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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산업 X-ray 5 - 현장 스탭의 처우개선 [1]

직능조합으로 전문성 향상과 처우개선을!

한국영화산업 진단시리즈 5편-무로 현장 스탭들의 처우개선운동 현황과 대안

스탭처우개선운동 일지

2001년 3월14일 비둘기둥지(http://cafe.daum.net/vidulgi) 개설

2001년 4월25일 비둘기둥지의 제안으로 대종상 시상식에서 스탭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침묵시위

2001년 4월 촬영조수협회 구성

2001년 5월 영화인회의, 영화진흥위원회, 비둘기둥지 3자가 스탭처우개선을 위한 연석회의 진행, 프로듀서2001 첫 모임

2001년 6월 촬영조수협회 계약안 발표, 조감독협회 준비모임 구성

2001년 7월 영화인회의 ‘제작환경개선 및 근로조건개선위원회’ 발족

2002년 2월28일 조감독협회 창립총회

2002년 7월 영화인회의 제작환경개선을 위한 연구보고 공청회

2002년 11월27일 프로듀서2001, 촬영조수, 조명조수, 조감독협회 4부 조수협회 공동사업 확정

2003년 2월 4부 조수협회 MT- 경과 보고와 향후 전망 모색

2001년 4월25일, 대종상 시상식이 열린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앞에는 “표준계약제를 시행하라”, “40억원 영화에 연봉은 200만원”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스탭 10여명의 시위가 있었다. 비둘기둥지를 중심으로 시작된 스탭처우개선운동은 그때부터 한동안 각종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금, 스탭처우개선운동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이는 많지 않다. 과연 스탭들은 지금 그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조직없이 구호를 외치던 단계를 지나 이제 분야별로 조직을 만들고 있는 스탭처우개선운동의 현재를 들여다보자. - 편집자

01. 비둘기 둥지, 무엇을 이루었나

지난해 12월, 영화사 청년필름은 노조를 설립했다. 노조원은 제작실 5명, 기획실 3명, 총무 1명 등 모두 9명이며 민주노총 산하. 임원이 아닌 정직원은 무조건 가입해야 하는 유니언숍 형태이며 영화별로 계약하는 연출부 등 비정규직에 대해서도 문호를 열어뒀다. 청년필름 대표 김광수씨가 사실상 노조 설립의 배후조종자라 ‘어용’(?) 혐의가 짙지만 영화사에도 노조가 있다는 건 꽤 신선한 일이다. 이전까지 싸이더스나 명필름에도 노조가 있던 적은 있지만 청년필름처럼 적극적인 활동을 보인 예는 없었다(싸이더스에는 지금도 노조가 있지만 영화사업부와 별 관련이 없이 생긴 노조다).

김광수씨는 이렇게 말한다. “명색이 제작환경개선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내가 대표로 있는 영화사에도 노조가 없다는 게 꺼림칙했다. 직원들에게 노조를 만들면 좋겠다고 권유했고 노조가 생기니까 좋은 점이 많다. 직원들이 고용에 대한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고 회사에 대한 소속감도 강해졌다. 별로 내왕이 없던 제작실과 기획실이 친밀해진 계기도 됐다. 임금체계나 조직체계가 분명해지면서 회사가 회사다워진 것도 좋은 점이다.”

회사대표가 나서서 노조를 만든 청년필름은 특수한 예이지만 최근 2년간 스탭처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분명하다. 2001년 봄부터 왕성한 활동을 벌인 스탭처우개선을 위한 인터넷모임 비둘기둥지는 기폭제가 됐다. 비둘기둥지가 스탭의 생존권 문제를 전면에 제기한 이후 스탭 인건비는 약간이나마 올랐다(물론 전체 제작비 상승에 비하면 매우 작은 상승폭이다). 영화인회의 제작환경개선위원회가 지난해 조사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연출부의 보수는 2000년까지 1500만원에서 2500만원 사이를 유지하다 2001년부터 2천만원에서 3천만원 사이로 상승했다. 촬영부, 조명부의 경우엔 조수들의 보수가 크게 나아진 게 없지만 기간별, 회차별 계약이 늘면서 어느 정도 추가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형편.

2001년 4월 25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앞에서 스탭처우개선 인터넷 모임 "비둘기둥지" 회원들이 스탭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할 것을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개별계약이 일반화된 점이다. 예전엔 부문마다 감독이 계약하고 알아서 조수들에게 배분하는 식이었다면 요즘엔 부문마다 감독 외에 조수에 대한 계약을 따로 하는 편이다. 열악한 근로환경에 처해 있는 조수급 인력에 대한 배려이면서 능력있는 조수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 전체적으로 감독 입봉 시기가 빨라지면서 경험 많은 조감독이나 퍼스트급 조수를 구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월급제가 확산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제작부의 경우엔 영화사가 직원으로 고용해 월급을 주는 방식이 일반화됐으며, 명필름의 <YMCA야구단>, 청년필름의 <질투는 나의 힘> 등은 연출부에게도 월급제를 적용했다.

그러나 이런 변화만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연출부 보수가 3천만원으로 올랐다 해도 그걸 4∼5명이 나누는 방식이므로 막내가 받을 몫은 400만∼500만원 수준이다. 조감독인 경우, 한 작품에 보통 2년을 투자하면서 1200만원을 받는다면 연봉으로 따져서 600만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영화가 만들어지면 다행인데 촬영 직전에 무산되면 계약금만 받고 1년 이상 허송세월한 꼴이 된다. 기간별, 회차별 계약이 확산되고 있지만 초과된 노동시간에 대한 보상 역시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촬영이 24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도 특별한 수당을 기대하긴 힘들다. 고용보험, 산재보험, 직장의료보험 등 사회복지 문제 또한 해결되지 않고 있다.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스탭들은 이런 복지혜택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다른 한편으로 임금이나 복지문제만큼 심각한 것은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숙련된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도제시스템이 굳건했던 시절엔 무조건 한 감독 밑에서 일정한 경험을 쌓아야 했지만 지금은 능력만 있으면 일찍 감독으로 발탁되기 때문에 숙련된 조감독이나 조수를 구하는 게 좋은 감독을 만나는 것만큼 어려워졌다. “높은 보수를 요구하려면 거기 걸맞은 숙련도를 보여달라”는 제작자들의 불평도 무리한 것은 아니다. 스탭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라는 요구가 스탭의 전문능력강화라는 문제와 떨어질 수 없는 지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둘기둥지 이후 스탭처우개선운동은 조직화라는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2001년 4월 촬영조수협회, 2002년 2월 조감독협회가 만들어진 것은 부문별 스탭이 모이지 않으면 어떤 요구도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영화인회의도 이런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2002년 7월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영화인회의 내부에 만들어진 제작환경개선위원회는 연구팀을 발족, 스탭처우개선을 위한 대안 마련에 나섰다. 이 밖에 제작부협회는 현재 7명으로 이뤄진 준비위원회를 구성, 올 가을쯤 발족할 예정이며 조명조수협회도 올해 안에 만들 계획. 조감독, 촬영, 조명, 제작부 등 4개 분야가 공조하는 4부 협회 연석회의도 그동안 4∼5차례 모임을 하면서 협회의 전망에 대해 토론을 진행했다. 제작환경개선위원회 위원 안영진씨는 “비둘기둥지가 시위를 하면서 스탭들의 열악한 환경을 알린 것이 1단계였다면 분야별 협회가 만들어진 것은 2단계다. 올해 연말 4부 협회가 모두 만들어지면 3단계로 본격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비둘기둥지 운영진의 일원인 고병철씨도 운동의 중심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현재 최저 임금 가이드라인이나마 제시하자는 의미에서 영화계 윤리선언문을 준비 중이지만 비둘기둥지의 응집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비둘기둥지의 활동도 분야별 협회에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이처럼 스탭처우개선운동이 분야별 협회가 조직되는 단계로 성장한 상황에서 문제의 초점은 단순히 스탭의 보수를 얼마나 올리느냐에 머물지 않는다. 현재 협회를 이끄는 이들의 고민거리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어떻게 조직력을 만들 것인가와 어떻게 전문성을 확보할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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