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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8주년 연속특집1 - 충무로 리포트 [1]

한국영화산업 X-RAY 점유율 45% 시대의 고민, 8대 과제로 짚어본 한국영화산업진단 시리즈

지난해 영화산업 전체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투자사와 제작사의 사업 수익을 기준으로 볼 때 2001년에는 290억원의 흑자였던 것이 2002년에는 477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투자총액 2300억원 가운데 극장수익과 부가판권을 포함해서 회수된 금액이 1840억원, 작품 한편당 손실액은 6.3억원이다(자료제공: IM픽처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해 영화산업의 수익률을 -18%로 집계했다.

쉽게 말해 100원 투자하면 20원쯤 손해보는 장사를 했고 영화를 만드는 족족 6.3억원씩 까먹느라 바쁜 한해를 보냈다는 거다. 자본이 줄줄이 도망가고 남아 있는 투자도 위축되었으며 제작현장이 얼어붙어 있다는 풍문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닌 셈이다. 반면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45%를 넘나들고 박스오피스는 여전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호황 속의 위기, 어찌된 영문인가?

우선 관람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진단이 가능할 것이다. 이는 업계 전체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데다 아무에게도 반성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영화산업 종사자에게는 행복한 해결책이 된다. 그러나 혹은 동시에, 책임감을 갖고 일해온 모든 영화인들은 거의 예외없이 산업 시스템 내부를 점검해야 한다는 데에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호황기에 제작비 규모가 급상승했으며 무모한 상승 추세가 마침내 시장 규모를 넘어선 정도로까지 진행된 것이 문제의 근본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인식에 따르면 해법은 영화산업의 전 분야를 진단하면서 각종 비용을 합리적으로 절감하고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모색하는 등 좀더 고도로 산업화된 전략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이는 제작현장 전반에 걸쳐 점차 공감을 얻어가는 중이다.

성장국면 속에서 주춤거리며 조정기를 통과하고 있는 한국 영화산업, 바로 지금 그 현장과 어깨를 나란히하는 것. <씨네21>이 영화산업 시스템 점검이라는 기획 시리즈에 착수하게 된 의도다. 앞으로 총 8주에 걸쳐 배우, 제작, 배급, 마케팅, 해외 판매, 영화진흥위원회, 노동조합, 인력 교육 등 산업의 중추분야와 핵심이슈를 다루게 될 것이다.

이런 현실은 한국만이 겪는 특이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 할리우드 역시 1990년대 들어 같은 문제에 직면했고 1999년은 대형 스튜디오들이 이런 문제에 정면으로 맞붙은 해였다(다키야마 스스무, <할리우드 거대 미디어의 세계전략>). 시장을 향한 이들의 인위적인 노력과 자제력이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사실은 한국의 충무로에도 고무적인 정보다.

또한 영화산업을 체계적으로 지면에 불러들인다는 것은 단순히 상황적인 문제의식에 그치지 않고, 영화라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관계맺는가라는 근본적인 관점과도 연결된다.

관점의 문제를 절감하게 된 개인적인 경험이 있다. 영화계 경력을 기자 혹은 연구자로서 이어오다가 최근 3년 동안 제작사에서 일했는데, 그때 이루어진 발상의 전환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기획-파이낸싱-제작-배급-마케팅-해외업무 등 일련의 산업적 연결고리에 속한다는 것은 그 이전의 모든 경험과 근본적으로 다른 원리를 필요로 했다. 그 ‘다름’이라는 게 어찌나 다르던지, 똑같이 영화라는 이름으로 부르지만 마치 하나의 육체에 두개의 영혼이 깃든 사람을 마주대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제작현장과 평론활동을 병행했으므로 내 안에서 두 영혼을 소통시키는 것은 절실한 요구였다. 이것이 단지 한 개인의 특수한 문제일까?

맥락이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최근에 배우 차승원이 의도적으로 공론화한 문제의식도 이와 유사하다. 그는 <선생 김봉두> 개봉을 전후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 들어 부쩍 영화판에 돈줄이 마르고 있지만 그나마 최근 한국영화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이 코미디다. 홀어머니와 두 아들이 있다. 큰형은 공부 좀 한다며 집안일은 나 몰라라 한다. 배운 것 없는 천덕꾸러기 동생은 가출해서 몸으로 때우며 일해 모은 돈을 집에 부친다. 큰형은 그 돈으로 공부하면서도 동생을 인정하지 않는다. 두 아들 중에서 누가 더 효자인가”라는 요지의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했다. 우리 사회에서 영화를 둘러싸고 비즈니스와 크리에이티브라는 서로 다른 관점이 고급과 저급이라는 잣대와 뒤엉켜 충돌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이런 담론 체계를 뒤틀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알아듣기 쉬운 우화로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기획 시리즈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과도 소통하는 측면이 있다.

시리즈의 서두는 배우 편이 연다. 배우가 본디 영화의 생산과 소비의 교차점에 서 있는 존재이듯이, 이번에도 최전방에 서서 우리의 소통이 쉽고 빠르게 개시되도록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여기서 개진되는 의견과 문제의식은 사실 배우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산업의 전 방위에 걸쳐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일 것은 이 시리즈가 특정 분야나 조직, 개인을 비판하거나 선정적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을 갖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발전적인 의도에 바탕을 둔 입장과 생각들이 풀어놓여져 왕성하게 부딪치고, 한발 더 나아가 합리적 조율점을 발견할 수 있다면 이 시리즈는 자신의 소임을 최고로 달성하는 것이다.김소희 cwgo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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