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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 세네프로! 가자, 영화의 미래로! [4]
2003-08-14

하룻밤의 '몸말', 그 이후

짧은 횡단 Breve Traversee | 감독 카트린 브레이야 | 프랑스 | 2002년 | 80분

프랑스와 영국을 오가는 유람선에서 소년은 여인을 만난다. 황폐하고 불안한 여인의 눈빛에서 제어할 수 없는 정열을 감지한 소년은 그녀와 식사를 하고 쇼핑을 하고 춤을 춘다. 열여섯살 프랑스 소년과 서른살 영국 여인의 속깊은 대화는 ‘몸말’로 이어진다. 애정없는 결혼생활을 정리했다지만, 자신에게 못되게 구는 남자에게만 끌린다는 여인. “내 삶엔 비극도, 위기도, 지속적인 데이트도 없다”며 짐짓 ‘선수’인 척하는 소년. 함께 밤을 보내고 나서, 이들은 다른 꿈을 꾼다.

소년은 여인과 함께하길 원하고 여인은 소년을 따돌린다. 그 밤의 진실은 소년이 감당하기엔 너무 비정한 것이었다. <짧은 횡단>은 연상녀 연하남 버전의 <비포 선라이즈>가 아니다. 카트린 브레이야에 따르면, 여행길의 ‘원 나잇 스탠드’는 그렇게 순수하거나 로맨틱하지 않다. 욕망에 솔직해지기 위해서 더러 자신을 위장하고 상대를 기만할 수도 있으니, 다시는 만나지 않을 대상을 두고 신파적 감상에 빠지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성별이 아닌, 연륜의 권력이 주도한 하룻밤의 관계. <로망스> <팻 걸> <섹스는 코미디다> 등을 통해 여성의 육체와 욕망을 대담하게 그려냈던 카트린 브레이야의 2002년 작품으로, 특유의 전복성은 여전하다. Arte가 기획한 ‘남성/여성’ 10부작 중 하나.

빛과 그림자의 거장

선라이즈 Sunrise | 감독 프레드릭 무르나우 | 미국 | 1927년 | 110분

그는 진정한 빛과 그림자, 카메라 움직임의 대가이다. <노스페라투> 등을 통해 독일 표현주의를 주도한 감독 프레드릭 무르나우의 할리우드 진출작 <선라이즈>는 권선징악의 주제를 품은 러브스토리지만 특수효과가 없는 시대, 컬러도 대사도 없는 영화가 흥미진진하고 황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한 남자와 그 아내의 노래. 해가 뜨고 지는 곳, 농장의 열린 하늘 아래에서 들을 수 있는 노래. 인생은 그렇게 씁쓸하고도 달콤한 것이었더라.”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뜨는 자막은 금실 좋은 부부의 사랑을 예고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시골에서 농사만 짓던 소박한 남자는 도시에서 온 화려한 여자에게 빠져 아내는 안중에도 없다. 달빛 아래서 밀애를 나누는 두 사람. 도시 여자는 농부에게 도시로 가자고, 아내를 물에 빠뜨리라고 부추긴다. 계획을 실행하려던 순간, 농부는 자신이 아내를 사랑하고 있었음을 깨닫고 눈물로 회개한다. 그길로 도시에서 데이트를 즐긴 농부와 아내는 돌아오는 길에 거센 폭풍우를 만난다. <선라이즈>는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환희와 절망이 교차하는 인생사에 대한 로맨틱한 은유를 선보인다. 도시와 시골, 현실과 환상(상상), 선과 악의 대비는 물론 흑발과 짙은 화장, 담배 등으로 표상된 악녀의 이미지도 흥미롭다. 아카데미 남우주연, 촬영, 프로덕션디자인 부문에서 수상했다.

삶이 영화를 모방하는 것은 아닐까?

삶의 모방 Imitations of Life | 마이클 훌붐 | 캐나다 | 2003 | 75분

“영화와 사진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죽을지 가르쳐줄 수 있을까?” 영화와 삶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북돋울 수 있을까.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해봤음직한 고민. 캐나다의 전방위 영상작가인 마이클 훌붐은 다양한 형식적 시도를 통해 ‘영화와 삶’에 대한 고민과 사색을 풀어놓는다. 모두 10개의 단락으로 구성된 이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단락 수만큼이나 다양한 형식적 실험성이다. 뤼미에르부터 워쇼스키에 이르는 영화사의 걸작들에서 베어낸 이미지의 조각들을 이어 붙이는가 하면, 수년에 걸쳐 따라잡은 어린 조카의 성장 다이어리를 공개하고, 꿈과 상상 속 이야기를 극영화 형식은 물론 생태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풀어내기도 한다.

감독이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대목은 영화와 삶, 그 과거와 미래다. 영화의 제목으로 쓰인 ‘삶의 모방’ 단락에서 감독은 영화 속 미래는 왜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인지를 묻는다. 영화 속 미래는 왜 전쟁과 죽음에 집착하는가, 우리가 보고 싶고 간직하고 싶은 미래의 상이 그것인가, 라고. 이쯤 되면, 영화가 삶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영화를 모방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게 된다. 지적이고 사적인 고백 <삶의 모방>은 올 로테르담영화제에서 선보여 잔잔한 화제가 됐다.

박은영 기자 cinepark@hani.co.kr

온라인에서 만나는 서울넷페스티벌의 작품들

미션! 영화의 경계를 확장하라

오프라인 행사인 서울필름페스티벌과 함께 세네프의 또 다른 축은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온라인 행사 서울넷페스티벌이다. 8월1일부터 시작돼 27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에선 국제 경쟁부문 6개 부문 51편, 국내 경쟁부문 10편을 비롯해 클레르몽 페랑영화제 특별전 등 모두 100여편의 영화가 상영 중이다. 온라인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단편이 주를 이룬다.

국제 경쟁 성격인 디지털 익스프레스 온라인 부문에서는2002년 칸영화제 단편부문 황금종려상을 받은 피터 메자로스 감독의 <애프터 레인>, 괴이한 이야기가 신선하게 느껴지는 <행복한 남자>, 칸영화제에 출품됐던 전선영 감독의 <굿 나잇> 등 극영화나 크로아티아의 설화를 그린 <네바>나 뮤직비디오 클럽 <유로스타> 등 플래시애니메이션, 묵시록적인 분위기의 3D 작품 <허공의 기억속으로>, 어머니의 시체와 함께 사는 소년의 이야기 <은신처> 애니메이션 등은 주목할 만하다. 다큐에세이로는 사진을 통해 이야기를 전하는 <문지기>, 이란에서의 삶을 보여주는 <일기>가, 실험영화로는 <프리덤1> <나비> <플러트> 등이 눈길을 끌며 다소 생소한 인터랙티브&웹아트 작품으로는 <스톱모션 스터디> <살과 피, 피아노> 등이 새로운 매체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국내 경쟁부문인 넥스트스트림에서는 임아론 감독의 <아이 러브 피크닉>, 김진곤의 <알루미늄>, 황은정의 <운명> 등이 선보인다. 한편 클레르몽 페랑 영화제에서 직접 선정해준 <네온> <웃는 나라> 등의 작품이나 파리와 멕시코, 몬트리올의 세 감독이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동시에 제작한 ‘리얼타임 시네마 프로젝트- 스토리 스트림’, 새로운 미디어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4개의 인터넷 사이트 또한 영화의 경계를 확장하기 위한 의미있는 시도들이다.

문석 기자 ssoony@hani.co.kr

▶Senef 2003 상영일정표및 예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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