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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2 리로디드> 스포일러 [1]
김혜리 2003-05-23

당신이 <매트릭스2>에 대해 알고 싶었으나 묻기를 두려워했던 모든것<매트릭스2 리로디드> 스포일러 혹은 <매트릭스> 사전

★ ★ ★ ★ ‘네오’라고 이름 붙인 할리우드의 새로운 메시아가 지상에 강림한 것은, 공교롭게도 1999년 부활절 주말이었다. 애초에 만화책을 염두에 두고 기획됐던 <매트릭스>는 미국 박스오피스 1억710만달러, 세계 박스오피스 4억6천만달러를 휘날리는 검정 코트자락에 쓸어담으며 종종 이름값을 못하는 블록버스터들과 달리 글자 그대로 대중문화 블록을 통째로 날려버렸다.

지금 여기 우리의 삶이란, 기계(Artificial Intelligence)들이 인간의 생체 에너지를 약탈하기 위해 고안한 인터랙티브 가상 현실 프로그램의 메아리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이 영화는 확실히 ‘정상’이 아니었다. 1년에 한두번 극장을 찾는 중년 관객과 정열적인 SF 영화광, 인식론을 강의하는 철학과 교수와 게임방에 틀어박힌 10대들을 동시에 열광시킨 영화. 이집트의 피라미드만큼이나 오래된 인간의 존재론적 물음에 관한 사색인가 싶으면, 선글라스를 근사하게 쓰는 방법에 관한 고찰 같기도 한 영화. 한쪽에서 <매트릭스>의 대사를 제목으로 인용한 철학서가 출간되는 동안, 영화와 뮤직비디오, CF에서는 카메라가 느린 총알처럼 공중을 휘도는 이미지가 무한대로 복제되었다.

과연 누가 매트릭스의 진짜 얼굴을 보았는가? 사람들은 마치 똑바로 볼 수 없는 메두사의 머리를 논하듯 각자의 방패를 치켜들고 거기 비친 반영을 묘사하느라 바빴다. <매트릭스2 리로디드>의 스미스 요원처럼 <매트릭스>는 끝없이 복제되는 일종의 바이러스가 되어 미디어를 포위했다. 할리우드 업계지 <버라이어티>는 <매트릭스>를 ‘예술적, 상업적, 문화적 해트트릭’이라고 재치있게 명명했다.

★ ★ ★ ★ 2003년 5월. <매트릭스2 리로디드>는 드디어 3부작을 재장전했다. 기다림으로 충분히 예열된 우리의 뇌파는 다시 매트릭스의 내부로 업로드될 시간을 맞이했다. <매트릭스> 시리즈의 투자, 배급사 워너브러더스가 파악한 4월28일 현재 <매트릭스2 리로디드>의 미국 내 인지도는 95%. 티켓 구입으로 연결될 적극적 관심도 역시 89%에 이른다. 유례없는 수치다. 그러나 1편의 ‘위대한 유산’은 무거운 짐이기도 하다. <와호장룡> 같은 정파 고수와 <더 원> 등의 아류 사파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장에 귀환한 <매트릭스2 리로디드>는 그동안 누적된 관객의 기시감과 다소 억울한 싸움을 벌여야 할 처지다. 게다가 3부작의 2편이란 숙명적으로 1편이 제공하는 신세계의 쇼크도 3편의 대단원이 폭발시키는 카타르시스도 가질 수 없는 도중(途中)의 장소다. <매트릭스> 1편이 발휘한 문화적 파괴력 역시, 속편이 쟁취하기 불가능한 전리품이다.

하나의 문화상품이 <매트릭스>급의 태풍을 일으키는 데에는 작품의 성취도와는 별개로 시대와 이루는 호흡이 결정적이게 마련. <매트릭스> 1편은 적시타였다. 1990년대 말 시뮬라크르니 가상 현실이니 추상적 단어를 통해 유령처럼 배회하던, 모든 사람이 느끼면서도 구체적이고 일관된 이미지와 스토리로 엮어내지는 못했던 현대의 속성을 처음 영화로 변환한 개가였다. 그 절묘한 개기일식의 타이밍은 지나갔다.

★ ★ ★ ★ 하지만 모피어스의 옛 연인 니오베의 말대로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도 존재한다. 포장을 벗긴 두 번째 매트릭스 신화는 여전히 영화적 장관(壯觀)과 철학적 명상의 결합체다. 많은 관찰자들이 지적했듯이 <매트릭스> 신화는 재패니메이션, 성경, 보드리야르, 그리스 신화, 쇼펜하워, 헤르만 헤세판 불교의 샘플링이면서 스스로도 다른 대중문화의 창작자들이 곁눈질하는 ‘원전’이 되고자 하는 야심을 고수한다. 워쇼스키 형제는 물이 풍부한 호수를 만들고 싶어한다. <매트릭스2 리로디드>의 현란한 액션과 더욱 현란한 메시지 뒤에 들려오는 “이걸 한 번 베껴보시지?”라는 워쇼스키 형제의 속삭임은 강자의 비아냥인 동시에 진심어린 부탁이기도 하다.

‘믹스&매치&레이어드’로 요약할 수 있는 <매트릭스>의 스타일 전략과 게임 <엔터 더 매트릭스>와 애니메이션 <애니매트릭스>를 통해 팽창하는 ‘매트릭스 월드’는 속셈 빠른 프로듀서 조엘 실버와 스튜디오에도 반갑다. 소품에서 상징까지 완비된 독자적 세계를 밑천으로 액션 피겨 장난감부터 외전 만화책까지 이윤을 극대화한 <스타워즈>를 보라. 영리한 워쇼스키 형제는 <스타워즈>의 탄탄대로를 따르면서 한편으로는 잊지 않고 지적 토대를 과시함으로써 명성 높은 원작을 거느린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위엄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 ★ ★ ★ <매트릭스> 3부작이 손아귀에 꽉 쥐고 있는 예술적, 상업적, 문화적 야심은 관객의 오기 역시 자극한다. 오직 우리를 숨막히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액션 클라이맥스만 즐기며 영화의 표면을 서핑하는 것도 당당한 감상법이지만 2편으로 전체의 2/3를 노출시킨 <매트릭스>의 더욱 깊어진 토끼굴은 자연히 관객에게 나침반과 지도를 구하게 만든다.

여기 우리는 <매트릭스2 리로디드> 공개에 즈음해 몇몇의 키메이커를 소집했다. 영화 한편을 이해하는 데 참고서까지 따라붙는 일이 과연 온당할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매트릭스>와 같은 영화에서 ‘독도법’은 영화를 여행하는 가장 흥미진진한 하이킹 코스를 열어줄 수 있다. <매트릭스2 리로디드>가 제 아무리 트리니티와 네오의 열애를 예찬하고 원시의 카니발을 재현한다 해도 <매트릭스> 시리즈는 변함없이 열정보다 냉정을, 도취보다 방향 감각을 요구하는 ‘건축된’ 영화이기 때문이다. 글 김봉석/ 영화평론가 · 김장호/ 도상학연구가 · 이용옥/ 패션비즈> 기자 김혜리 기자 · 편집 심은하 ·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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