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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38편 프리뷰 [5]

사실 속에서 거꾸로 허구를 찾다

추천작 Part IV - 거장의 다큐, 다큐로 그린 거장

장 외스타슈 <0번>

데릭 저먼 <블루>

2003년 전주국제영화제에는 극영화의 거장들이 제작한 다큐멘터리들이 눈에 띈다. 상상과 허구의 문턱을 넘나들며 창조를 갈망하던 그들이 기록을 통해 보여주고 싶어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각자의 독특한 세계관으로 이루어진 극영화, 그 이상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다큐멘터리의 장이 여기 있다.

장 외스타슈는 누벨바그의 주류로 활동한 적이 없지만 줄곧 누벨바그의 동조자였다. 혹은 누벨바그의 영화적 원칙을 흡수했지만, 그들 몇몇이 지닌 중산층적 맥락과는 거리를 두며 가난한 삶과 계급문제를 화두로 끌어들였다. 픽션과 다큐멘터리 양쪽에 관심을 갖고 1963년부터 영화를 시작했던 장 외스타슈는 1981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작품들 중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엄마와 창녀>(1973)는 내용적으로는 냉혹한 전개를, 형식적으로는 열려 있는 구조를 병행하며 68이후 프랑스에 불어닥친 정서적 위기감을 표출한 작품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번에 상영되는 (1971)은 <엄마와 창녀>에 바로 앞서 만든 그의 다큐멘터리이며, 2001년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트 68부문에 상영된 바 있는 자전적 영화 <작은 연인들>(1974)과도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은 장 외스타슈와 그의 할머니의 대화를 통해 그녀의 삶의 질곡에 초점을 맞춰간다. 장 외스타슈는 을 완성한 직후 장 마리 스트라우브 등의 몇몇 친구들에게 보여준 것을 제외하곤 극장 상영을 거부했다. 1980년 프랑스에서 <Odette Robert>(장 외스타슈의 할머니, 그녀의 이름)라는 60분짜리 텔레비전용 영화로 재편집되어 방영한 적이 있다.

데릭 저먼의 <블루>(1993)는 그가 1994년 AIDS로 사망하기 전 마지막으로 극장 개봉한 지극히 개인적인 고백의 다큐멘터리이다. 스크린에는 어떤 형상도 등장하지 않는다. 76분의 상영시간 동안 보이는 것은 푸른색으로 밝게 빛나는 스크린뿐이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보이스오버가 들려온다. 영국 출신의 데릭 저먼은 켄 러셀 감독의 프로덕션디자이너로 영화작업을 시작한 이후 첫 장편 <Seabastiane>으로 감독 데뷔하였고, 1994년 를 통해 방영된 유작 <Glitterbug>에 이르기까지 난해함과 독창성을 겸비한 작가로 인정받아왔다. <에드워드> <카라바지오> <비트겐슈타인> 등을 통해 독창적인 영화적 실험과 철학적 시도를 확장했던 데릭 저먼은 화가였고, 퀴어 영화의 선구자였으며, 동시에 이미지의 기능공이었다. 마지막 극장 개봉작이 된 <블루>에서 데릭 저먼은 역설적인 방식으로 그 이미지를 다시 한번 창조한다. 죽음에 직면한 자신의 소멸감을 표현하기 위해 형체들을 소멸시키고 푸른 화면 속에 목소리로만 존재한다. 때로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라”고 주문을 건다. 그러나 자신의 정신과 육체의 상태를 이미지화, 또는 무화하는 데릭 저먼의 마지막 제의는 관객을 또 다른 상상적 이미지의 세계로 초대한다.

마틴 스코시즈가 1995년에 만든 <마틴 스코시즈와 함께하는 미국영화기행>이 그 자신의 삶의 터전이자 영화적 토대가 된 미국영화의 역사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과시한 다큐멘터리였다면, <나의 이탈리아 여행>(My Voyage to Italy, 2001년)은 자신의 뿌리이자 회귀의 고향인 이탈리아영화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는 또 하나의 시네마 여행이다. “사실상 나의 가족들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이탈리아영화들을 통해서였다”고 말할 정도로 마틴 스코시즈는 로베르토 로셀리니, 비토리오 데 시카, 루치노 비스콘티,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페데리코 펠리니 등을 중심으로 자신의 영화인생에서 이들의 영화가 끼친 영향과 반영, 그리고 그에 얽힌 영화적인 추억들을 꺼내놓으며 245분간의 영화 일기장을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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