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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8주년 연속특집1 - 충무로 리포트 [5]

“절실한 위기감, 곧 배우들도 실감할 것”

배우 개런티는 한번 올라가면 내려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작품의 성격과 장르에 따라 개런티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는 없을까. 장동건은 파격적인 개런티로 <해안선>에 출연하는 놀라운 결정을 했다.

과거에도 배우가 공동의 책임의식을 가지고 공조하는 선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안성기씨는 대표 배우로서 개런티 문제에 늘 사려 깊게 행동해왔으며 최근에는 장동건이 자기 개런티의 1/6~1/8 수준으로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에 출연하기도 했다. 장동건의 예는 워낙 파격적이어서 모범으로 거론하기에는 모두가 부담스러워 하지만, 작품 성격에 따라 개런티를 조정한다는 것이 <해안선> 사건(?)의 본질이고 이런 취지는 공동으로 승계할 수 있을 것이다. 장르나 작품 성격에 따라 배우의 선택과 개런티 수준을 다르게 움직이는 것이 합리적일 것으로 보인다.

배우를 둘러싼 논의는 개런티 문제가 가장 뜨거운 초점이었지만, 그외에 몇몇 이슈들도 함께 거론되었다. 우선 배우들이 TV나 CF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으로 시야를 돌려 전략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영화 개런티 문제에서 좀더 유연한 태도를 취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깔려 있는 제안이다. 대형 기획사를 차려 배우들에게 고액의 계약금을 준 뒤 영화 개런티로 회수하려는 매니지먼트 전략도 문제의 하나로 거론되었다. 한국의 시장 규모에서 대형 매니지먼트가 필요한지 회의적인 시선이 있었다. 이 부문도 시장논리에 따른 구조조정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매니지먼트사는 법률 서비스 등 실무적인 도움 이외에도 배우의 수급과 교육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있다. 우리 나라 배우들은 “전문적인 연기 교육을 받은 경험 없이 시작해서 융통성과 통찰력으로 끌고 나가다 스스로 어느 순간 도를 깨치는”(문성근) 경우가 많다. 90년대 중반 새로운 소극장 연기가 뿌리내리면서 연극이 양질의 배우를 공급하는 거의 유일한 수급원 역할을 맡고 있을 뿐이다. 영화와 연극 사이의 ‘흡혈귀적인’ 관계를 재검토해서 수혜와 보상을 체계적으로 나눌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우에 대한 논의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제작자나 투자자쪽에서도 자기반성적인 진단이 곁들여졌다. 누구나 배우가 문제의 제1원인도 아니고 해결책의 전부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논의에 대해서 비관적인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개런티 상한선과 흥행 지분은 이상적인 이야기일 뿐”(석동준 CJ엔터테인먼트 부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냉소적인 목소리조차 전화 너머로 이렇게 끝을 맺었다. “우리는 합리적인 자본으로 오래도록 시장에 남아 있고 싶다. 투자자들이 느끼는 절실한 위기감이 조만간 제작자와 배우로 번질 것이고 피부로 느끼면 시장 논리에 의한 자구책을 찾게 될 것이다.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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