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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산업 X-Ray 2 - 제작시스템의 표준형 찾기[1]
문석 2003-05-09

합리적 제작비를 위한 모델을 찾아라

한국영화산업 진단 시리즈 2편 - 제작시스템의 표준형 찾기, 3가지 모델 제안

광풍은 지나갔고, 재건(再建)을 위한 움직임이 조용히 시작됐다. 이건 이라크 이야기가 아니다. 2003년 초반 한국 영화계의 풍경에 관한 말이다. 조정기를 통과하고 있는 한국 영화산업의 골간들을 살펴보려는 영화산업 진단 시리즈는 제1탄에서 배우 개런티 문제를 조명한 데 이어 제2탄에서 제작부문을 검토한다.

거품과 지방질이 가득한 작품 기획서를 만들던 제작자들은 지금 불필요한 요소를 줄이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영화 제작시스템을 합리화하고 체계화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합리화’의 핵심은 시장의 수용 한계에 육박하고 있는 제작비 규모를 여하히 절감할 것인가로 모아진다.

그런데 합리적인 제작 규모라는 게 어느 정도이고 방식이 어떠해야 하는지는 작품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현재 한국에서 제작되는 영화 유형을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각각의 범주를 해명함으로써 그에 따른 표준화된 제작 패러다임의 가능성을 찾아보려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그리고 모든 경우에 두루 참조될 수 있으리라고 보이는 제작비 절감의 노하우도 곁들였다.

모든 작품의 제작비를 제작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충무로에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영화 제작시스템의 기본 모델은 무엇인가. 여기 ‘버전 1.0’을 제시한다. -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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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제작시스템을 합리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주장은 그동안 한국영화가 무분별하고 비체계적으로 제작돼왔다는 상황 인식에서 비롯된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혹자는 그동안의 한국영화에서 감독이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행사해왔다는 점을 꼽는다. 소재 선택에서부터 시나리오, 연기자 선정, 제작 규모, 촬영 계획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감독의 의사가 우선시되다 보니 일정과 비용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이런 감독 위주의 시스템은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영화 신중흥의 주역이기도 하다. 비용이나 일정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감독이 원하는 바를 집요하게 관철해나갔던 ‘시스템 아닌 시스템’ 속에서 가 탄생했으며, <박하사탕>이 만들어졌고, <조용한 가족> <공동경비구역 JSA>, 그리고 <살인의 추억>이 배태됐다. 한국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감독 중심의 영화는 한국영화의 고유한 외연과 내포를 형성하는 주요한 계기를 만들었다.

이같은 모순 사이에 해법은 있는가. 투명화-수익성 제고-시스템 구축이 한국영화 제작시스템의 합리화에서 주요한 키워드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합리화라는 명분이 일제히 모든 영화의 제작비를 감축해야 한다거나 일정을 축소해야 한다는 식의 ‘전가의 보도’가 되어선 안 된다. 한국영화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진정한 합리화라는 관점에서, 모델화는 문제를 드러내고 대안을 찾을 수 있게 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단, 전형적인 작가주의 영화는 감독에게 전적인 결정권이 주어져왔고 또 그래야 하므로, 산업화 모델에선 모델에서 제외했다)

A. 표준형 모델 = 프로듀서 - 기획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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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컨셉으로 승부하는 영화.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영화’, 혹은 ‘상품으로서의 영화’를 지향하는 이들 영화는 기본적으로 저비용 고수익을 절대적인 지상과제로 삼아야 한다. 자연 최소의 비용과 최단 시간의 노력으로 안정적 최대의 관객을 획득하는 게 기본 전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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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의 참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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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기획영화의 경우 성공요건의 절반은 아이템이 차지한다. 윤제균 감독이 <색즉시공>을 준비할 때, 시나리오 대신 A4용지 1∼2장에 적은 아이템만으로 투자사와 계약을 맺었다는 데서도 그 중요성은 알 수 있다. “일단 아이템이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선생 김봉두>를 성공시킨 좋은영화의 김미희 대표의 말처럼 아이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움이다. 실제로 <조폭 마누라> <달마야 놀자> <엽기적인 그녀>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 성공적인 기획영화는 어떤 의미에서건 새로움을 갖고 있다. “새로운 재미, 새로운 감동, 새로운 볼거리 중 하나만 성공하면 100만, 2개면 200만, 3개면 300만”이라는 두사부필름의 생각은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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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 +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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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과 개발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당연히 기획자다. 이 분야에선 신씨네 신철 대표가 선구자이자 최고수로 인정받는다. “새롭지만 대중의 감성에서 반보만 앞서가는” 그의 노선은 귀감이 된다. 제작에 돌입하면 무게중심은 프로듀서(그 두 역할을 한 사람이 맡는 경우도 많다)로 옮겨간다. 프로듀서는 해당 아이템과 시나리오가 어느 정도의 관객동원력을 갖는지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하며, 성공을 위해 중요한 지점을 짚어낼 수 있어야 한다.

포인트 1 >>

적정한 예산과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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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을 극대화하려면 예산은 20억∼25억원 선에서 조절해야 한다. 촬영기간 또한 3∼4개월이 적당하다. <색즉시공>의 경우 순제작비는 25억원, 촬영기간은 2개월(40회)이었다. <엽기적인 그녀>도 순제작비 17억원, 촬영기간은 3.5개월(45회)이었으며, <몽정기>는 17억8천만원에 2.5개월(44회)이 들었다. 성공작인 A영화의 경우 순제작비가 21억원이 들었다. 표1에서 보이듯 각 파트에 대한 예산배분도 고른 편이다. 미술비용의 비중이 다소 높은 것은 스튜디오 촬영이 많았기 때문이다. 배우들 스케줄을 조절하지 못해 촬영에 4개월 반이 걸린 것은 옥에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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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인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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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영화의 스타 의존도는 절대적이지 않다. <몽정기>나 <두사부일체>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오히려 새로운 스타를 배출하면서 성공을 거뒀다. <선생 김봉두>는 톱스타인 차승원을 기용했지만 1명에 국한함으로써, 5개월 동안 촬영에 20억2천만원이라는 컴팩트한 제작비를 들일 수 있었다. A영화 또한 주연 개런티가 제작비의 15%를 넘지 않았다.

포인트 3 >>

철저한 제작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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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일정과 예산을 무조건 지켜야 한다. 윤제균 감독은 “<색즉시공>을 찍을 때 솔직히 10회만 더 썼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만큼 일정과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참았고 결과적으로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A영화도 애초 예산인 19억2500만원에서 8% 정도만을 초과해 나름의 성공을 거뒀다.

프로듀서 - 기획영화 성공작의 사례

촬영기간과 촬영횟수

4.5개월, 56회

후반작업 기간

1개월

필름사용량

17만7천자

스탭 수

50명

기획개발비

6500만원(3.1%)

연출, 제작, 촬영, 조명, 녹음 비용

4억9900만원(23.8%)

미술비용

2억8600만원(13.6%)

로케이션 비용

2억1300만원(10.1%)

운송 비용

1억2700만원(6%)

후반작업비용

1억8700만원(8.9%)

순제작비(최초 예산)

21억원(19억25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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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에 대한 참고사항

* 비용 항목 중 괄호 안의 수치는 순제작비 대비 비율. * 각 항목은 인건비와 장비비용을 모두 더한 것임. * 기획개발비는 기획 및 개발, 시나리오 작업까지 포함. * 미술비용에는 미술, 세트, 소품, 컴퓨터그래픽, 의상, 분장 등이 모두 포함. * 연기자에 대한 비용과 경상비 등은 제외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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