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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산업 X-ray 8 - 영화과,활로는 어디에? [2]

02.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산학협동을

영화현장에선 학교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는 것 같지 않아 불만이고, 학교에선 현장과의 연결이 여의치 않아 불만이다. 학생들에겐 산교육이자 실전 경험이 될 산학협동은 양쪽의 이해가 맞아떨어질 수 있는 접점이자 양쪽의 약점을 보완하는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묘수가 될 수도 있다. 산학협동이 프로덕션이나 포스트 프로덕션 과정에서 이뤄지는 건 현실적으로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 프리 프로덕션에서도 초반 단계가 적절해 보인다. 트리트먼트 단계에서 다양한 조사와 자료를 갖춰가며 이를 충분히 활용한다면 국내외 관객의 정서 변동이나 패션 등을 예측하는 ‘사전 마케팅’ 기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프리 프로덕션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생산결과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손실을 줄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필수적이나 영화계에서 거의 무시되고 있는 R & D 단계에 대학이 적절하게 결합할 수 있을 것이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게 있어도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 잘 모르겠으나 그들은 확실히 우리보다 나았다. 연출부가 처음부터 더듬거리며 시작해야 할 것들이었다.”(이유진 프로듀서)

물론 모든 영화에 산학협동이 필요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다. 어떤 학생이 어떤 종류의 영화와 결합할 수 있는지 체계적으로 이어줄 시스템이 전제돼야 그나마 가능할 일이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경우는 일회적인 우연의 산물이다. 심광현 원장은 “문화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산학협동을 위한 R & D 지원비를 대학별로 1억원 정도씩만 주면 충분히 네트워크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김혜준 영진위 사무국장은 “교육 시스템의 변화없이 일방적 지원은 별 의미가 없다. 현재 각 대학에서 고민 중인 프로듀서 전공문제를 포함해 과 편제가 바뀌는 등 대학이 그걸 수용할 태세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커리큘럼이 프리 프로덕션을 지향하도록 개편돼야 하는 이유는 여기서도 확인된다.

사 례 3

한양대 연극영화과 졸업반인 이지향씨는 지난 4월 한달 동안 하남시의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에서 교생 실습을 마쳤다. 99년부터 생긴 교직과정을 이수했기에 가능했다. 이씨는 2학년이 되면서 교직과목 20학점을 이수하면 2급 중등교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 길을 ‘혹시나’ 하면서 선택했다. 연극영화과의 교직과정 이수는 정원의 10%로 제한돼 있으나 당시에는 그렇게 인기가 높지 않았다. 그로부터 불과 2년이 흐른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학생들 사이에 ‘보험’으로 불리며 경쟁이 치열하다. 신청자 가운데 정원이 넘으면 성적순으로 허용해준다. 이씨는 입학 때와 달리 지금은 연출에 대한 꿈보다는 교사로서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영화를 가르치면서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게 지금의 소망이다. 그러나 그가 언제 어디서 청소년을 가르치게 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영화 선생님’을 필요로 하는 초·중·고는 극소수에 불과하니까. 교생 실습부터가 간단치 않았다. 대상 학교를 인터넷으로 뒤졌고 그나마 처음 요청했던 학교로부터 거절당하는 곡절을 거쳐야 했다.

03. 영상미디어 교육자 양성, 시급하다

이씨는 동급생들의 고민을 이렇게 정리했다. “영화를 계속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이다. 영화를 계속하겠다고 맘먹어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가 크다. 연출부, 제작부 등의 막내로 들어가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러나 얼마나 버티느냐가 관건이다. 당장 생계수단이 간단치 않고 또 예전의 도제 시스템과 달리 요즘에는 무작정 버틴다고 자동적으로 감독이 되는 것도 아니다.”

단편으로 재능을 인정받는 것도 쉬운 게 아니다. 단편을 제작하는 데 드는 적지 않은 비용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한 지경이다. 집안이 어느 정도 부유하지 않고는 단편을 만들 엄두를 내기 힘들다. 아니면 휴학을 거듭하며 제작비를 벌어야 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시나리오를 잘 써서 ‘차고 들어가는’ 길을 노리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연극영화과에서 낯선 교직은 그래서 환영받는다. 생계를 해결해주고 영화에 대한 꿈도 버리지 않을 수 있다. 초·중·고의 ‘영화 꿈나무’들에게는 자기 적성을 일찍 확인해볼 수 있는 길이기도 하고 사회 전체적으로 봐선 적체된 인력을 활용하는 좋은 방편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엔 걸림돌이 있다. 일선 학교에서 교장 재량으로 영화를 특기적성교육으로 선택할 수는 있으나 새롭게 교사를 필요로 하는 과목을 굳이 둘 필요가 있느냐, 입시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인식의 장벽이 있다.

활로가 없는 건 아니다. 학계, 영진위, 문화연대 등이 한목소리로 추진 중인 ‘영상미디어센터’가 지자체 단위로 만들어지면(각 지자체도 상당히 의욕을 보이고 있다) 지역 단위를 기초로 대중에 대한 영상교육과 학교교육을 측면에서 지원할 수 있다. 물론 영상미디어센터의 기본 목표는 독립영화·대안영화 활성화를 포함하는 퍼블릭액세스의 촉발에 있다.

산업현장의 투입을 위한 예비인력이란 목표에서 영상미디어교육까지 포괄하는 인력 양성으로 대학 교육이 바뀌어야 할 시대적 이유는 여기에서 나온다. 이건 또다시 프로덕션과 포스트 프로덕션 중심의 커리큘럼이 인문적 소양을 갖춘 인력 양성쪽으로 선회해야 할 이유로 귀결된다.글 이성욱 lewook@hani.co.kr·사진 오계옥 klara@hani.co.kr·편집 심은하eunha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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