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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9]
권은주 2003-09-26

Key Word No. 06

판 * 타 * 지 * 영 * 화

환상특급, 시공초월(幻想特急, 時空超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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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아파 좀처럼 꿈을 꾸지 못하시는 분들, 여기 백일몽 파티에 참여하시는 게 어떨지. 여자는 없는 남자들만의 세계에서 추출된 악몽이, 포탄 소리와 블루스가 교차하는 1930년대 상하이에서 들여온 로맨스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우주에서의 마지막 삶

Last Life in the Universe

아시아영화의 창 | 타이 | 펜엑 라타나루앙 | 2003년 | 112분

10월3일 오후 4시 메가박스6관, 6일 오후 2시 대영3관

그, 그녀, 타이, 일본, 그리고 아시아

타이 감독 펜엑 라타나루앙의 세 번째 영화 <몬락 트랜지스터>는 신기하지만 약간은 덜떨어진 영화였다. 촌스러울 정도로 시간을 들여 이별의 정한에 정성을 쏟았던. 그런데 펜엑 라타나루앙은 네 번째 영화 <우주에서의 마지막 삶>으로 아시아 모더니즘 영화의 진영에 새로이 깃발을 꽂았다. 타이에 거주하며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일본인 켄지는 결벽증의 소유자이고, 언제나 자살충동에 시달린다. 분명하진 않지만, 그는 야쿠자이며, 지금 도피 중이다. 켄지는 도서관에서 만났던 한 여고생의 죽음으로 그녀의 언니 노이를 알게 된다. 그 즈음 그는 그의 형을 죽인 야쿠자를 엉겁결에 살해한다. 켄지는 형을 잃었고, 노이는 동생을 잃었다. 한편 노이는 일본 오사카에 가기 위해 일본어를 배우고, 켄지는 오사카 출신으로 이곳 방콕에 와 있다. 노이는 어떻게든 오사카에 갈 것이고, 켄지는 누가 뭐라 해도 방콕에 남을 것이다. 둘은 어색한 영어로 서로의 감정을 전한다. 서로의 위치와 형편이 교차되는 두 사람이 노이의 집에서 며칠간 함께 생활한다. 펜엑 라투나루앙은 기타노 다케시식 편집과 인물, 차이밍량식 정서가 결합된 듯한 방식으로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섬세하게 넘나든다. <우주에서의 마지막 삶>은 올해 부산에서 놓치지 말고 보아야 할 아시아영화 중 한편으로 손색이 없다.

라스트 신

Last Scene

아시아영화의 창 | 일본 | 나카타 히데오 | 2003년 | 99분

10월4일 오후 2시 부산1관, 7일 오후 8시 메가박스9관

영화에 대한 지독한 애정, 단지 그것만으로도 감동적인 영화

60년대, 영화가 조금씩 쇠퇴하던 시절의 스타 미하라는 아내의 죽음과 함께 알코올중독으로 은퇴한다. 2002년 미하라는 병상의 노인을 연기하기 위하여 다시 스튜디오를 찾는다. 그러나 TV연출가 출신의 감독은 연출하다가 전화를 받고, 배우가 아닌 탤런트들은 여기저기서 딴짓 하느라 정신이 없다. 소품 담당인 미오는 그런 현실에 절망하고 일을 그만두려 하지만, ‘라스트 신’을 찍는 미하라의 마지막 열정에 감동을 받는다. 영화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역설하는, 디지털영화.

마트루부미: 여성이 존재하지 않는 땅

Matrubhoomi:Nation without Women

새로운 물결 | 인도 | 마니쉬 자 | 2000년 | 84분

10월4일 오전 10시 메가박스6관, 6일 오후 1시 메가박스6관

XY 염색체의 소멸이 불러온 재앙

동굴에 모여든 사람들. 죄다 남자다. 불이 꺼지고 조그만 모니터가 켜진다. 포르노다. 화면은 일그러져 형상을 알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교성 소리만으로도 장내는 달아오른다. 수염 덥수룩한 할아버지는 심지어 눈물까지 떨어뜨린다. 여아살해가 극에 달해 남자들만 남은 마을의 해프닝은 계속된다. 아버지의 보호 아래 십여년을 몸을 숨기고 살아왔지만, 결국 돈에 눈먼 아버지 때문에 이 마을의 재력가 집안에 시집가게 된 처녀. 그러나 그의 결혼 상대는 무려 6명의 남자다. 재력가와 그의 다섯 아들은 순번을 정해 침소에 들고, 온갖 노동에 시달린 그녀의 육체는 밤에도 혹사당한다. 자신을 위해주는 막내아들에게 마음을 주지만, 그녀는 이내 다른 형제들의 질투에 의해 마을 공동체의 성욕을 위한 노리갯감으로 전락한다. 성적 차별로 줄어드는 여성인구가 연간 5천만명에 달한다는 인도의 현실을 고려할 때 여아살해 관습이 종국엔 공동체의 파국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는 영화의 메시지는 허무맹랑한 가정에 그치지 않는다.

자줏빛 나비

Purple Butterfly

아시아영화의 창 | 중국 | 로우예 | 2003년 | 128분

10월4일 오후 5시 부산1관, 6일 오전 11시 메가박스9관

상하이가 꿈꾸는 마지막 핏빛 로맨스

<주말연인> <수쥬>에 이어 <자줏빛 나비>에서도 로우예는 자신의 고향 상하이에 카메라를 드리운다. 1931년 상하이. 중국의 레지스탕스 조직인 자줏빛 나비는 일본 비밀 경찰의 우두머리인 야마모토를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임무를 맡게 된 이는 일본군에 의해 가족을 잃은 뒤 레지스탕스 조직에 몸담은 딩후이. 그러나 딩후이는 야마모토를 경호하는 직속 부하가 3년 전 자신이 사귀었던 이타미임을 알게 되고 선택의 기로에 선다. 1930년대 상하이 뒷골목의 질척하고 퇴폐적인 분위기를 끊임없이 환기시키는 이 영화는 서로에게 총을 겨눠야 하는 딩후이와 이타미가 바에서 함께 춤추는 장면에 이르러 핏빛 로맨스의 극점에 도달한다. <영웅> <집으로 가는 길>의 장쯔이와 로 국내 관객에게 얼굴을 알린 나카무라 도오루가 비극적인 로맨스를 떠맡은 이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화어권 영화로는 유일하게 라인업에 올랐다.

중국 독립영화 특별전중국의 정치와 미학을 되새기며

중국 독립영화는 이제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영화역사 안에서 정치와 미학을 재기술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그동안 꾸준하게 그들과의 교류를 유지해왔고, 그런 점에서 총 11편의 작품을 선정하여 지나온 그들의 궤적을 다시 한번 반추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북경잡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장위안의 <마마>는 홀로 뇌성마비 아이를 키우는 중국 어머니의 삶의 질곡을 보여준다. 우디의 <황금어>는 미국에 살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중국에서 살아가는 두 남녀의 가짜 이민생활을 다룬다. <수쥬>로 잘 알려져 있고, <자줏빛 나비>로 올해에도 부산을 찾게 될 중국의 스타일리스트 로우예의 <주말연인>은 상하이에 대한 미학을 선보인다. 가장 투철한 정치적 제스처로 유명한 왕샤오솨이의 <극도한랭>은 행위예술가인 주인공 치레이의 좌절과 투쟁을 그린다. 제1회 부산영화제의 뉴커런츠 부문 수상작인 장밍의 <무산의 비구름>은 얽힌 남녀의 관계를 통해 중국을 묻는다.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지아장커의 <소무>는 그를 전세계적 ‘전위’로 평가받게 한 첫 번째 작품이다. 지아장커의 두 번째 장편 <플랫폼>의 주인공으로 출연한 양티엔어는 <노인>을 통해 후미진 노인들의 삶에 카메라를 대고 응시한다. 또, 왕빙의 <티에시구(3)-철로>는 좌절된 산업도시 티에시구 지역의 삶을 보여준다. 왕차오의 <안양의 고아>는 한 아기의 양육을 둘러싸고 벌이는 세명의 슬픈 사연에 관한 영화이다. 우원광의 <농부와 함께 춤을>은 근대화되는 베이징의 주변부에 남은 사람들을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그리고 <첸모와 메이팅>은 불법 장사꾼 첸모와 마사지사 메이팅이 벌이는 ‘가짜부부’ 이야기이다. 이렇게 시기순으로 11편을 보고 나면 중국 독립영화에 대한 나름의 지도를 그릴 수 있지 않을까?

▶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1]

▶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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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7]

▶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8]

▶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