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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생태학 <질투는 나의 힘> 論 [3]

“가만히 보고 있으면 모든 사람은 이상하다”감독 박찬옥, 배우 문성근과 <질투는 나의 힘>을 말하다

누가 뭐래도 문성근은 배우다. 그것도 귀한 배우다. <질투는 나의 힘>을 보고, 그걸 인정하지 않기란 힘들다. <오! 수정> 때도 그랬다. 배우 외의 일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싶다가도 막상 그의 연기를 보면, 손들게 된다. <질투는 나의 힘>에서 그는 술 취한 여자 후배를 꼬셔서 동침하는 게 전공인 잡지 편집장이다. 조연이지만, 이상한 온기와 위압감이 때로 주연을 압도한다. 올해의 한국영화 리스트에 오를 <질투의 나의 힘>을 말하기 위해 박찬옥 감독과 문성근 편집장 역을 초대했고, 실제 편집장이 동석했다. 약속장소로 가는 길에 문성근 노사모 탈퇴가 뉴스로 떴다.

허문영 ‘노사모’는 왜 탈퇴했나.

문성근 언론에 알려진 대로 진로논쟁부터 수익사업 논의까지 이견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으냐 어떤 과정이었느냐 이런 문제는 말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안 했다. 바깥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노사무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그 정도만 말해도 충분히 아니까.

허문영 이창동 장관, 명계남 대표와 한 묶음으로 도마 위에 종종 오른다.

문성근 나하고 명계남하고 작당해서 이창동을 장관으로 만들어서, 뭔가 권력을 행사하려고 한다는 얘기지. 거기엔 영화감독보다는 장관 자리가 좋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따지고보면 명계남은 바보고 나는 나쁜 놈이다. 나하고 이창동하고 인간적으로 친구다. 그 사람은 감독으로는 절정기에 접어들었다. 감독으로 폼잡고 멋대로 평생 살면 되는, 말하자면 평생이 보장된 감독이다. 비유하자면, 그는 정신적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물질적 권력을 바라는 사람이 아니며, 그게 필요하지도 않다. 그런데 장관이라는 자리는 시비의 대상이 되는 자리다. 개인적으로 흠집이 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죽을 때까지 장관을 하고 정치할 것이 아니라면 현장으로 돌아올 때 이창동의 성가에 손상입는 것까지 각오해야 한다. 이건 친구로서 권유하면 안 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예술가다. 예술가란 사회를 근본적인 눈으로 보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세상을 비판하고 야유하는 거다. 행정가는 세상을 일정한 시점 이상에선 긍정적으로 보고 긍정을 향해서 에너지를 쏟아붓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예술가로서 지금껏 갈고 닦았던 것을 다 버리고 완전히 다른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말인데 이창동 감독으로서는 보통 힘든 결정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우리가 그 사람을 밀어넣었다면 우리가 나쁜 놈이다.

또 명계남 입장에서 보자면 완전히 미친 짓이다. 5, 6년 동안 이창동 감독 영화만든다고 빚이 5억원 쌓였다. 이제부터 영화를 만들어 빚을 갚든지 말든지 해야 회사가 운영되지. 그런데 명계남한테는 이창동 감독밖엔 없었다. 하나밖에 없는 감독을 잃는 짓이다. 바보 짓이다. 그걸 두고 권력욕 운운하는 건, 이해는 되지만 답답한 노릇이다. 나는 이창동이라는 사람을 성숙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성숙한 인간의 실존적 고민, 그의 선의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적어도 <씨네21> 독자라면, 영화를 안다면 그의 진정성을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예술가로서로 실존을 건 자기 희생이란 면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허문영 다른 얘기를 해서 박찬옥 감독께 미안하다. 문성근 선배가 그동안 사고를 많이 쳐서, 궁금한 게 많았다.

박찬옥 영화에 관한 인터뷰만 많이 해서 이런 얘기도 재미있다. 노사모 탈퇴는 잘하신 일이다. 꼼짝없이 묶여 있었는데, 이제 좀 자유로워지실 것 같다.

허문영 한 가지 더 궁금한 게 있다. 파병문제를 놓고서 노사모 안에서도 의견이 극단적으로 갈렸다. 노무현 당선에 헌신했던 사람으로서, 이런 상황을 보면 착잡한 느낌이 들 것 같다.

문성근 음, 큰 흐름에서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착잡하진 않다. 긴 호흡으로 본다. 한마디만 하자면 한국과 미국의 불평등 구조는 수십년간 굳어져온 거다. 신이 아닌 다음에야 그걸 하루아침에 바꿀 순 없다. 나는 노 대통령이 그 결정을 앞두고 얼마나 속이 쓰리고, 뒤집혔겠는가 하는 고통을 이해하는 입장이다. 이렇게 갈 거냐, 저렇게 갈 거냐가 99 대 1이 아니라 51 대 49였을 거라고 짐작한다. 시민의 입장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 점 하나는 분명하다. 이런 논쟁이 벌어지는 상황을 혼란스럽게 느끼는 분들이 많지만, 나는 도리어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진 지역과 당파가 정책적 판단을 앞섰다. 이젠 달라졌다. 특검에 대한 입장도, 파병에 대한 생각도 각각 지역과 당파에 상관없이 다양한 입장을 표명하고 다양한 논의가 벌어진다. 이건 분명한 발전이다.

뻔한 거짓말, 낯선 인물들

허문영 이제 영화 이야기로 가야겠다. 늦었지만 축하드린다. 로테르담에서 대상받은 것.

박찬옥 ….

허문영 음, 영화를 완성하고 나서 개봉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동안 국내외 영화제에서 큰 상도 받고, 인터뷰도 많이 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영화를 막 완성했을 땐 말 한마디 꺼내는 것도 두려워한다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좀 담담하고 능숙해진 것 같다. 자신이 변했다는 느낌이 있을 것 같다.

박찬옥 음, 처음엔 다 낯설었다. 처음 러시를 봤을 때 너무 신기했다. 분명 촬영장에서 며칠 전에 본 건데 이만큼 크게 변해 눈앞에서 벌어지니까 신기하더라. 16mm 처음 봤을 때 신기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신기했다. 얼마 전에 고등학생들이 <질투는 나의 힘> 포스터 앞에서 자기들끼리 재미있을까, 없을까라며 떠드는데 그것도 신기하더라. 내가 지어낸 이야기를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재밌냐, 재미없냐 떠드는 걸 보니까. 지금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 이제 개봉까지 하니까,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좀더 내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직도 어렵고 낯설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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