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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2 리로디드> 스포일러 [5]
김현정 2003-05-23

패션

“시대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최근 패션쇼, 비디오게임, 만화책을 일부러 멀리하며 오로지 시나리오에만 의존했다.” <매트릭스2 리로리드>의 의상담당 킴 베럿의 말이다. 네오와 트리니티, 모피어스의 의상과 100명의 스미스, 인간도시 ‘시온’인들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매트릭스풍’ 옷차림은 2003년 가을, 겨울 시즌의 패션 트렌드를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5월12일치에서 유명 디자이너들의 ‘2003년 가을 컬렉션’에는 ‘매트릭스’풍 디자인이 눈에 띈다고 소개했다. ‘매트릭스풍’이라고 명명되진 않지만 이미 올 가을, 겨울 컬렉션에는 미니멀한 트렌치코트와 가죽재킷 사이버틱한 광택 소재의 의상이 많이 등장했고 다양한 톤온톤 블랙 화이트 그레이의 무채색 컬러가 세련미를 더하고 있다.

☆ ☆ ☆ ☆ ☆ 오리엔탈리즘 & 멀티믹스 사이버 펑크 미니멀의 시크함과 히피 빈티지의 내추럴 패션이 다라면 <매트리스2 리로디드>의 패션은 전편과 다를 바가 없다. 새롭게 등장한 시온인들을 표현하는 코드로 킴 베럿은 오리엔탈리즘으로 점철된 멀티믹스 패션을 선보였다. 제3세계 패션을 총망라한 이들은 지난해부터 4대 컬렉션에서 줄곧 선보인 폭 커스텀(folk custom) 에스닉 무드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대안적인 신세계를 패션으로도 표현하고자 했던 영화의 의도는 지도자에게 그리스 로마 시대의 튜닉을, 대중에겐 인도의 사리와 펀자비를, 선장에겐 투우사의 그것보다 더 견고한 제복스타일의 패션을 부여하는 것으로 빈곤한 상상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활활 타오르는 시온의 축제는 화려한 트리밍이 가미된 비즈와 탱크톱 미니 스커트 등 섹시라인의 최근 여성복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

☆ ☆ ☆ ☆ ☆ 네오 ‘빨간약? 파란약?’ 파란약을 집어든 우리는 매트릭스 세계로 빠져든다.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이 갑자기 ‘사이버 펑크’, ‘시크한 미니멀’ 스타일로 변모한다. 매트릭스에서 네오와 트리니티, 모피어스의 의상은 다양한 블랙의 변주로 미니멀을 추구한다. 검정 트렌치코트에 선글라스를 매치한 네오의 의상은 그의 심리상태를 반영하듯 ‘알 수 없는’ 아방가르드 스타일을 제안한다.

☆ ☆ ☆ ☆ ☆ 트리니티 영화 이벤트 의상으로 많이 등장하는 트리니티의 패션은 의외로 단순하다. 사이버 펑크룩의 전형을 보여주는 검정 가죽과 실버 광택은 식상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네오, 트리니티, 모피어스의 조화는 매우 훌륭하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라는 말처럼 전투시 누구보다 쿨한 트리니티의 캐릭터라면 단순한 그의 의상은 매우 적절하다. 벨이 울리고 네오 일행은 녹색의 사이버 공간을 지나 ‘빨간약’의 이상한 나라로 진입한다. 이제 그들의 오프타임 의상을 눈여겨보자. 니트와 우븐 티셔츠, 편안한 라인의 바지가 전부다. 그럼에도 어딘지 멋스러운 이유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지속되고 있는 내추럴 빈티지 트렌드의 영향. 해진 듯한 워싱과 블루 그레이 베이지 색감의 니트는 어둡고 축축한 전함의 공간과 어우러져 우울하지만 희망적이고 편안하다. 몸의 선을 드러내지 않는 트리니티의 워싱 블루 니트는 아마 올 가을 인기있는 아이템으로 등극하지 않을까? 그만큼 편안한 트리니티는 매력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축제의 열기가 절정에 달하는 가운데, 네오와 트리니티의 사랑은 트리니티의 의상으로 극대화된다. 로맨스 모드로 돌입한 그의 의상은 매우 여성적이라는 의상 담당자의 말처럼 트리니티의 살굿빛 실크 드레스는 단 3초도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지극히 고혹적이며 섹시하다(네오가 세상을 구원하는 일보다 트리니티를 구하는 일을 먼저 한 것도 이해가 간다).

☆ ☆ ☆ ☆ ☆ 모피어스 대사를 시작하면 5∼6분 이상은 중얼거리는 모피어스는 당연히 네오의 것보다 맥시멀하다. 디테일이 가미된 와인색 트렌치코트에 몸에 꼭 맞는 조끼, 폭넓은 넥타이는 미니멀하지만 은근히 드러나는 그의 복잡함을 표현한다. 이에 반해 전투시 누구보다도 ‘쿨’한 트리니티의 사이버 펑크룩 패션은 검정 가죽과 은빛 광택만으로도 충분히 파워 있다.

☆ ☆ ☆ ☆ ☆ 페르세포네 네오를 유혹하는 팜므파탈 역의 페르세포네의 의상은 흰색 고무소재로 만들어진 부자연스럽지만 섹시한 패션. 페르세포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지하의 여신이자 하데스의 아내다. 차갑고 사악한 속성을 표현했다는 의상 담당 킴 베럿은 페르세포네의 사악한 존재감을 패션을 통해 현대적으로 재창조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세상을 구하는 성녀 트리니티의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실크 리넨 드레스와 악녀 페르세포네의 화려하지만 인위적인 고무소재 드레스는 의미가 다른가? 남자를 좋은 길로 인도(?)하는 트리니티와 나쁜 길로 유혹(?)하는 그들의 의상은 이렇게 차별화된다. 여성의 의상에 관한 한 형제 감독의 시선은 고정 관념을 벗어나지 못했다.

☆ ☆ ☆ ☆ ☆ 스미스 요원 악역을 맡은 스미스는 미니멀 패션의 극치를 보인다. 네오와의 전투신에서 우글거리던 100명의 스미스가 짜증나지 않았던 건 그의 미니멀한 의상 덕분이다. 타이트한 재킷에 폭좁은 넥타이, 적절한 통의 바지가 흐르는 듯 몸에 딱 들어맞고 더해진 은빛 넥타이핀은 ‘스미스’가 인간이 아닌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이용옥/ <패션비즈> 기자

액션

절대 따를 수 없는 전율

☆ ☆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첫 부분에서 에이전트 스미스와 재회한 네오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업그레이드됐군”이라고 내뱉는다. 스토리보드를 그리면 현실이 된다고 믿는 워쇼스키 형제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매트릭스> 시리즈의 액션장면을 책임진 무술감독 원화평과 시각효과감독 존 가에타, 그들을 뒤따른 수많은 스탭과 배우, 스턴트맨들은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매트릭스> 시리즈의 속편들은 “절대 따라할 수 없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워쇼스키 형제의 장담을 부끄럽지 않도록 하기 위해 특수효과에만 4천만달러를 쏟았다.

☆ ☆ ☆ <매트릭스> 제작진이 뛰어넘어야 했던 첫 번째 장벽은 1편을 전설로 만들었던 ‘불릿 타임’( Bullet Time)이었다. ‘불릿 타임’은 코닥 카메라 120대를 원형으로 배치하고 정지동작을 동시에 촬영한 다음 컴퓨터 작업을 거치는 기법. 마치 카메라 한대로 인물 주변을 한순간에 360도 회전한 것 같은 착각을 주는 이 기법은 트리니티가 공중부양하는 장면에 사용돼 <미녀 삼총사> <무서운 영화> 등에서 패러디됐다. <매트릭스2 리로디드>는 훨씬 더 빠르게 회전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고가의 소니 900HD 카메라 다섯대로 배우를 촬영한 다음, 카메라가 찍지 못한 빈 공간에서 나올 수 있는 동작의 데이터를 숫자로 변환시켜 컴퓨터 안에서 영상으로 변환시켰다. 네오가 100명으로 자가복제한 스미스와 싸우는, 축지법처럼 공간을 축소시킨 듯 빠른 동작은 이처럼 값비싼 기술의 결과이다. 그러나 몸으로 때워야 하는 부분 역시 1편보다 늘어났다. 키아누 리브스는 5분30초 남짓한 이 장면을 찍기 위해 500가지가 넘는 동작을 익혀야 했다. 얼음을 채운 욕조에 누워 화끈거리는 멍자국을 식히면서, 리브스는 척추수술 후유증 때문에 손동작을 주로 구사했던 1편의 대가를 치렀다고 한다.

☆ ☆ ☆ 리브스와 로렌스 피시번, 캐리 앤 모스가 모두 1편보다 훈련을 강화했지만 10년 넘게 쿵후를 연마한 고수들에게 미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원화평이 맞닥뜨린 문제였다. 네오가 오라클의 보디가드에게 신고식을 치르는 장면은 일대일로 진행되는 결투였다. 보디가드 세라프를 연기한 콜린 초는 쿵후의 달인, 리브스는 아장거리는 초보자. 원화평은 “본질적으로 대등한 두 캐릭터가 동등하게 겨룰 수 있는 균형”을 찾고자 했고, 두 배우의 노력으로 찻집의 결투는 서로가 서로를 확인할 수 있는, 1편의 가라테 도장장면에 비할 만한 액션으로 완성됐다. 스미스 역의 휴고 위빙은 리브스보다는 조금 편안했다. 100명의 스미스 요원 중 휴고 위빙과 12명의 스턴트맨은 실제 사람이었다. 스턴트맨들은 위빙과 똑같은 동작을 익힐 것과 동시에 위빙보다 나은 기량을 선보여선 안 된다는 주문에 맞추느라고 수없는 연습을 거쳐야 했다. 가장 즐거웠던 사람은 난생처음 일본도를 쥐어본 로렌스 피시번. 1편과 달리 봉과 검, 곤봉 등의 전통무기가 동원되는 <매트릭스2 리로디드>를 찍으면서 피시번은 “내가 잘할 수 있다니”라는 경이로운 경험에 빠져들었다. 그는 고대 호걸처럼 호쾌하게 검으로 자동차를 내리친다.

새로운 기술과 한 단계 높아진 쿵후 훈련이 사람들의 몫이었다면, 자본은 상상할 수 있는 이상의 물량을 투입하는 역할을 맡았다. <뉴스위크>가 가장 먼저 독점보도했던 고속도로 추격장면은 돈만 있다면 못할 것이 없다는 진리를 보여준다. 3.2km에 달하는 고속도로를 건설한 제작진은 후원으로 받은 GM 자동차 220대 중에서 절반을 파괴하는 위력을 발휘했다. 한꺼번에 60대 이상의 자동차가 질주하는 고속도로에서 모터사이클과 트럭과 순찰차가 동작을 교환하는 14분 분량 장면을 7주에 걸쳐 찍으면서 워쇼스키 형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식을 한꺼번에 동원했다. 동작을 짤 때는 미니카를, 완성된 영상을 짐작할 때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이다. 물론 이때도 편하게 앉아 있는 워쇼스키 형제 앞에서 캐리 앤 모스는 “죽음을 느끼면서” 키메이커를 뒤에 태우고 시속 80마일로 진짜와 다름없는 고속도로를 달렸다. 역시 감독이 좋다.김현정 para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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