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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8주년 연속특집1 - 충무로 리포트 [4]

해법2- ‘공동제작’ 개념을 도입하자

구체적인 개런티나 인센티브/지분 비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대부분 산업 데이터가 공식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제작자들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장논리에 따라 결정하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도 없다고 말한다. 평균 관객 동원력, 전작의 흥행성적, 부가 판권에 끼치는 영향, 작품당 개런티가 아닌 일하는 시간에 따른 고용 개념 등이 기본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가 아닌 자존심과 연결한다는 것이 영화산업이 과도기라는 증거이며 배우 스스로 시장 논리에 충실하지 않은 모습이다.”(김미희 좋은영화 대표) 제작자들은 방송사에서 분당 광고료, 시청률, 제작비 등을 근거로 연기자 등급을 나누는 것처럼 영화 역시 조만간 유사한 근거를 찾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매니지먼트쪽에서도 이상과 같은 제반 논의에 인식의 궤를 같이한다. 다만 “스타 파워는 단순히 영화 내부뿐만 아니라 대중의 일상과 상품 판매 등 여러 부문에 걸쳐 시간이 흐를수록 더 커질 것이다. 지금의 문제는 영화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서로의 자의식이 높아져 목소리를 크게 내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인센티브 옵션 등 조율점을 찾아나가되 서로가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 모두 함께 존재하는 관계라는 것을 항상 잊지 않아야 하는데 일관성 없이 자기 편의적인 주장을 하기 때문에 답을 찾아나가는 데 어려울 뿐”(정훈탁 사이더스HQ 대표)이라고 덧붙였다.

감독들 역시 근본적으로는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배우들에게 조심스럽게 제안하는 입장을 취한다. “개런티 상한제는 미묘한 문제이기는 하나 거품이 곧 사라질 것으로 보이는 지금 상황에서 배우가 상업적인 것을 다 책임져야 할 만큼 부담을 진다면 배우 스스로도 초이스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겠는가”(문승욱), “배우라는 존재는 작품의 완성도와 상업성 모두에서 엄청나게 비중이 크지만 함께 일할 수 있는 터전이 줄어드는 입장에서 개런티를 높이는 것은 배우 자신을 위해서도 자제할 일”(윤제균)이라는 등의 의견이 그것이다.

제작자 · 투자자들이 사랑하는 배우들(위 왼쪽부터 송강호 · 설경구, 아래 왼쪽부터 전지현 · 이병헌) . 그러나 시장 규모와 맞는 개런티 상한선을 투자하는 것이 현장의 제안이다.

무엇보다도 ‘개런티 상한제와 인센티브/지분 전략’을 영화계의 공동의제로 삼을 수 있겠다는 확신을 준 사람은 배우들 자신이다. 문성근씨는 “CJS 합병 논의는 시장 상황이 턱에 찼음을 의미하는 강력한 증거다. 투자자와 제작자쪽에서 먼저 공동여론이 형성된다면 배우쪽에서도 가능할 것이다. 배우조합이나 길드가 없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를 풀어가는 데 박중훈이라는 배우가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주목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송강호씨의 입장은 한층 더 명확할 뿐더러 현재 영화계의 논의가 어느 지점에서 수렴될 수 있을지 가늠케 하는 예가 된다. 그는 두 가지 전제를 먼저 제시했다. 하나는 배우 개런티란 시장에서 유용한 상업적 가치를 획득하느냐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정될 것이므로 논리적으로 비판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산업이 비대할 만큼 비대해져서 시장 한계에 육박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또 다른 하나였다.

그는 “돌파구를 찾아야 하며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단언하면서 초기 개런티의 부담을 줄이는 대신 지분 개념을 도입하며 한발 더 나아가 크레딧에 공동제작으로 올리는 것을 제시했다. 이런 방법은 아직 활성화되지는 않았으나 현실적으로 시작되고 있으며 본인도 이미 착수한 방식이라고 했다. 그는 이것을 단순한 협상 개념이나 개런티 동결 등의 ‘순수한’ 노력이 아니라, 배우가 제작자나 감독과 대등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인 개념의 양보를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시장논리를 자연스레 따라가되 인식과 개념의 변화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방법으로 정면 돌파한다는 것이다. 배우 입장에서는 1년에 2편을 한다면 그중 한편 정도는 본인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작품에 대해서 기본 개런티만 받고 나머지는 투자하는 개념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리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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