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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산업 X-ray 6 - 영화진흥위원회 [2]

이러한 상황에 대해 문화관광부도 인식을 같이한다. “최근 3년간 투자조합의 운영성과는 한국 영화산업의 발전과 분리해 판단하기 어렵지만 영진위의 투자조합은 일단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다만 최근 투자조합에 추가적인 자본이 유입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외부환경 요인도 있지만 투자조합 운영방식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수익과 위험(손실) 배분구조 조정, 제작과정의 투명성 증대 등이 우선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문제”(유기선 영화진흥과 과장)라는 견해가 그것이다.

영화계의 여론은 “영진위 펀드가 지금 같은 형태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는 비판에서부터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는 수준의 소극적인 지지, “그간의 경험과 반성을 바탕으로 최소한 5∼7년간의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끌어가야 한다”(유인택 기획시대 대표)는 적극적인 옹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현재 상태에서 합리적인 수렴 지점은 “영진위가 통합적인 영상정책의 전담기구인 한 산업과 문화를 병행하고 양자 사이에 제대로 된 피드백을 형성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며, 펀드는 그 연장선상에서 정확한 내부 평가와 유형 분석을 바탕으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대처해야 한다”(심광현 영상원 교수)는 의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진위가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공공영역 위주로 방향을 전환했더라도 운신의 폭이 그리 크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선 예산과 관련되어 있다. 펀드와 융자를 제외하고 영진위가 실제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은 150억원. 경상비와 인건비 60억원을 제외한 90억원 정도가 정책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올해의 경우 문화다양성이라는 명목에 맞는 예산 편성 비율은 40% 정도인데 그 절대액수가 많지 않은 것이다.

이 부분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려면 문화관광부와 기획예산처의 국고 운영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공공영역에 대한 지원이 산업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체계적으로 논리화시키는 문제가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영진위 외곽에 실질적인 상임연구 인력을 재생산하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고 실제로 어느 정도 훈련된 인력 풀도 형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진흥 계획의 큰 틀이 2년 만에 실효를 다하고 영진위가 시장과의 적절한 역할분담을 요구받게 되었다. 새로운 연구영역에서 고도의 전문가가 양성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영진위는 기본적으로 연구를 경시하는 경향이 있고, 영화담론은 새로운 의제를 생산하지 못하고 기존의 담론체계 안에서 양극화되고 있다”(조준형)는 소장 연구자의 문제제기는 경청할 가치가 있다.

공공영역에 대한 지원과 관련하여 무엇보다 큰 쟁점은 영진위가 여전히 제작 위주의 지원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영진위가 펼치기로 한 총 18개 항목의 진흥사업 가운데 대부분이 제작쪽에 집중해 있다. 대안적 배급에 관해서는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 방송과의 통합 테이블 마련을 위한 노력, 미디어센터 건립 등이 주력 안건으로 추진되고 있기는 하지만, 사업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돈을 배정하는 데 있어서는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1기 위원회 시절의 사업 방식이 벌써 관행으로 자리잡고 2기 위원회가 거기에 안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오는 대목이다.

“전용관 정책의 취지에는 전적으로 찬성이다. 여러 가지가 맞물리는 문제인 만큼 실효성 여부는 두고 봐야겠지만 지원 내용이 경영 측면에서 유인책이 전혀 되지 못하는 수준이고 특히 한국예술영화로 채우라는 의무조항은 영업손실까지 초래하는 사안이라 신규 참여를 유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광모 백두대간 대표)이라는 지적은 영진위의 세부 정책이 탁상공론이 아니라 현장의 전문가와 잘 조율된 현실성 있는 정책인지의 여부를 생각게 하는 대목이다.

또한 이들 대안사업이 언뜻 유사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범주가 완전히 다른 사안들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용관 정책을 두고 외국예술영화를 보여주는 환경까지 감안하라고 요구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렇다면 정책의 포커스가 분명해야 할 것이다. 하나의 안을 가지고 여러 가지 목표를 해결하려다 보니 모순되는 부분이 있다. 미디어센터나 퍼블릭 액세스 등은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라서 이 사안에 대한 보완책으로 거론하기 어렵다”(이광모)는 의견은 경청을 요한다.

2기 위원회의 인선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위원 인선권을 가진 문화관광부는 “개인별로 평가가 다를 수는 있겠지만 영진위 2기 인선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유기선)는 입장인데 현장의 의견은 상당히 다르다. 1기 위원회가 겪었던 정치적 파란은 없는 대신 무색무취하다는 것이 중론인데 내부에서도 “위원회가 교수 협의회냐”고 자조하는가 하면, 영화계에서는 “급변하는 산업현장과 거리가 있는 분들이라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이 마련될지 걱정스러운 면이 있다. 위원들이 안주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런 열정은 1기에 비해서 떨어지는 반면 스스로를 이익단체의 대변자로 여기는 듯한 태도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사무국의 역량과 역할이 강해진 상황에서 9인 위원회가 형식적인 심의 기구 노릇에 그치지 않고 민간인 합의제라는 영진위 본연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문제, 10개 소위원회간의 역량 차이도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우군이라고 생각했던 진영으로부터 “의사 결정 과정을 개방하는 것이 의무 사항은 아닐지라도 기초 덕목”(유창서 영화인회의 사무국장)이라는 조심스러운 조언이 나오는 배경도 영진위가 되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04. 영진위는 아직 진행중인 조직

영진위가 역량이나 도덕성에서 아직 결정적인 결함을 보였다고 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영진위에 쏟아지는 여러 비판은 사실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는 성격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진위를 공사 시절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말해야 한다. 영진위가 산업과 문화를 진흥했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황우현 튜브픽처스 대표)이라는 냉정한 의견이 뜻하는 바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다양성이야말로 근본적인 경쟁력이며 이것을 공적영역에서 더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감당해야 한다”(유인택)거나 “영진위가 제작과 유통을 아울러 5년에서 10년을 바라보는 정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홍콩의 몰락을 우리도 곧 맛볼 것”(김승범)이라는 견해가 다름 아닌 산업 종사자의 입에서 절박한 톤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영진위의 위상과 성격은 “완결된 것이 아니라”(김홍준) “계속 변화하고 있다”(유창서)는 데 영진위 안팎의 시선이 일치한다. 변화하면서 달리는 존재, 이것이 지금 영진위의 실체라면 영화계 전체가 영진위와 생산적인 긴장관계를 이룰 수 있도록 여론을 형성하고 나서주어야 할 사안이기도 하다.김소희 cwgod@hani.co.kr·이영진 ant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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