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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무협 <아라한 장풍대작전>의 현장 드러나다 [3]
이영진 2003-08-14

‘준’의 광고모델로 잘 알려진 의진 역의 윤소이는 디테일한 감정 처리는 감독의 디렉션을 일일이 받아야 하지만 검을 쥐고 쏘아보는 눈매는 검투사 못지않다.

비법 셋>> 완급조절(緩急調節)

“갱영화에서 총격전이 벌어져요. 탕. 탕. 탕. 그러다 갑자기 기관총이 등장하죠. 드르르륵. 그때의 시원함. 이건 무술의 리듬하고 다르지 않아요.”

<피도 눈물도 없이>의 액션을 두고, 한 평론가는 후반부로 갈수록 지루하다고 썼다. 7개의 액션장면을 서로 다른 속도감과 앵글로 찍었는데도 말이다. 류 감독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테크닉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돼요. 예를 들면 속임수나 카메라를 흔드는 것이나 그런 잔재주를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저 스스로가 뛰어난 테크니션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뭐 정리하자면 테크닉의 기본은 얼마나 매혹적으로 관객의 시선을 잡아두느냐의 문제인 것 같은데, <피도 눈물도 없이> 때처럼 보는 사람에게 감정적 동요를 끌어내지 못하면 쓸모없는 거죠.” 류 감독은 <아라한 장풍대작전>을 찍으면서 영화적 리듬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한다. “절제나 과잉, 어느 한쪽이 최선의 미덕이 아니라면, 적재적소에 카운터 펀치를 날릴 수 있느냐가 중요해져요. 인물들의 감정선이나 스토리를 전달해야 하는 드라마는 간소하게 숏을 나누지 않고 앵글도 바꾸지 않고 찍어요. 반대로 장르적인 테크닉을 부여하는 지점에서는 그냥 아낌없이… 클로즈업도 임팩트 있게 쓰고 있고.” 그가 리듬과 완급을 고려한 데는 <아라한 장풍대작전>이 순제작비 48억원에 이르는 적지 않은 예산의 프로젝트라는 점도 작용했다. 예산을 초과한다고 퀄리티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안에서 힘을 줘야 할 곳과 빼야 할 곳을 적절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기존의 블록버스터영화들이 빠지는 함정은 장르영화가 노정할 수밖에 없는 함정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초반 20분만을 기억하고 전쟁영화를 만든다면 그건 밀도면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어요. <영웅>이 액션장면 자체로만 보면 <와호장룡>보다 업그레이드한 것이 분명하지만, 그만큼의 감흥을 주지 못하는 것도 같은 원리”라고 말한다.

비법 넷>> 동반상승(同伴上昇)

“전과 다르게 승범이하고 배우와 감독으로 부딪쳐요. 위기가 왔던 상황도 몇번 있었고. 보여질 때야 아무 차이를 못 느낄 수도 있지만, 만드는 사람은 알거든요. 어쨌든 전과 달라진 점은 제 스스로도 어떤 행위를 지시한다기보다는 그런 행동을 해야 하는 감정 상황을 공유하는 것 같고.”

류 감독은 이번 영화를 두고 “장르적 색깔이 가장 뚜렷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연기연출 방식은 비장르영화처럼 하고 있다”고 한다. 이전에는 “본인이 만들어놓은 앵글에 맞춰서 배우가 연기하고 빠져주길 바랐는데, 지금은 연기자의 흐름에 따라서 전체 상황 리허설을 해보고 나서 때론 콘티를 버리고 바꾸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류승범과 정두홍 무술감독이 있다. <피도 눈물도 없이> 촬영 때 인천 부둣가의 센 바람을 맞아가며, 감독인 형이 만족해할 때까지 밤새 주먹질을 해대다 촬영이 끝나자 녹초가 되어버렸던 류승범은 이제 형 말에 따르면 “연출자의 시선까지도 갖춰가고 있다”. 류승완 감독은 전에 모르던 영화 만드는 재미를 얻었다고 말할 정도다. <피도 눈물도 없이>에 이어 무술감독과 배우를 겸하고 있는 정두홍 무술감독 또한 이제 ‘파트너’로서 공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류 감독은, 처음 작업 때는 “네가 액션을 알아?”라며 알게 모르게 견제했다면서 웃는다. 그러고보니 이번 현장에 류 감독의 영화 동지들이 보이지 않는다. 김성제 프로듀서, 최영환 촬영감독, 김성관 조명감독과 함께 간다면서 “팀워크는 나의 힘”이라던 신조는 어찌된 걸까. “다들 스케줄이 바빠서 못한다고 하던데.” 그렇다고 이번 스탭들에 대한 감독의 신뢰가 전보다 못할 리 없다. 류 감독은 스탭 구성에 있어 CG 작업 경험이 많은 이들을 우선으로 했다고 말한다. “블루매트 촬영을 비롯해서 CG 작업을 고려한 현장 세팅에 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CG 작업에 익숙한 광고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데다 얼마 전까지 블록버스터 <내츄럴시티>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이준규 촬영감독과 서정달 조명감독과의 새로운 팀워크는 류 감독의 부담을 덜어주는 버팀목이기도 하다. 9월 중순 크랭크업 한 뒤 CG 작업 등 후반작업이 마무리되는 내년 봄에 대장정의 결과를 보여줄 예정.글 이영진 anti@hani.co.kr·사진 손홍주 lightson@hani.co.kr

▶ 도시무협 <아라한 장풍대작전>의 현장 드러나다 [1]

▶ 도시무협 <아라한 장풍대작전>의 현장 드러나다 [2]

▶ 도시무협 <아라한 장풍대작전>의 현장 드러나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