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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에서 만난 일본 영화인 3人- 야마다 요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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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쓰미 기요시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토라상’의 캐릭터는 그가 제시한 이야기에 기반하고 있다고 들었다. 당시 아쓰미 기요시는 텔레비전에서 코미디 스타였다. 영화를 시작하기 전, 그를 알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행상하며 장난치고,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사는 토라상의 삶은 그가 어렸을 때 동경했던 것들을 떠올리며 들려준 캐릭터이다. 그것을 발전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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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일 사진을 보여주며) 한국에도 아쓰미 기요시와 비슷하게 생긴 이주일이라는 코미디언이 있었다. > 아쓰미 기요시는 “내 얼굴은 네모다. 눈도 깨처럼 작다. 하지만, 나도 부모님에게 부탁해서 이 얼굴로 태어난 건 아니다” 하는 식의 자기 얼굴을 갖고 하는 농담을 즐겼다. 그는 오히려 자기 얼굴 못생긴 걸 자랑으로 여긴 사람이다. 그런 말은 영화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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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의 유행어도 “못생겨서 죄송합니다”이다. 하지만, 어느 날인가는 이런 말을 했다. “코미디 프로는 참 잔혹하네요, 그 사람의 보기 싫은 모습을 보고 웃으니까요”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아쓰미 기요시는 다른 영화에는 출연도 하지 않았고, 돈을 벌었어도 고급주택에 살거나 하지 않았다. 자가용도 없이, 어느 날 택시 타고 쓱 왔다가, 쓱 가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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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3편과 4편의 감독은 거절했었는가. 2편까지 만들고 나서 이제는 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자꾸만 만들기를 강요했다. 그렇다면, “3편은 각본만 쓰겠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또 히트를 해버렸다. 그래서 4편의 각본을 또 썼다. 그런데 배우가 같고, 시나리오 작가가 같은데도 감독이 바뀌니까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되어 있었다. 영화에서 감독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런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다시 한번만 더 감독을 맡기로 했다. 그렇게 5편을 만들었는데, 또 대히트를 했다. 그뒤로는 그만둘 수 없게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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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이어온 시리즈였고, 이런저런 이유로 교체된 배우들이 있을 것이다. 작은아버지 역을 맡은 배우가 8편 때 사망해서 교체했고, 14편 때 또 교체됐다. 그래서 작은아버지는 총 세명의 배우가 연기했다. 그리고 큰스님 역을 맡은 류 치슈는 46편 때 죽었다. 그리고나서 아쓰미 기요시가 죽은 뒤 시리즈가 완전히 끝난 것이다. 작은아버지 역을 맡은 배우가 죽었을 때는 이제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전국의 극장에서 그러면 안 된다고 말려서 계속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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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시리즈를 이어가는 중에 가장 힘들었던 적이 바로 그때인가. 아마도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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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시리즈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하나. 시리즈는 감독도 다르고, 배우도 모두 다르고, 스토리도 항상 바뀐다. 그런 점에서 유사한 면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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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남자는 괴로워>의 토라상은 매 영화에서 같은 복장을 하고 있다. 그의 의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이 없는가. 그렇다.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옷은 매번 새롭게 만들었다. 토라상이 입고 있는 그 체크 무늬 양복은 일반적으로는 없는 것이다. 그 옷을 만들기 위해 옷감을 사기도 했고, 또 여름과 겨울 촬영을 위해 똑같은 옷으로 동복과 하복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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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동안 오로지 토라상만큼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본인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는 것 같다. 영화 속에서 그가 살고 있는 삶의 속도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느리고 여유있다. 그 점이 흥미롭다. 맞다. 토라상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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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혹시 이런 점을 염두에 두는가? 1960년 <남자는 괴로워> 망향편에서 ‘기차’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10년 뒤 1970년 <남자는 괴로워> 하이비스카스편에서는 ‘비행기’가 그 역할을 한다. 떠돌이로서의 토라상에게 이런 교통수단은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갖고 있는가. 그렇다. 교통수단이 중요하다. 토라상은 절대로 고속전철은 타지 않는다. 승용차도 타지 않는다. 왜냐하면, 토라상에게는 초고속전철과 승용차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려 하는 사람이 아니다. 느린 기차를 타고 천천히 이야기도 하고, 친구도 사귀고, 술도 마신다. 토라상에게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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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편 모두 토라상의 꿈 시퀀스로 영화가 시작하는가? 꿈장면은 그 영화의 전체를 요약하거나, 암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는 ‘인생은 꿈같은 것이 아니던가’ 하는 메시지도 받게 된다. 맞다. 그런 식으로 만들고 있다. 말한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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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괴로워> 시리즈에서 토라상이 그렇지만, 다른 영화에서도 인물들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항상 등장한다. 1970년 <가족> 같은 영화 역시 그렇다. 오페라에서 막과 막 사이에 연주음악을 들려주는 것처럼 나는 영화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어느 순간에 노래를 들려준다. 그 순간에는 관객도 이야기에서 빠져나와 잠시 쉬었으면 한다. 나는 어느 영화를 만들든지 그 안에 꼭 노래를 집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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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영화에는 그 이전 영화의 내용들을 스스로 참조하거나 유머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가족>에는 아쓰미 기요시가 카메오로 등장하고, 하이비스카스편에는 “그놈 뭐 뱀에게나 물려 죽었겠지”라는 대사도 나온다. 그런 건 시나리오를 적으면서 떠오르는 것이다. 하이비스카스편은 오키나와에서 찍었는데, 거기에는 뱀이 많다. 아마 그래서 그런 대사가 나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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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에 아쓰미 기요시가 죽었다. <남자는 괴로워>의 마지막 내용은 어떤 것인가. 이 시리즈에 총 네번 나온 ‘리리’가 토라상의 최후의 연인이다. 마지막에 그 둘이 가고시마로 동거를 하러 가는 걸로 처리했다. 아마미라는 섬이다. 마지막 영화의 로케이션 촬영도 거기에서 했다. 아쓰미는 이미 병이 악화되고 있었고, 매우 괴로워했었다. 대사도 하기 힘들어했고, 목소리의 힘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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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영화 속에 등장한 ‘토라상’의 마지막 모습은 어떤 것이었나. 고베에 지진이 있었고 토라상은 병문안을 간다. 고베에 있는 나가타인데, 그곳은 재일동포가 많은 곳이다. 그때 ‘마당’이라는 재일동포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그 춤을 추는 장면을 보는 토라상의 모습이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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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최근작은 의외로 사무라이영화, <황혼의 사무라이>이다. 사실, 일본의 사무라이영화는 를 제외하곤 대부분 거짓말이다. 리얼리티가 없다. 나는 진짜 사무라이영화를 그리고 싶었다. 예를 들면. 사무라이가 많은 사람과 싸우는 장면에서 대부분의 영화는 뒤에 있는 사람이 칼을 내리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런데 그건 거짓말이다. 이런 거짓말 영화에 불만이 있었기 때문에 진짜 사무라이를 그리고 싶었다. 사무라이는 아침에 일어나서 어떻게 세수하는지, 뭘 먹고, 뭘 입는지 하는 그런 것들. 사무라이의 진짜 생활을 그리고 싶었다. <황혼의 사무라이>는 싸우는 영화이지만, 여전히 ‘가족’을 그린다는 의미에서 <남자는 괴로워>와 통하고 있다.

▶ 빛고을에서 만난 일본 영화인 3人- 하스미 시게히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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