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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로 돌아온 TV 드라마의 중견배우 4인 [1]

돌아온 백전노장, 젊은 충무로를 쏴라

한국영화로 돌아온 TV드라마의 중견배우 4인

TV드라마의 중견배우들이 스크린으로 돌아오고 있다. 와 <반칙왕>의 신구, <친구>와 <굳세어라 금순아>의 주현, <조용한 가족>과 <봄날은 간다>의 박인환, <무사>와 <살인의 추억>의 송재호, <달마야 놀자>와 <라이터를 켜라>의 김인문, <선생 김봉두>와 <살인의 추억>의 변희봉, <튜브>의 임현식, <피도 눈물도 없이>와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백일섭, <황산벌>의 오지명, <가문의 영광>과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의 유동근, <라이터를 켜라>와 <보리울의 여름>의 박영규, <조용한 가족>과 <영어완전정복>의 나문희,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김자옥, <바람난 가족>의 윤여정 등, 최근 몇년간 한국영화는 TV드라마에서 연륜과 경험을 수혈받으며 관객이 사랑할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을 만들어갔다. 바야흐로 ‘실버배우 전성시대’라 이름붙일 수 있는 상황이다.

<살인의 추억>에서 변희봉, 송재호, 두 배우를 캐스팅한 봉준호 감독은 TV드라마의 관록있는 연기자들을 “무한한 금광”이라 표현한다. “매일 브라운관에서 보면서 너무 쉽게 여겨서 그렇지 그분들의 연기력은 엄청나다. 캐릭터를 어떻게 재미있게 만드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 “류승완 감독 역시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것이다.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그는 신구와 백일섭, 두 배우에게 과거 액션영화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악역을 다시 보여달라고 청했고 그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피도 눈물도 없이>는 전에 볼 수 없었던 배우들의 새로운 단면을 보는 것만으로 영화적 즐거움을 대신할 수 있는 영화가 됐다. 한편 TV드라마의 중견배우들이 보여준 안정감 있는 연기는 최근 흥행영화의 필수요소처럼 보이기도 한다. 유동근이 없는 <가문의 영광>, 김인문이 나오지 않는 <달마야 놀자>, 백일섭, 김자옥이 빠진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지금보다 꽤 심심한 영화가 될 것이다. 그들의 친숙한 모습은 코미디의 들뜬 세계에 쉽게 동화될 수 있는 주문처럼 느껴졌다. 예를 들어 오지명이 <황산벌>에서 의자왕으로 출연한다는 사실이 연상시키는 코믹한 이미지는 캐릭터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을 구차하게 만든다.

90년대 이후 성장일로에 있는 한국영화가 TV드라마에서 새로운 자산을 발굴한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다. 처음엔 숱한 연극배우들이 카메라 앞에 섰고 그중 일부가 스타가 됐지만, TV에 그들 못지않은 ‘탤런트’가 있음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TV드라마의 중견배우들은 과거 충무로에서 촉망받던 배우들이기도 하다. 물론 그들이 돌아오는 데는 커다란 걸림돌이 있었다. 그건 할 만한 배역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20대 초·중반 관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다는 기획영화의 깃발 아래 주류영화는 부모세대의 등장에 무관심했다. 로맨틱코미디건 멜로드라마건 액션영화건 장르에 관계없이 한국영화의 젊은이들은 부모가 없는 인물이거나 가족관계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돌이켜보면 초기에 이런 경향을 거스른 작품은 허진호 감독의 , 김지운 감독의 <조용한 가족>, 장진 감독의 <기막힌 사내들>, 윤인호 감독의 <마요네즈> 등이었다. 제작비 절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시나리오 단계에서 배제됐던 중년, 노년의 인물들이 하나둘 영화의 울타리에 들어온 과정과 한국영화가 진화한 과정이 겹쳐지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연이 아닐 것이다. TV드라마의 중견배우들이 등장하면서 한국영화는 현실에 좀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최근 촬영에 들어간 <고독이 몸부림칠 때>는 이런 상황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노인들이 주인공인 코미디인 이 영화는 주현, 김무생, 송재호, 선우용녀, 양택조, 박영규 등 주·조연을 TV드라마의 중견배우들로 채웠다. ‘실버배우 전성시대’를 영화의 기획단계부터 적극 받아들인 경우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지만 이런 시도는 한국영화가 중견배우라는 풍요로운 자산을 어떻게 관리할지와 관련해 중요한 대목이다. “여배우는 서른, 남자배우는 마흔 넘으면 맡을 배역이 없다”는 어느 영화배우의 한탄은 단순히 일자리를 달라는 투정으로 들리지 않는다. 관록있는 연기자를 배제하면서도 좋은 영화가 양산될 가능성은 전무하다. 잭 니콜슨, 알 파치노, 로버트 드 니로, 해리슨 포드 등 환갑을 넘은 배우들이 여전히 주인공을 맡고 서른살이 훨씬 넘은 줄리언 무어, 니콜 키드먼, 애슐리 저드 등이 멜로드라마의 연인으로 나오는 할리우드와 지금 한국영화의 시스템을 비교하는 것은 자칫 뜬구름 잡는 얘기가 될 수 있지만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일찍이 할리우드만큼 역사가 길고 효과적인 스타시스템은 없었으니까.

여기 ‘실버배우 전성시대’의 얼굴로 네 명을 초대한 것도 한국영화가 지금보다 풍요로운 스타시스템을 갖추길 희망하기 때문이다. 변희봉, 송재호, 김인문, 선우용녀 등 네 배우는 최근 영화로 복귀한 백전노장 연기자들이다. 분명 그들의 삶과 연기에 관한 태도는 지금 한국영화에 부족한 어떤 면을 보완하는 데 필수적일 것이다.남동철 namd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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