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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7]
권은주 2003-09-26

Key Word No. 04

대 * 중 * 영 * 화

가가호호 만민쾌활(家家戶戶 萬民快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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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왠지 ‘영화빨’ 안 받는다 싶으시다면, 이들 영화를 눈여겨보시라. 뭐, 영화제에 나오는 영화들이니 재밌기만 하겠냐마는 장르영화적 요소나 대중적인 문법, 또는 유명 스타가 지친 머리를 식혀줄 것이다.

굿바이, 레닌!

Good Bye, Lenin!

오픈 시네마 | 독일 | 볼프강 베커 | 2003년 | 118분

10월3일 오후 7시30분 야외상영관

효성 지극한 아들의 동독판 <인생은 아름다워>

열혈 공산당원이자 서방으로 가버린 남편 뒤에 남아 남매를 키워낸 헌신적인 어머니 크리스티아네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직전 심장마비로 혼수상태에 빠진다. 8개월 뒤. 아들은 위성방송 안테나 세일즈맨으로, 딸은 버거킹 점원으로 전직한 자본주의의 세계에서 엄마는 의식을 회복한다. 그러나 조그만 충격도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사의 경고에 효자 알렉스는 블록버스터급 거짓말에 착수한다. 엄마의 침실을 사라진 공산주의 사회의 유물로 채우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고 감독 지망생 동료의 도움으로 가짜 9시 뉴스까지 제작한다. 알렉스가 지어낸 동화 속에서는 서독인들이 동쪽으로 장벽을 넘고 물욕이 사회주의적 가치에 복속된다. 어머니의 정신적 평화를 위해 시작된 거짓말은 어느새 이상적인 통일의 형태에 대한 청년의 상상으로 탈바꿈한다. “엄마가 살았던 곳은 엄마가 믿었던 나라였다. 그러나 정확히 그 형태로는 결코 존재한 적이 없었던 나라였다”라고 알렉스는 뇌까린다. 가족 멜로드라마, 성장영화, 사회풍자극으로서 고루 만족스런 작품이며 모든 대사와 세부적 설정이 의미심장한 메타포로 잘 조립된 어른을 위한 동화다. 단 몇달 만에 물적, 윤리적 토대를 갈아치운 동독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코미디 기법으로 소화한 센스도 발랄하다.

영 아담

Young Adam

월드 시네마 | 영국/ |데이비드 매킨지 | 2003년 | 94분

10월3일 오후 8시 대영1관, 5일 오후 2시 부산1관, 9일 오후 2시 메가박스5관

비트 제네레이션의 절망과 실존

더딘 물살을 타고 한 여성의 시체가 떠내려온다. 바지선 인부 조의 표정은 불편하고 이를 보는 선주 레스와 아내 엘라의 분위기도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1950년대 에든버러와 글래스고 사이의 석탄 운반 바지선을 배경으로 하는 <영 아담>은 시커먼 석탄더미 속에 희망과 미래, 그리고 도덕을 묻은 ‘비트 세대’ 젊은이에 관한 이야기다. 한때 소설가를 꿈꿨으나 부조리한 시대에 좌절한 조는 바지선에서 일하며 오로지 섹스에만 탐닉한다. 그의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는 가운데 의문점들 또한 서서히 풀려나간다. 푸른빛 영상에 담긴 과감한 노출과 섹스신이 충격적이다. 이완 맥그리거, 틸다 스윈튼, 피터 뮬란 등 캐스팅 또한 화려하다.

꿈꾸는 풍경

The Floating Landscape

새로운 물결 | 홍콩 | 캐롤 라이 | 2003년 | 100분

10월4일 오후 8시 메가박스6관, 6일 오후 8시 메가박스8관

마음속에 음각된 풍경을 찾아서

홍콩에 사는 만은 얼마 전 사망한 연인 샘의 고향인 칭다오를 찾는다. 죽음을 앞둔 샘이 유달리 애착을 보였던 풍경화 속 숲을 직접 보기 위해서다. 만은 샘의 친척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그림 속 풍경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그런 만에게 연민을 느끼는 우체부 릿은 자청해 풍경을 찾아나서고, 둘의 관계는 서서히 가까워진다. <꿈꾸는 풍경>은 그림엽서처럼 예쁜 영상과 감정을 이끌어가는 내러티브가 탄탄한 정통 멜로영화다. 지나치게 아름다운 화면과 너무 착한 캐릭터들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장르영화지만 <꿈꾸는 풍경>은 스산한 가을바람과 그윽하게 어울릴 만한 소품이다.

4차원 입방체

The Tesseract

아시아영화의 창 | 타이, 일본 | 옥사이드 팡 | 2003년 | 96분

10월7일 오후 2시 부산1관, 9일 오후 2시 메가박스6관

신이 벌이는 인간 룰렛

쌍둥이 동생 대니 팡과 함께 <방콕 데인저러스> <디 아이> 등을 만들어온 옥사이드 팡의 영화. 다량의 마약을 되찾으려는 살인청부업자, 졸지에 운반책 역할을 맡게 된 마약 중독자, 손님들의 값나는 물건들을 팔아치우는 벨보이, 인터뷰를 위해 방콕에 들른 심리학자, 이들 네 사람은 방콕 뒷골목에 위치한 헤븐이라는 허름한 호텔에 투숙하면서 마약쟁탈전에 휘말리게 된다. 인물 각각의 시점으로 시간을 재구성하고, 슬로모션과 점프 컷으로 리듬을 부여한 스타일리시한 장르영화. 인물들의 의지와 행위가 맞물림과 엇갈림 끝에 되돌릴 수 없는 비극을 초래함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제목이 일러주듯, 피비린내나는 인간 욕망의 쟁투가 절대자의 간계임을 암시한다.

마더

Mother

월드 시네마 | 영국 | 로저 미첼 | 2003년 | 112분

10월4일 오후 2시 대영1관, 6일 오후 5시 부산1관

황혼의 로맨스, 길을 잃다

런던의 아들과 딸을 찾아나서기 위해 옷을 여민 노부부. 그러나 거구의 아비는 아들 집 문턱을 밟은 지 며칠 안 돼 숨을 거둔다. 홀로 남은 어미 메이는 외손자들을 돌봐주는 조건으로 딸 폴라의 집에 머무는 신세가 된다. 예기치 않던 로맨스도 이 즈음에서 시작된다. 상대는 아들의 친구이자 딸의 연인인 목수 대런. 그녀는 딸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기 위해 대신 나간 자리에서 대런으로부터 키스를 받는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전원 풍경 안에 생의 마지막 로맨스가 될지도 모를 여인의 들끓는 욕망을 불어넣은 당사자는 <노팅 힐> <체인징 레인스> 등을 연출했던 로저 미첼. 감정의 핑퐁 게임을 놓치지 않고 주고받는,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이는 영화.

푸보

FU BO

아시아영화의 창 | 홍콩 | 웡칭포, 리컹록 | 2003년 | 100분

10월3일 오후 4시 메가박스2관, 6일 오전 10시 메가박스2관

자신의 핏줄을 하늘에 바쳐야 하는 힘없는 제사장의 비애

푸보(福伯). 신에게 고기와 술을 바치는 우두머리라는 뜻을 지녔지만, 실제로 의사 대신 해부를 실시하는 영안실 보조를 낮추어 부르는 호칭이다. 20년 가까이 영안실 보조 일을 해온 속칭 푸 아저씨는 세상의 경멸에도 불구하고 이 일이야말로 세상에서 진정으로 가치있는 일이라고 믿는다. 혼란스러운 삶에 의해 찢겨진 육체와 정신을 거두어 봉합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완성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무덤 같은 영안실을 벗어나 잊고 있었던 자신의 현실을 더듬는 순간, 그는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에 빠져든다. 죽음을 부르는 삶에 관한 진지한 해부도.

PTU

PTU

아시아영화의 창 | 홍콩 | 두기봉 | 2003년 | 88분

10월5일 오후 10시 메가박스5관, 7일 오후 8시 부산1관

잃어버린 총을 찾아나선 형사의 고군분투기

<천장지구> <동방삼협> <심사관> 등의 영화로 널리 알려진 두기봉 감독의 신작. PTU(Police Tactical Unit)는 경찰기동부대를 뜻하는 말이다. 사건은 형사 로가 조직폭력배와 싸우다 총을 분실하면서 시작된다. 경찰기동부대 팀장 마이크가 로를 도와주려는 동안 범죄수사대는 로의 행동을 의심하고, 조직폭력배들은 조직원이 살해된 사건 때문에 한바탕 전쟁을 준비한다. 서로 적대시하는 경찰 대 경찰, 경찰 대 폭력조직, 폭력조직 대 폭력조직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홍콩의 밤은 폭발 직전에 이른다.

옹박

Ong Bak

오픈 시네마 | 타이 | 프라차야 핀카엡 | 2003년 | 105분

10월8일 오후 7시30분 야외상영관

성룡과 이연걸의 고난도 액션, 이렇게 뛰어넘었다!

타이의 전통 무술 ‘무에타이’가 성룡의 애크러배틱 액션과 이연걸의 정교하고 기품있는 무술을 빨아들여 액션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도전한다. 10살 때부터 무에타이를 연마해온 파놈 이럼은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점프력과 탄력성으로 언뜻 불가능해 보이는 액션을 태연히 펼친다. 성룡의 단골메뉴이던 좁은 시장통의 추격전에서 이럼은 별다른 디딤돌 없이 서너대의 차량을 훌쩍 뛰어넘고, 서너겹으로 포위된 골목길에서 깡패들의 머리를 징검다리 삼아 가뿐하게 빠져나온다. 와이어를 사용하지 않은 듯한 실감나는 액션이다. 무릎과 팔꿈치로 상대방을 가격하는 격투신들은 진짜 부상이 걱정될 정도로 격렬하며 자극적이다. 특히 타이의 삼륜 오토바이 택시들이 수없이 부서지며 벌이는 추격장면은 타이판 <분노의 질주>.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드는 액션에 비해 이야기는 놀랄 만큼 진부하다. 타이의 한 시골 마을에 수호신처럼 떠받들어지는 불상 옹박이 도난당하자 사람들은 좌절에 빠진다. 청년 팅(파놈 이럼)이 목숨을 걸고 옹박을 되찾아오겠다며 방콕으로 나선다. 그리고 마약과 폭력이 난무하는 타락한 도시를 평정한다.

마그니피코

Magnifico

아시아영화의 창 | 필리핀 | 마리요 J. 델로스 레이에스 | 2003년 | 123분

10월4일 오전 10시 메가박스9관, 7일 오후 5시 대영3관

세상에 행복의 빛을 준 소년

어린 소년 마그니피코의 가족은 위기를 맞았다. 극빈한 살림을 꾸리는 와중에 할머니는 큰 병을 얻었고, 형은 장학금을 잃었다. 형은 한때 그를 좋아했던 부잣집 여성과 결혼해 집안을 일으키려 하고, 동생 마크니피코는 미약하지만 자기 힘으로 이를 극복하고자 한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한 꼬마의 아름다운 마음 씀씀이가 눈가에 물방울을, 입가엔 미소를 만들어낸다.

후나키를 기다리며

Ramblers

아시아영화의 창 | 일본 | 야마시타 노부히로 | 2003년 | 83분

10월3일 오후 10시 메가박스4관, 6일 오후 2시 부산1관

홍상수 영화에서 지독한 조롱과 자학을 뺀 소박한 ‘여행기’

아마추어 감독 츠보이와 키노시타는 배우 후나키의 제안으로 겨울여행에 동참하지만 정작 후나키는 오지 않는다. 거의 초면이라 서먹한 두 사람은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겨울바다에서 수영을 하던 수수께끼의 소녀 아츠코와 만난다. <후나키를 기다리며>는 엇박자 여행의 사소한 여정을 재치있게 풀어간다. 돌연한 만남과 헤어짐, 작은 차이들이 만들어내는 어색함과 충돌들, 나른한 순간에 발휘되는 재기와 반짝임 같은 것들이 작은 이야기 속에 가득 차 있다.

▶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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