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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촬영지를 가다 [2]

동양 감독으로의 고백 혹은 도전

그는 보도자료에서 <봄 여름…>을 만드는 작가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의 삶을, 사계절에 비유되는 희로애락을 깊은 산속 주산지 연못 위에 단아하게 떠 있는 사찰에 살고 있는 스님과 그 주변의 자연을 통해 그려본다. 동자승, 소년승, 수도승, 노승, 도승, 이렇게 다섯개의 이야기를, 각 계절의 시작과 끝의 이미지를, 우리가 살아가는 인간 속에 내재하고 변해가는 속성과 숙성의 의미를 새겨보고 그렇게 순환되고 생성되는 우리의 삶을…. 순수 속에 잔인함과 욕망 속에, 살의 속에, 번뇌 속에 해탈을…. 기가 육체를 만들고 육체가 단풍처럼 변하고 썩어 이슬로 땅에 스며드는 사람이, 사계절의 반복과 무엇이 다른가?” 감독의 말이나 여러 가지 자료에서 이번 영화가 전작들과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눈치채기는 어렵지 않다. 일단 <해안선>에서 보여준 공격성과 광기의 세계와 달리 관조적인 느낌이 드는 영화인데다 ‘김기덕’과 ‘해탈’은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궁합처럼 보인다. 그는 이번 영화를 15세 관람가로 개봉시키고 싶다고 말한다. 섹스장면이 없지는 않지만 전처럼 극악하지 않으며 폭력장면도 김기덕다운 충격효과와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제작사인 LJ필름은 <봄 여름…> 후반작업을 맡고 있는 독일의 판도라필름에서 촬영한 필름을 보고 매우 좋아한다며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칸영화제 진출작을 예측하는 외신에서도 이 영화를 유력한 후보로 언급한 바 있다.

김기덕 감독이 동자승 종호에게 연기지도를 하고 있다. 8살 난 종호는 실제로 뱀을 갖고 노는 걸 즐거워했다.

물론 아직 완성된 영화를 볼 수 없는 시점에서 지나친 추측을 할 필요는 없지만 주산지에 떠 있는 절의 풍광을 보면 누구라도 눈길이 머물 수밖에 없는 건 분명해 보인다. 김기덕 감독이 아니라면 또 누가 이 호수에 절을 지어 띄워놓을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김상근 프로듀서는 이곳에 세트를 짓고 촬영을 하기 위해 환경부와 관련단체를 40여 차례 방문했다며 제작준비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주왕산국립공원 내부에 위치한 곳이라 환경단체 등에서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았던 탓이다. 기나긴 설득작업이 효과를 거둬 마침내 촬영허가를 받아냈고 무게 30t이 넘는 암자 세트를 만드는 데도 3개월이 걸렸다. 촬영은 지난해 5월에 봄, 8월에 여름, 11월에 가을, 올 1월에 겨울장면을 찍었으며 겨울장면에는 김기덕 감독이 직접 출연하기도 한다.

1년 가까이 촬영을 하면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에겐 주산지 암자 세트가 신기한 볼거리로 자리잡기도 했다. “저 집은 물에다 어예 저래 졋을꼬. 그쟈.” 암자 세트를 보며 감탄하는 시골 아낙의 말을 듣노라니 다소 이상한 기분도 든다. 그건 김기덕 영화가 무척 현실적인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비현실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사실을 새삼 환기시킨다. <악어>에서 <봄 여름…>에 이르는 김기덕의 모든 영화는 물 위에 있는 절처럼 현실의 지면에서 살짝 들떠 있는 것이 아니었던가. <봄 여름…> 촬영장을 떠나 서울로 올라오는 길엔 짙은 어둠이 내렸고, 그건 아득히 알 수 없는 어떤 곳에서 현세로 돌아가는 긴 터널처럼 느껴졌다.글 남동철 namdong@hani.co.kr·사진 이혜정 socapi@hani.co.kr·편집 심은하 eunhasoo@hani.co.kr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어떤 영화 춘하추동 사계절의 변화에 인간의 생멸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5개 장으로 구성된 영화다. 각 장은 다음과 같이 나뉘어진다.

봄 >> 화면이 열리면 주산지에 떠 있는 절이 보이고 이곳에 노승과 동자승이 같이 살고 있다. 어느 날 동자승은 계곡에서 은어, 뱀, 개구리를 잡아다 허리에 돌을 매달아놓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한다. 그걸 본 노승이 동자승이 잠든 사이 동자승의 허리에 돌을 매단다. 동자승은 노승의 벌을 받으며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깨닫는다.

여름 >> 17살 소년승으로 성장한 동자승. 어느 날 암자에 몸이 약한 동갑내기 소녀가 요양을 하러 들어온다. 소녀에게 호기심을 느끼며 접근하는 소년승. 소년과 소녀는 사랑에 빠지고 이를 발견한 노승이 소녀를 절에서 내보낸다. 그리고 노승이 잠든 사이 소년승도 절을 떠난다.

가을 >> 30대 청년이 되어 절로 돌아온 소년승. 속세에서 살인을 저지른 청년승은 괴로워하며 불상 앞에서 자살을 기도한다. 노승은 절 바닥에 반야심경을 써놓고 청년승에게 한 글자씩 칼로 파라고 명한다. 번뇌하는 청년승이 글자를 파고 있는 동안 형사들이 이 절로 찾아온다.

겨울 >> 폐허가 된 절에 장년이 된 청년승이 찾아온다. 살인죄로 감옥에 갔다 돌아온 그는 겨울산에서 수행을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만삭의 여인이 이곳에 찾아와 아이를 낳고 죽는다.

다시 봄 >> 처음 봄에서 봤던 것처럼 동자승과 노승이 함께 살고 있다. 동자승은 노승이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개구리, 뱀을 잡아다 허리에 돌을 매달며 즐거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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