 끄는 모델 출신 MC 브룩 버크가 2001년 제작된 이 프로그램의 견인차. 방대한 규모의 사이트를 동원해 네티즌 투표를 진행한 결과이기 때문에 공정성에 시비를 거는 사람도 없을 듯하다.

<랭크 인 할리우드>는 순위 발표가 주는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단선적인 진행이 불러올 수 있는 지루함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장점이 있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한마디씩 내뱉는 감탄사와 논평, 랭크 속의 랭크가 오락 프로그램으로서는 다소 긴 <랭크 인 할리우드>에 탄력을 부여한다. 섹시한 금발 미인을 뽑으면서 금발 염색이 가장 안 어울렸던 연예인으로 쉐어를 선정하고, 아카데미시상식이 대상이 될 때는 르네 젤위거를 패션감각이 가장 지지부진한 배우로 선정하는 식이다. 재미있는 점은 미국과 한국의 취향 차이다. <프렌드>에서 엉뚱한 피비를 연기한 리사 쿠드로가 마돈나와 기네스 팰트로, 파멜라 앤더슨 등을 제치고 섹시한 금발미인 5위에 오르는 일은 이해할 수가 없지만, 그렇더라도 두고두고 농담할 거리로는 1위의 리즈 위더스푼보다 훌륭할지도 모르겠다. E! Online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랭크 인 할리우드>의 온갖 투표결과는 E! Online 사이트(www.eonline.com)에서 한꺼번에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일주일에 하나씩, 조금씩 호기심을 더하며 방송을 지켜보는 재미는 따라오지 못한다.

<인사이드 에로무비>

에로업계 애로사항 A 2 Z

캐치온 플러스/ 토요일 오후 11시

포르노 배우들도 비아그라를 먹고 성병예방을 위해 같은 사람과 연기한다. <인사이드 에로무비>는 이런 시시콜콜한 궁금증을 해소해준다.

“애널섹스를 할 때는 신경을 마비시키는 윤활제를 사용하면 안 돼요. 위험하거든요. 찢어져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니까.” 항상 궁금했던, 하지만 차마 실험해보지는 못했던, 섹스에 관한 몇 가지 충고. 성인영화 촬영현장을 스케치하고 배우와 감독을 인터뷰하는 형식을 기본으로 삼는 <인사이드 에로무비>는 이처럼 ‘인사이드 에로월드’라고 넓혀서도 부를 수 있을 프로그램이다. TV에서는 좀처럼 사용할 까닭이 없는 모자이크 처리가 빈번하게 등장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가끔은 실소가 나올 정도로 진지한 <인사이드 에로무비>는 영화와 비디오뿐만 아니라 성인용품 전시장과 스트립바, 누드화보 촬영현장 등을 두루 찾아다니면서 깊은 밤 은밀한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들려준다.

<인사이드 에로무비>는 1999년에 제작됐지만, 그 내용은 아직 한국에선 파격이라고 할 만한 수준이다. 성인영화 감독과 배우들이 카메라 앞에서 털어놓는 이야기는 그들이 찍는 영화보다도 영화 같다. “실제로도 애널 섹스를 좋아해요?” “물론이에요. 난 남자랑은 안 하니까 여자가 딜도를 달고 뒤에서….” “카메라 앞에서 해볼래요?” “아니요, 영화에선 안 돼요. 이건 개인적인 취향이라구요.” 혹은 모르는 사람과 상대해야 하는 것이 싫어서 영화는 찍지 않는다는 스트립댄서에게 성적 환상을 묻기도 한다. “있잖아요, 그런 거. 한 남자, 두 남자….” 이런 대화만 주고 받는다면 그 선정성에 넌더리가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인사이드 에로무비>는 붉은 조명의 모텔방에서 이런 이야기를 캐내지 않는다. 햇살 아래서, 혹은 수많은 사람들이 들끓는 행사장 안에서, 섹스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다. 때로 그 정보는 유머러스하고 귀엽기도 하다. 소원해진 아내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게임을 개발한 한 남자는 몇십 만개가 팔렸다는 자신의 상품을 자랑스럽게 내보인다. 몇십 가지 체위를 따라하는 초보단계가 지나면 수백 가지 체위가 펼쳐지는, 완수한 체위 위에 붉은 입술자국을 찍는 게임. 평범한 남편이 고안한 게임이다.

<인사이드 에로무비>는 성인영화는 어떤 식으로 촬영하는지 목마르게 궁금했을 사람들에게 가장 실용적인 프로그램일 것이다. 성병을 예방하기 위해 잘 아는 배우하고만 영화를 찍는다니, 실연임에 틀림없겠군. 이십년 경력의 어떤 배우 별명이 ‘V Free’(비아그라를 사용하지 않는 남자)라니, 포르노 배우들도 온갖 약물의 도움을 받아 연기하는군. 이런 식으로 하나씩 풀어가는 재미가 낯뜨거우면서도 신기하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몇번 보다보면 비슷할 수밖에 없는 촬영현장보단 섹스를 말하는 방식의 진지함과 솔직함이 더 재미있어지기 시작한다. 그것이 성인영화를 팔기 위한 상업적인 전술이라 하더라도 30분 정도는 기꺼이 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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