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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종합선물세트 [1] - 추석 영화 ①
심은하 2003-09-09

달력 보셨어요? 서늘한 바람이 불어서 벌써 9월인가 했더니, 추석도 유난히 빠릅니다. 갈 데도 없고 돈도 없다고, 기나긴 연휴에 방바닥 긁는 계획밖에 없다고 한숨 쉬실 분들을 위해 특별히 종합선물세트를 준비했습니다. 추석 극장가에서 볼 수 있는 영화 가이드, TV와 애니메이션의 DVD 박스 소개, <마징가 Z>를 비롯해 복간된 추억의 만화들, 그리고 재즈의 진수를 보여주는 영화들과 그 음반 올 가이드, 마지막으로 연휴기간 동안의 TV프로그램도 모두 모았습니다. 아니, 보너스를 받으셨다구요? 좋아하던 TV시리즈의 DVD 박스를 사는 건 어떠세요? 해외여행을 가신다구요? 일본 소설책 한권 들고 떠나세요! <씨네21> 한권이면 추석 2주, 남부럽지 않게 보낼 수 있습니다. 친구에게도 ‘강추’해주세요.

일가친척이 모여서도 가고, 친구를 만나서도 가고, 애인을 만나서도 가고. 기나긴 연휴동안, 극장은 한번 이상 발을 디디게 되는 주요 만남의 장소 중 한 곳이다. 해마다 유난히 한국영화가 강세를 보이는 추석기간동안 볼만한 영화21편을 한데 모았다.

드 라 마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김기덕의 아홉 번째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전에 없는 방식으로 풍경의 심도를 구축한다. 물 위에 떠 있는 암자는 고립된 세상을 주공간으로 삼던 김기덕식 로케이션의 결과이지만, 언제나 ‘자연의 반대명제’로 이미지를 주조하던 방식은 이제 자연 풍경의 아름다움을 담고자 하는 ‘먼’ 시선을 포함한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호수의 한가운데에 떠 있듯 자리잡은 조그마한 암자. 그곳에 노승과 동자승이 살고 있다. 여기서 인생은 계절의 흐름으로 압축된다. 봄, 미물을 장난감 삼아 놀이한 동자승에게 노승은 호통을 친다. 여름, 청년이 된 동자승은 병을 고치기 위해 암자를 찾은 여고생과 사랑에 빠져 암자를 떠나 속세로 빠져든다. 가을, 살인을 저지르고 다시 암자를 찾은 청년은 노승의 가르침으로 번뇌를 씻고 감옥으로 향한다. 겨울, 죗값을 치르고 중년이 되어 다시 찾은 절, 산을 오르는 고행으로 깨달음을 갈구한다. 그리고 다시 봄.

<바람난 가족>

<바람난 가족>은 대한민국 남성들의, 혹은 감독 스스로의 ‘고해성사’ 같은 영화다. 사회적 우위를 계승받아 고의적이든 고의적이지 않든 폭력의 역사에 동참했던 ‘미성숙’의 남자들이, 길게는 60년 짧게는 30년을 참고 살아온 ‘성숙한’ 여자들에게 바치는 반성문인 것이다. 하여 이 영화 속 남자들은 등장부터 구덩이에 빠지거나, 무력하게 자기 뒤도 못 닦고 손발이 묶여진 채 마지막 기운을 뿜어대다가 걸레질로 ‘아웃’당한다. 입양한 아들 수인과 나름대로 정의로운 변호사 남편, 까탈스러운 시어머니와 병상에 누운 시아버지를 둔 가정주부 호정. 얼핏 평범해 보이는 집안이지만, 남편 영작은 젊은 애인 연과의 섹스에 탐닉해 있고, 시어머니는 초등학교 동창과 바람이 나서 “생전처음 오르가슴을 느꼈다”고 고백하며, 호정 역시 옆집 고등학생 지운과 심심풀이 ‘찐한연애’를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차 안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던 영작의 차가 술취한 우체부 지루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으면서 이 가족은 아슬아슬한 균열을 넘어 붕괴의 순간을 맞는다.

<스위밍 풀>

베스트셀러 범죄소설 ‘도웰 시리즈’의 작가 사라는 점차 젊고 유능한 작가들에게 밀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연인관계에 있는 출판사 사장인 존은 사라에게 자신의 프랑스 별장에서 휴식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길 권한다. 전원의 평화로운 분위기에 푹 빠진 사라에겐 새로운 창작의 기운이 솟는 듯하지만 존의 딸 줄리가 별장에 찾아오면서 그 평화는 단숨에 깨진다.

<케이펙스>

맨해튼에 있는 한 정신병원에 벌쩡해 보이는 사내 '프롯'이 이송된다. 스스로를 '케이-펙스'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주장하는 이 지적이고 확신에 찬 환자는 이내 다른 환자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게 되고, 애초 그를 치료받을 환자로만 여기던 정신과 의사 마크 파웰마저도 그의 주장이 과학적 사실에 부합한다는 사실을 알자 혼란스러워진다.

코 미 디

<오! 브라더스>

가족을 소재로 하고 또 그것이 주제의 위치에 놓여 있을 뿐만 아니라 결론이기도 한, 가족을 하나의 매직 워드로 사용하는 본격 가족(주의)영화. 불륜 커플들의 사진을 찍으며 생계를 꾸려가는 흥신소 직원 오상우는 거의 연을 끊고 살던 아버지의 부음과 함께 그 빚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을 접한다. 때마침 악질 경찰인 정 반장의 뒷돈 독촉으로 궁색해진 상우는 조로증으로 특수학교에 있다는 또 다른 상속인이자 이복동생인 봉구를 찾아나선다. 마치 <레옹>에서 마틸다에게서 어린아이와 연인의 두 얼굴을 한꺼번에 집어넣어 중의적이고 복합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냈듯이 <오! 브라더스>는 <하면 된다>의 그로테스크한 캐릭터의 얼굴을 한 열두살짜리 소년을 통해 그렇게 한다.

<불어라 봄바람>

장항준 감독의 <라이터를 켜라>에서 ‘어리버리’의 진가를 보여준 김승우는 감독과의 호흡을 연장하여 ‘좀팽이’로 확실하게 거듭난다. 전자는 어리석고 후자는 약았지만, 김승우의 탁월한 만화적 표정과 제스처 덕에 두 캐릭터는 장항준표 코믹 페르소나의 동일성을 획득한다. <가문의 영광>에서 내숭과 엽기를 오가던 김정은은 이번엔 사투리 대신 비속어를 ‘열라’ 남발하며 ‘졸라’ 단순발랄한 삼류인생을 여전히 사랑스럽게 연기해낸다. 돈 좀 아끼겠다고 별 치사한 짓 다하는 좀팽이 소설가 선국의 집에 다방레지 화정이 세들어온다. 방만하고 시끄러운 그녀의 라이프 스타일은 원고 독촉에 시달리는 선국의 화만 돋울 뿐이다. 그러던 중 선국은 문하생이 정리한 화정의 이야기를 자기 소설에 도용하기 시작한다. 이를 숨기려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선국은 조금씩 화정의 순수함에 마음을 열게 되고 화정도 선국에게 끌린다. 하지만 사실을 알게 된 화정이 결국 떠나자, 선국은 뒤늦게 사랑을 깨닫는다.

<위험한 사돈>

노익장을 과시하는 스파이와 겁쟁이 사돈의 좌충우돌 활약상. CIA 비밀요원 스티브는 아들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상견례 자리에서 만난 사돈 제리에게 복사기 세일즈맨이라고 자신을 소개하지만, 미모의 여인과의 수상한 접선 현장을 들켜 제리로부터 매춘 알선업자라는 오해를 산다. 핵 잠수함 밀매 사건을 조사 중인 스티브는 프랑스로 거래인을 만나러 가는 자리에 사돈 제리를 동행하는데, 소심한 제리는 의외의 활약을 펼친다.

<조폭마누라2: 돌아온 전설>

<조폭마누라2>는 기억을 잃어버린 은진이 순진한 동네 사람들과 ‘의리’를 다지는 이야기다. 타고난 재능으로 조폭들을 평정했던 은진은, 자신의 힘을 알지도 쓰지도 못한 채 중국집 배달부로 일한다. 재철을 비롯한 많은 남자들이 은진에게 접근을 하면서 자잘한 사건들이 벌어지지만, 그 사건들은 오로지 ‘개그’ 일색이다. 가위파의 두목 차은진은 다른 조직과의 싸움 도중 빌딩 옥상에서 떨어진다. 주변을 지나가던 중국집 주방장 재철은 정신을 잃은 은진을 발견하여 집으로 데리고 간다.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은진은 재철의 중국집에서 배달을 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2년 뒤, 재철의 가게가 있는 거리의 재개발 사업이 시작된다. 은진의 라이벌이었던 백상어가 재개발 이권을 노리고 왔다가, 기억을 잃은 은진을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