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제5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 발표 - <에너미>의 허성욱[5]

시놉시스 >>

최 형사는 도박자금이 떨어지자 현금을 대신해 차와 권총까지 맡기면서 벼랑 끝으로 몰린다. 국회의원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최 형사는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달려든다. 그와 내연관계에 있는 민 기자는 늘 1면 톱을 장식하고 싶어하는 출세지향적 인물이다. 이런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이들은 국회의원 살인사건을 자신들의 신분상승을 위한 기회로 여긴다. 최 형사는 양아치들만 골라서 돈을 뜯는 반항아적 소년을 찾아내 몰아붙인다. 소년은 마지막까지 범행을 부인하지만 조작된 물증으로 사건은 종결된다. 소년은 교도소에서 온갖 모욕을 받으며 복수를 결심한다.

경찰의 영웅이 된 최 형사 앞에 또 다른 살인사건이 터진다. 이번에는 재벌회장이다. 최 형사는 뒤늦게 사건현장에 남은 메시지에 주목한다. 김지하의 시 <오적> 속에 나오는 대상이 차례로 희생자가 되고 있었던 것. 첫 번째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였던 소년에게 진짜 범인과 최 형사, 민 기자가 잇따라 면회를 가고, 곧 소년의 탈옥 소식이 전해진다. 마침내 찾아낸 범인을 두고 최 형사는 입막음을 위해 체포현장에서 살해하려 든다.

발췌 >>

#1. 형사 3반. 실내, 오후 분주하게 움직이는 형사들의 모습이다. 문 밖에서 십여명의 기자들이 아우성이다. 그 속에 민 기자의 모습도 보인다. 민 기자, 형사반으로 들어가는 최 형사와 눈이 마주친다. 두 사람 사이로 흐르는 눈빛의 교환.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용의자 윤곽은 나왔습니까? 정치권에서는 부유세 법률안 심의를 앞두고 정치적 암살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는데….”

#2. 권 의원 집 앞. 실외, 오후 권 의원 살해현장을 살피는 최 형사. 길가에는 권 의원이 여당에 입당한다는 소식을 전하는 신문이 떨어져 있다. 이때 벤츠 한대가 들어와 선다. 차에서 내리는 보좌관.

“제가 본 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제가 의원님 데려다드리고 갈 때 검은 장갑을 끼고 우비를 입은 자전거 탄 남자가 지나갔고…. 좀더 가다보니 고등학생 정도의 교복 차림의 소년이 지나갔습니다. 그 소년 얼굴에는 큰 화상이 있었어요.”

#3.학교 뒷마당. 실외, 오후 몇명의 학생이 양아치들에게 린치를 당하고 있다. 돈을 그들에게 주는 학생들. 멀리서 지켜보다 그들에게 다가가는 소년. 삽시간에 네다섯의 양아치들을 때려눕힌 소년이 주머니를 뒤져 돈을 챙긴다.

학생, (손을 내밀며) “고마워, 너 아니었으면 학원비….”

소년, (그 손에 침을 뱉어버리며) “다음부턴 내가 직접 뺐을 거다.”

#5. 호송버스 안. 오후 다른 죄수들과 함께 포승줄에 묶인 채로 버스에 오르는 소년. 버스가 출발하고 험상맞게 생긴 다른 죄수들이 소년에게 시비를 걸어보지만 소년은 관심이 없고 이내 무표정이다.

#6. 회장의 서재, 실내, 오후 책상에 신문을 펼친 채로 엎어져 죽어 있는 회장의 모습이 보인다.

최 형사, “어, 이 형사. 어떻게 된 거야? 강도인가?”

이 형사, “아니요, 분실된 물건은 전혀 없답니다. 분식회계 비리 연루 때문에 신문에 오르내리긴 했지만….”

#7.국가수. 실내, 오후 연구소에는 대형보드에 몇백 가지 단어 조합들의 경우의 수들이 붙어 있다.

박사, “성분 분석 결과가 나왔는데 회장이 들고 있던 펜과 신문에 체크된 펜의 성분은 같은 거야. 범인이 체크하는 걸 시킨 거 같아. 체크된 단어들을 조합할 경우의 수는 엄청난데, 밤새 연구원들이 일단 문장을 완성해봤어.”

천원 공사 오원에 쓱싹 노동자 임금은 언제나 외상외상

#8. 민 기자의 집. 실내, 오후 민 기자, “어디서 봤던 문장인 건 같은데.”검색 엔진에서 “천원 공사 오원에 쓱싹…” 키보드에 타이핑을 한다. 엔터를 누르는 민 기자의 손.변혁으로서의 문학과 역사-김지하의 담시 ‘오적’…, 으로 시작되는 화면이 뜬다.

#9. 공무원 집 앞. 실외, 오후 세 번째 살인사건이 벌어진 공무원 집. 엎어져 죽어 있는 공무원 책상 위는 다량의 서류뭉치가 흩어져 있고, 바닥엔 지폐뭉치가 널려 있다. 최 형사가 김지하의 시집 한 구절을 읽는다.

“되는 것도 절대 안 돼. 안 될 것도 문제 없어. 책상 위엔 서류뭉치, 책상 밑에 지폐뭉치.”

최 형사, “왜 이 동네에서만 일어나는 거지…. 이 동네를 잘 아는 사람인가….”

이 형사, 자전거를 타고 신문 배달하는 사람을 바라본다. 원하는 곳으로 신문을 정확하게 던지는 배달원.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