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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38편 프리뷰 [6]

라울 루이즈 <루이즈가 본 미오뜨>

크지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 <첫사랑>

알렉산더 소쿠로프 <긴 여정의 엘레지>

라울 루이즈가 3년간이나 프랑스 남부, 함부르크, 뉴욕을 오가며 16mm 카메라에 담아낸 다큐멘터리, <루이즈가 본 미오뜨>(2001)는 현대 추상-서정주의 화가로 불리는 장 미오트의 예술행위를 뒤따라가며 관찰한 영화이다. 라울 루이즈는 장 미오트의 작품에 대한 적절한 해석을 시도하기보다 그가 이루어내는 작업의 행위들을 세밀한 리듬으로 꼼꼼하게 포착함으로써 한 예술가에게서 작품이 탄생되기까지의 내적인 긴장관계들을 담아낸다. 영화감독 요나스 메커스는 장 미오트의 회화자체에 대해 말하기보다 그림을 그린다는 작업 자체의 여정, 바로 영화와 회화 둘 모두의 근본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극찬한 바 있다. 칠레 출신의 강경 좌파 라울 루이즈는 100여편이 넘는 아방가르드 희곡을 거쳐, 1968년 <슬픈 호랑이>로 영화를 시작했으며, 고급예술과 하위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영화작업을 펼치고 있다.

크지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가 <십계>, <삼색> 연작을 만들기 이전 다큐멘터리 작가로서 활동한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상영작 <첫사랑>(1974), (1978), <야간 경비원의 시선>(1977)은 1970년대 청년 키에슬로프스키가 다큐멘터리에서 발견하고자 했던 진실을 마주할 수 있다. 는 아이에서부터 할머니까지 각각 다른 7명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야간 경비원의 시선>은 완고하기 이를 데 없는 경비원의 모습을 통해 무엇이 그를 메마른 원칙주의자로 만들어놓았을까를 탐구한다. 키에슬로프스키는 이 경비원의 모습은 사회에 의해 훈육된 대변자일 뿐이므로 악한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자서전에서 밝힌 바 있다. 평이한 삶을 살아가는 대상들을 포착함으로써 인간윤리를 고찰하고자 한 키에슬로프스키의 태도는 <첫사랑>에서 빛을 발한다. ‘현실과 다큐멘터리 필름’이라는 글을 쓰기도 했던 키에슬로프스키가 “모든 사람들의 삶, 바로 거기에 이야기가 있고 플롯이 있다”는 주장을 실험하기 위해 만든 이 다큐멘터리는 10대 소년과 소녀의 철없는 첫사랑부터, 그들이 부모가 되기까지 1년여의 시간을 지켜본다.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짧고도 기이한 다큐멘터리 <긴 여정의 엘레지>(2001)는 몽유병자의 걸음만큼 느리고 또 몽환적이다. 소쿠로프는 1인칭 보이스오버를 통해 그의 눈에 들어오는 풍경과 형상들 그 사이의 공기에 대한 단상들을 나지막이 고백하듯 풀어놓는다. 화면을 채우는 이미지는 눈앞에 놓인 현실을 회화처럼 뒤바꾸고, 캔버스에 담긴 회화를 현실처럼 인식시킨다. 한명의 수도사와 함께 동행하는 시골마을의 정경, 그곳에서 마주친 교회 안 풍경의 성스러움은 마침내 영화의 끝에서 브뤼겔과 고흐의 회화를 바라보는 그 자신의 뒷모습에까지 이어진다. 소쿠로프는 특유의 회화적 이미지로 비어 있는 거리들, 정지해 있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영화 속을 채우는 추상적인 실루엣의 형상들은 브뤼겔과 고흐의 회화 앞에서 인류의 역사를 되뇌게 한다. 마침내 그 그림들 앞에 서면 이 다큐멘터리, <긴 여정의 엘레지>가 빛과 그림자의 형상들을 따라 ‘영속적인 삶’에 대해 질문을 던져본 여행이었음을 이해하게 된다.

하니 스스무의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교실의 아이들> <그림 그리는 아이들>은 일종의 관찰자적 시선으로 이루어져 있는 영화이다. 54년 일본 문부성의 의뢰로 이와나마 프로덕션에서 만들어진 교육용 다큐멘터리 <교실의 아이들>과 57년 로버트 플래어티상을 받은 <그림 그리는 아이들>은 초등학교 아이들의 학교생활, 그 안에서 발견되는 아이들의 개인적인 성향과 자질, 습관을 그들을 둘러싼 환경에 비추어 관찰하고 있다. 유형화와 통계화의 위험을 갖고 있음에도 인류학적인 태도를 견지하려는 노력은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이번 행사의 ‘불면의 밤’에서는 하니 스스무의 극영화 <첫사랑, 지옥편> <불량소년> <그녀와 그>가 상영된다.

정한석 기자 mapping@hani.co.kr

감독을 주제로 다룬 다큐 2편거장의 작업 현장과 작품 속으로…

거장의 영화적 비밀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는 언제나 즐거운 해부학 시간이다. 오마주와 호기심으로 가득 찬 카메라를 들고, 그들의 작업실과 작품안으로 뛰어든 두 편의 다큐멘터리가 이 번 영화제에서 상영된다. 페드로 코스타 감독의 <장 마리 스트라우브와 다니엘 위예>는 독일 뉴저먼 시네마의 ‘진정한’ 기수, 장 마리 스트라우브와 다니엘 위예의 <시실리아>(2001) 작업 현장을 스케치한다. 독일 뉴저먼 시네마 그룹중에서도 가장 진보적이며, 동시에 가장 난해한 작품활동을 해온 두 사람의 현재를 엿볼 수 있다. 국내에는 단 한편도 소개된 적이 없는 이들 영화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조우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한편, 덴마크 다큐멘터리 스페셜 부문의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나의 영화>는 드레이어 영화세계를 이해하는 영상 입문서와도 같다. 이 영화의 감독 토르베 얀센은 드레이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과 스탭들의 육성 증언을 토대로, 드레이어 영화가 지닌 미학적, 철학적 성찰들을 작품의 연대순에 따라 하나둘 복기해낸다. 점잖게 현장을 누비며 지휘하는, 또는 인터뷰하는 드레이어의 살아 생전 모습들, 그리고 그 앞에서 어린애처럼 좋아하는 고다르의 모습 등은 또 다른 기록의 즐거움이다. 드레이어의 <뱀파이어> <잔다르크의 수난>은 ‘전주 소니마주’부문에서 상영한다.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나의 영화>

<장 마리 스트라우브와 다니엘 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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