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세상에 활력을 허하라!활력연구소 친구들 [2]

## 인력과 장비의 품앗이

김선

영화과를 나와야만 영화를 만드는 건 아니다! 이들 중 누구의 영화를 보거나 우리는 겹치기 출연을 목도할 수 있다. 김선·김곡, 윤성호 감독은 최진성 감독의 <그들만의 월드컵>에 직접 인터뷰어로 출연하며, 최진성 감독은 김선·김곡 감독의 <자본당 선언>에서 원조교제하는 남자로 나와 체면몰수할 예정이고, 윤성호 감독은 하반신 불구의 남자로 출연하여 반나절을 기어다닌다. 또는 배우들도 겹친다. 윤성호 감독의 <삼천포 가는 길>에 아랍인으로 나왔던 배우는 김동명 감독의 <위상동형에 관한 연구>에도 출연한다. 이것은 이제 이 안에서 암묵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품앗이’의 일환이다.

이렇게 “알고보면 얼마 안 되는 인력”들이 각자의 영화에 끼치는 영향은 다소 다르다. 가령,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최진성 감독은 모르는 타인이 아닌 자신의 친구들(그 자신을 포함하여)에게서 오히려 공격과 동의의 태도를 더욱더 신랄하게 얻어낸다. 윤성호 감독의 경우는 “처음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주변 사람을 고려해서 쓰기 때문에” 캐릭터가 살지 못하거나, 연기가 부족하다는 등의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러나 완벽을 추구하는 곡사에게는 캐릭터가 살지 못할 때, 그날 찍은 장면을 버려야 하는 결정을 할 때도 있다. 말하자면 인력과 장비의 품앗이가 현재 이들이 걸려 있는 물적 자본의 한계이자 돌파구이며, 공통의 숙제이다.

## <제국>을 기대하시라

너희들의 제국을 보여주마! 인력과 장비를 공유한다고 해서 세계관까지 동의가 구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능동적인 동의가 연장되고 있는 것에는 또 다른 계기가 있다. 후보단일화대소동을 경험 삼아 다시 한번 이들이 도전하고 있는 프로젝트, <제국>이 그것을 증명한다. 후보단일화대소동의 김곡·김선, 최진성, 윤성호, 김동명 감독은 같은 독립영화 진영의 고안원석, 최현정, 장건재 감독과 함께 얼마 전 두달 동안 <제국>(안토니아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의 저서)을 교재 삼아 세미나를 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옴니버스 프로젝트 <제국>을 기획했다. 현재 <제국>은 영상미디어센터에서 장비지원을, 그리고 영진위에서는 700만원의 제작비를 지원받을 정도로 그 생산성을 인정받고 있다.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얘기부터 미시적인 제국에 대한 얘기까지 10분씩 다룰 이번 옴니버스 프로젝트는 여전히 각자의 영화적 색깔을 인정하는 유연성을 유지한다. 실험영화 2편, 극영화 2편, 다큐멘터리 2편, 뮤직비디오 1편으로 구성될 그 내용은 이렇다(참고로 이들은 영화가 정치적이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단 1초도 고민없이 그래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미 첫 번째 주자 최현정 감독은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의 스튜디오 촬영”을 소재로 시선에 관한 권력을 탐구하는 <빅 브라더>(가제)의 촬영을 마쳤다. 영화는 “그 사진기자의 미시적 시선의 권력을 포착하는 감독 자신의 카메라 권력”까지도 다룬다. 두 번째 주자, 최진성 감독이 영화에 붙인 제목은 <누구를 위하여 총을 울리나>(부제: 뻑큐멘터리2)이다. 그는 애니메이션과 픽션, 다큐를 뒤섞은 “짬뽕” 다큐멘터리-뮤직비디오를 완성할 예정이다(그뒤로는 아직 촬영 순서가 정해지지 않았다. 이하 무순).

최진성

일단, 윤성호 감독의 <산만한 제국>이 대강의 틀을 갖추고 있다. 윤성호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산만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오만한 제국’이 ‘산만한 제국’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는 “이라크 침공과 네이스 시스템 사이의, 또는 다국적 제약 시스템 사이의 보이지 않고 산만한 커넥션을 추적”한다. 그가 보기에 그것들은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하이서울페스티벌이 열린다-그건 서울시장 이명박이 주최한다-이명박은 자서전을 썼으며-서점에 들어가면 그 자서전은 김우중의 책 옆에 꽂혀 있고- 나와보면 효순이 미선이 추모집회가 광장에서 열리고 있고-그 옆으로는 미8군 군악대가 퍼레이드를 벌이고 지나가며-서울시에서 노점상을 밀어내고 입주시켜준 벤처 음식업체들이 옆에서 공연을 하고-따라가다보면 가수 보아가 <서울의 찬가>를 부르고-보아를 키운 것은 이수만”이라는 상업적 세계화의 동참자라는 것이다. 마이클 무어가 보여주는 만큼의 “그 작동원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넓게 보면 일종의 카르텔인 그 지도를 보여주는 것”이 <산만한 제국>의 목적이다.

최진성 감독에 의하면 “나오면 좀 큰 내용이 되기 때문에” 미리 밝히기 어려운 고안원석 감독의 <우산을 쓰다>는 “한국에 들어와 있는 미국의 핵”문제를 다룰 예정이고, 장건재 감독의 <싸움에 들게하지 마소서>는 “학교라는 시스템 안에서의 폭력적 순환구조”에 대한 영화이다. 아직 대강의 시나리오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곡사의 작품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소재를 다룰 것이고, 제목조차 알리길 조심하는 김동명 감독의 영화는 “인간의 욕망”이라는 측면으로 제국을 해부한다. <제국>팀(이제는 <제국>팀이라고 말해야 한다)은 이것이 “책을 옮기는 작업이 아니라, 자신들이 제기하는 제국의 문제”에 관한 의견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 우리의 힘은 ‘느슨한 동의’

강요하지 마라. 우리의 동의는 느슨하다! 후보단일화대소동-<제국>팀은 어떤 대화의 화두가 던져지더라도 매번 서로의 의견을 조금씩 반박하면서 토론의 난장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솔직히 말해 서로에 대한 영화를 열렬히 지지하는 편은 아니거든요”라고 말하는 것에는 익숙해져 있다. 물론 반농담, 반진담이지만, 그건 이들 사이에 결코 깨지지 않을 약속이다. 후보단일화대소동-<제국>팀은 “느슨한 동의”에 의해 모든 자유의 미덕이 유지된다고 굳게 믿는다. 때문에, “무엇을 강제하는 것”이 이들 사이의 최대 폐악이다. 싸움이라도 나려 하면 당장 “개그 모드”로 돌아서는 이들이 딱 한번 서로에게 얼굴을 붉힌 것도 이 강요의 태도 때문이었으니까. 대화 중에 가장 많이 튀어나오는 낱말이 “권력, 폭력, 억압”인 것도 그 때문이고, 이합집산의 자유로움을 당연시여기는 분위기도 이런 생각에서 비롯된다.

후보단일화대소동-<제국>팀은 모든 강요를 거부한다. 스스로 “온라인 커뮤니티” 같다고 말하고, “도그마의 알레르기”가 있다고 말한다. 이들 영화의 ‘도발적인’ 형식과 의의도 거기에 대한 반감에서 출발한다. 이 느슨한 집단 결속력의 동의에 의해 그렇게나 다른 영화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희귀한 자리가 마련되는 것이다. “권력화되고 싶지도 않고, 세력화되고 싶지도 않다”, “독립영화의 미학을 규정하는 것에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는 선언이 <제국>의 프로젝트를 기다리게 한다. 실험영화, 다큐멘터리, 페이크다큐멘터리, 극영화, 뮤직비디오, 그 사이의 ‘느슨한 동의’는 어떤 모습일까? 글 정한석 mapping@hani.co.kr·사진 이혜정 socapi@hani.co.kr·편집 심은하 eunhasoo@hani.co.kr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