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제 6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결산 [1]

베니스, 고국을 버리고 러시아를 택하다

안드레이 즈비야진체프의 <귀환> 황금사자상·최우수 데뷔작품상 동시 수상감독상은 기타노 다케시

수 / 상 / 결 / 과

공 식 경 쟁 부 문

## 베네치아60 경쟁 ##

황금사자상 | <리턴>(안드레이 즈비야진체프, 러시아)

심사위원 대상 | <연>(란다 샤할 사박, 레바논)

감독상 | 기타노 다케시(<자토이치>, 일본)

최고 개인 공헌상 | 마르코 벨로키오 (<좋은 아침, 저녁>, 이탈리아)

남녀 주연상(볼피 컵)숀 펜(, 미국)

카트야 리에만(<로젠스트라세>, 독일)

최우수 신인연기상(마르첼로 마스트로이안니 상) | 나자트 벤살렘(<라자>, 프랑스)

## 업스트림 경쟁 ##

작품상(산 마르코 상) | <보드카 레몬>(하이너 살림, 아르메니아)

심사위원 대상 | <슐체 겟츠 더 블루스>(마이클 쇼르, 독일)

업스트림 남녀주연상 | 아사노 다다노부 (<우주에서의 마지막 삶>, 타이)

스칼렛 요한슨 (<로스트 인 트랜슬레이션>, 미국)

특 별 부 문

최우수 데뷔작품상(미래의 사자상) | <리턴>(안드레이 즈비야진체프, 러시아)

## 단편부문 ##

최우수 단편상(은사자상) | <오일>(무라드 이브라짐베코프, 러시아)

최우수 유럽단편상(UIP상 | <트루마우스 쇼>(줄리오 로블레도, 스페인)

특별언급 | <넛트 앤 볼트>(안드레아스 크레인, 독일)

베니스 = 백은하 lucie@hani.co.kr · 취재지원 윤성봉

베니스 최고의 행운아 <귀환>

<귀환>

“오늘밤 여러분들은 단지 두명의 배우를 이 무대에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이 영화에 세명의 배우가 등장했던 것을 아실 겁니다. 이 상을 두달 전 비극적으로 우리 곁을 떠난 안드레이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이탈리아 현지시간 9월6일 저녁 폐막된 제60회 베니스영화제 최고의 행운아는 바로 <귀환>(The return)으로 황금사자상과 신인감독상을 동시에 거머쥔 러시아 신인감독 안드레이 즈비야진체프였다. 그러나 그에겐 마냥 수상을 기뻐할 자유가 없었다. 안드레이로 출연했던 15살의 배우 블라디미르 가린이 촬영 직후 촬영장소였던 호수에 빠져 사망한 비극적인 사건을 등에 업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제 기간 내내 사건에 대한 언급을 일절 삼가했던 이 패기만만한 젊은이의 목소리는 처음으로 비통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날은 감독에게나 러시아영화에 있어 매우 기념비적인 날임은 분명했다. 지난 62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가 <이반의 어린 시절>로 황금사자상을 가져간 40년 만에 ‘리턴’지점을 찾아낸 안드레이 즈비야진체프는 “두 영화의 주인공 이름이 동일하다는 것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시적인 일치 같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성경의 모티브와 신화적 기운으로 충만한 ‘이반과 안드레이의 어린 시절’ <귀환>은 도저히 ‘초짜스탭’들의 손에 빚어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유려한 영상과 침착한 호흡 속에 한순간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보기드문 수작이다. 12년 만에 찾아온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외딴 섬으로 떠나는 두 형제, 안드레이와 이반. <귀환>은 형제가 첫 여행에 들떠하고, 아버지와 대립하고, 결국 우연한 사고로 아버지를 죽이고, 그의 시체를 끌고 집으로 귀환하는 일주일간의 여정을 기술한다. 영화제 시작전부터 “범상치 않은 데뷔작”이라는 소문이 퍼졌고, 이탈리아의 러키레드와 스위스의 프레네틱 등이 속속들이 배급권을 사들이면서 상업적인 가능성까지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던 이 작품은 공식시사 뒤엔 “신인상은 따논 당상”이라는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황금사자상의 주인공이 된 것은 심사위원단의 조금 파격적인 결단처럼 보였고 폐막 전날까지 가장 유력한 수상후보로 점쳐지던 <좋은 아침, 저녁>이 수상에서 제외되었다는 뉴스는 러시아 소년의 안타까운 소식 이상으로 이탈리아 언론들을 비통하게 만들었다.

논쟁보다 논란을 낳은 수상

전 이탈리아 총리 알도 모로가 1978년 3월 ‘붉은 여단’ 소속의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당해 55일 만에 시체로 발견되었던 실제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좋은 아침, 저녁>은 사건의 진실 그 자체보다는 4명의 청년들이 혁명의 이상과 일상의 삶 사이에 격투를 벌여나가는 과정과 알도 모로와 청년들 사이에 형성되어가는 인간적인 교류에 더욱 초점을 맞춘 영화다. 또한 이 영화는 결국 살해된 알도 모로가 유유자적 탈출하는 마지막 시퀀스의 판타지 장면으로 기립박수를 얻어냈다. 그러나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탈리아 감독 마리오 모니첼리의 “실제사건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좀 어렵게 다가갔을 것이다. 영화제는 국제적인 것이지 국가적인 문제에 얽매이는 지방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수상 제외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다분히 면피성으로 간주되는, 최고개인공헌상을 제외하고 <좋은 아침, 저녁>이 주요 수상에서 제외된 데 대해 <라 레푸불리카>는 “이번 60회 영화제의 심사위원들의 결정은 실로 염려스럽다.

베네치아60 황금사자상 <귀환>(The return) 감독 안드레이 즈비야진체프 인터뷰상징과 은유? 그런 건 없다, 보고 싶은 것을 보라

많은 비평가들이 <리턴>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와 비교하는 것 같다. 러시아 감독들이 스스로 타르코프스키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생각하기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그는 우리 시대의 가장 심오한 감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작품에서 타르코프스키와 어떤 종류의 유사함을 발견한 것에 대해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의 영화를 따라하려고 한 적도, 어떤 부분을 인용하려고 한 적도 없다.

영화배경에는 시대를 암시해주는 어떤 요소들도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의 역사와 의복에 대해 제한된 지식만을 가지고 있는 이탈리아 관객이 이 영화가 시간 속에 멈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이해한 것에 매우 만족스럽다. 제작진은 러시아 관중조차 이 영화가 3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지 200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지 알아차릴수 없도록 노력을 많이 했다. 어떤 이는 아버지는 옛 러시아를, 두 아들은 지금의 러시아를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능한 해석이다.

한편에서는 당신의 영화를 정신분석적 연출이라 보는데. 아니다. 난 내 영화가 정신분석이라는 단어와 같이 고려되지 않길 바란다. 만약 그런 부분이 있다고 할지라도 나는 관심없다. 개인적으로 인간의 종교적 차원에 더 관심이 많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 허리 밑부분보다는 그 윗부분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는 의미다.

당신의 영화는 상징적인 소품들과 행동으로 가득 차 있다. 상징들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말자. 영화의 속은 각각의 관객이 다른 형태로 빚어낼 재료들로 가득 차 있다. 상징은 이런 재료를 부수고, 영화의 한 부분인 시적 감흥을 깨는 것이다. 보이는 것을 해석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지 감독의 몫은 아니다. 나는 사람들이 그들이 원하는 것을 볼 수 있도록 자유롭게 놔두고 싶다. 어떠한 상징들도 은유도 없다. 두 소년이 아버지와 함께한 섬으로 간다는 것도 은유가 아니다. 삶에 포함된 하나의 스토리일 뿐이다.

아버지가 먼 섬까지 찾아나선, 그 작은 상자 안에는 뭐가 들어 있었을까. 글쎄, 그건 비밀이다. 어쩌면 사실 그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 상자안엔 아버지와 함께 사라진 영화의 미스터리가 담겨 있겠지.

▶ 제 6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결산 [1]

▶ 제 6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결산 [2]

▶ 제 6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결산 [3]

▶ 제 6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결산 [4]

▶ 제 6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결산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