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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8주년 연속특집1 - 충무로 리포트 [2]

한국의 배우들, 적정 개런티는?한국영화산업 진단 시리즈 1편 - 흥행의 수혜와 보상을 체계적으로 나눌 수 있는 스타 개런티 해법찾기

배우란 어떤 존재인가. 너무나 익숙한 듯이 보이는 이 물음이 던져지는 순간 우리는 망연자실해진다. 답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서는 영화의 생산과 소비를 중재하는 산업요소로서의 배우를 조망한다. 특히 현장의 위기 의식, 제작 합리화에 대한 영화계 전반의 문제의식과 연결지어 배우의 합리적인 개런티를 둘러싼 각계의 논의를 취합할 것이다. 한국 영화산업이 과도기를 현명하게 통과할 수 있는 지혜를 찾아나서는 데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 - 편집자

김소희 기자 cwgod@hani.co.kr

흔히 영화산업은 스타시스템이라고 한다. 시스템이라는 단어 앞에 스타가 붙은 이 말은 영화산업 각 분야의 최전방에 서서 시스템을 통합하며 이끌고 있는 스타의 역할을 도상학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스타 혹은 배우가 작품으로서의 영화와 산업으로서의 영화에서 차지하는 위상, 나아가 사회현상과 이데올로기에 끼치는 영향 등은 한국의 영화담론 안에서 거의 간과되어왔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인상비평만이 있을 뿐이다.”(배우 문성근)

산업의 관점에서 배우의 역할과 현황을 조명하려는 이 시리즈의 의도 역시 낯설기까지 하다. 배우가 영화 생산과 소비의 교차점에 위치하는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 이야기는 제작자나 투자자, 배우와 매니저 사이에서 개인적이고 비공개적으로 오가는 협상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분명하게 배우가 상품이라는 입장에 기초하고 있다. 이런 인식은 배우를 창조적인 예술가로 이해하는 것과 모순되지 않는다. 도리어 창조력과 예술적인 가치를 인식하는 명확한 접근법이 될 수 있다. 상품은 필연적으로 시장 가치의 문제를 낳는다. 우리가 배우 개런티 문제를 공론화하려는 이유다. 미학적으로 지극히 중요한 요소이면서 경제학적으로 지극히 중요한 자본의 한 요소라는 사실. 배우는 이런 이중성 때문에 특별한 존재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매력있는 배우는 언론을 움직이는 유일한 수단”

감독과 제작자들 역시 상품 가치로서의 배우를 말하기 위해 창조자로서의 배우 가치를 첫 번째 전제로 들었다. “배우는 감독의 내면 생각을 외부로 펼쳐 보이고 실현시켜주는 가교로서 예술적인 면을 상징할 뿐만 아니라 그 예술성이 다가가려 하는 현실 삶의 대상이기도 하다. 특히 상업영화에서는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문승욱 감독) 익명을 요구한 한 제작자는 배우, 감독, 제작자가 콘텐츠 부가가치 생산의 3요소라고 못박았다.

영화산업에서 배우가 차지하는 위상은 투자자가 제작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라는 점에서도 잘 나타난다. 투자 자본이 풍부할 때는 특정 배우가 캐스팅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도 많았다. 최근에는 훨씬 조심스러워진 투자자들이 시나리오를 비중있게 고려하면서 특A급 배우가 출연하기로 한 작품임에도 투자를 거절한 사례가 있어 당사자와 주변에 충격을 안기기도 했으나, 근본적으로 배우가 투자를 유도하는 데 끼치는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배우는 또한 마케팅에서 절대적인 요소다. “배우가 흥행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매력있는 배우는 언론을 움직이는 유일한 수단이다.”(채윤희 올댓시네마 대표)

이같은 이유들 때문에 배우라는 존재는 영화산업에서 독특한 지위를 점하며, 이런 가치를 포괄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배우 개런티다. “생각하기에 따라 스타는 무한가치를 지녔다”(최용배 청어람 대표)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배우 개런티가 얼마든 원칙적으로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상식이다.

그런데 시장논리가 시장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이라면 어떻게 하는가? 현재 영화산업에서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제작비가 이미 시장을 압박하는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한다. 비용을 줄이고 합리적인 수익구조를 창출하기 위해서 무언가 노력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제작자들은 배우 개런티와 마케팅 비용을 첫 번째 절감 대상으로 꼽는다(마케팅은 이 시리즈의 네 번째 주제로 다루게 될 것이다). <조폭 마누라2>의 주연을 맡은 신은경이 4억5천만원의 개런티를 받았다는 사실은 언론에도 보도가 될 정도로 특이한 사례라고 치더라도, 배우 한 사람의 개런티는 최근 영화 한편당 평균 제작비 22억∼25억원 가운데 15% 정도를 차지하며 주연배우 2명의 개런티가 제작비의 20∼25% 가량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작자들에게 이것은 “심각한 선”이다. 또한 배우 개런티는 그 자체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을 뿐더러 헤드(head)급 스탭 개런티 등 제반비용을 함께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초점이 된다.

이번에 인터뷰한 각계의 영화인들은 배우 개런티가 높은 것이 영화산업의 속성상 불가피하다는 기본 인식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승 추세가 다소 비정상적이고 특히 제작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심지어 배우 입장을 대변하는 매니지먼트사의 대표조차도 “마켓이 작은데 시장 대비 개런티를 높게 받는 것은 두루 미련한 짓”(정훈탁 사이더스HQ 대표)이라고까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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