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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4]
권은주 2003-09-26

방직성 경찰

A Policeman In Textile City

새로운 물결 | 중국 | 디아오 이난 | 2003년 | 92분

10월3일 오전 10시 메가박스2관, 7일 오후 7시 메가박스2관

가면을 쓴 진실들의 조우

샤오지앙은 마을에서 솜씨를 인정받는 재단사. 하나, 병든 아버지 대신 가계를 책임져야 하는 그의 생은 반복된 마름질과 다림질로 건조하기 짝이 없다. 어느 날 그에게 변신의 유혹이 손을 내민다. 제복을 맡겼던 경찰관이 교통사고로 죽었음을 알게 된 것. 우연히 걸친 제복으로 인해 돈과 여자친구를 얻게 된 그는 이때부터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가면이라는 안경을 통해서만 보이는 진실의 세계, 그리고 그 앞에서 무력해지는 인물들에 대한 독특한 스케치. 설정은 차이니스 버전의 <총잡이> 또는 <반칙왕>이라 명명할 만하다. 올해 상영작인 <명일천애>의 주연배우인 디아오 이난의 장편 데뷔작.

사막의 춤

Dancing In The Dust

새로운 물결 | 이란 | 아쉬가르 파르하디 | 2003년 | 95분

10월4일 오후 4시 메가박스6관, 6일 오전 10시 메가박스6관

그녀를 위한 손가락

나자르는 버스 안에서 만난 레이하네에게 첫눈에 반해 결혼까지 한다. 그러나 레이하네의 어머니가 매춘부라는 이유로 그들은 이혼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른다. 레이하네를 사랑하는 마음이 변치 않은 나자르는 그녀의 새로운 결혼 지참금을 마련해주는 것만이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우여곡절 끝에 땅꾼 하지의 차를 타고 사막에 도착한 나자르는 그곳에서 뱀을 잡아 돈을 마련하려다가 도리어 손가락을 물려 절단하게 된다. 사랑의 낙원을 보여줄 듯한 낭만적인 첫 장면 이후, 붕대를 감은 손을 뒤로 하고 돈뭉치를 넘겨주는 슬픈 마지막까지, 착하고 순진한 나자르에게 현실은 장애로 가득 찬 사막일 뿐이다. 그래서 <사막의 춤>은 현실에서 길을 잃고, 사랑을 위해 돈을 구해야 하는 슬픈 신밧드의 모험에 관한 이야기이다.

투쟁

Struggle

크리틱스 초이스 | 오스트리아 | 루트 마더 | 2003년 | 74분

10월3일 오후 2시 부산2관, 6일 오후 5시 메가박스4관

오스트리아에도 차이밍량이 살고 있었네

이 영화의 제목은 ‘절망적으로 행복을 구하는 몸부림’ 정도로 해석된다. 외로운 남자가, 고단한 여자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꺽꺽 오열할 때까지, 한 줄기 눈물로 뺨을 적실 때까지 영화는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 그들의 퍼석한 마음에 천천히 물기가 차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투쟁>은 옴니버스 구조를 취한다. 환자에게 모욕당한 여의사는 귀갓길 혼자뿐인 차 안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눈물을 훔친다. 두 번째 인물은 계절노동자로 딸을 데리고 딸기 수확 품팔이를 하려고 오스트리아에 온 폴란드 여인 에바. 길가의 예쁜 집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에바는 불법체류의 길을 택하고, 카메라는 끊임없이 딸기를 따고 고기를 정육하고 인형케이스를 닦는 그녀의 과묵한 노동을 주시한다. 세 번째 인물은 가족에게 내쳐진 부동산업자. 위험스런 방식으로 성욕을 자극하고 달래는 그는 추잡한 중년이지만, 혼자 커피를 마시고 차고문을 여닫는 그의 얼굴은 더러움도 기름기도 없이 텅 비어 있다.

선택

The Road Taken

새로운 물결 | 한국 | 홍기선 | 2003년 | 103분

10월3일 오후 8시 부산1관, 5일 오후 7시 메가박스6관, 7일 오후 5시 메가박스6관

살아서 만나리라, 장기수 김선명의 자유를 향한 투쟁

김선명, 1951년 체포되어 1995년 석방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 감옥에 갇혀 있던 정치범,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로 데뷔한 홍기선 감독은 10년 만에 연출한 두 번째 영화에서 결코 양심을 버리지 못했던 이 인물의 삶을 그린다. 제목이 암시하는 대로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끊임없이 전향서를 요구하는 체제와 양심에 오물을 묻히고 싶지 않았던 개인의 대립과 갈등이다. 따라서 <선택>은 김선명의 사상적 투철함이나 인간적 성숙을 따로 부각시키지 않는다. 하등 남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젊은이, 김선명은 두들겨맞고 굶주림에 창자가 뒤틀리고 동료들이 하나둘 떠나가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굳건해진다. “사람들은 자유가 감옥 밖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 자유는 감옥에 있었다”는 그의 말이 어떤 뜻인지 곱씹어보게 만든다. 1995년 석방되던 날, 감옥을 나서는 김선명과 그를 배웅하는 교화과장의 모습은 진짜 감옥에 갇힌 인물은 김선명이 아니라 교화과장임을 암시한다. 김선명을 감옥에 가둬놓고도 안절부절 못했던 불의의 시대, 증오의 역사가 고개 숙인 교화과장의 모습에 투영돼 있다.

맹정

Blind Shaft

아시아영화의 창 | 중국 | 리양 | 2003년 | 92분

10월4일 오후 4시 메가박스3관, 7일 오후 2시 대영1관

현대 중국 리얼리즘영화의 현주소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예술공헌상을 수상한 중국 감독 리양의 데뷔작. 부도덕한 중국 현실의 단면을 예리하게 잘라 보여주는 영화다. 불법 광산을 옮겨다니는 두 남자가 있다. 탕과 송, 그들은 탄광 깊은 곳에서 한 청년을 곡괭이로 찍어죽이고 갱도에 사고가 난 것처럼 위장한다. 자기들이 죽은 청년의 친척이라며 탄광 사장을 협박하는 탕과 송. 사장은 탄광 사고가 알려져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될까봐 돈으로 탕과 송의 입을 막는다. 탕과 송은 한몫 단단히 챙겨서 광산을 떠난다. 그들은 살인과 협박으로 먹고사는 2인조인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영화의 시선은 천인공노할 2인조를 살인마로 그리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쉽게 돈을 버는 일을 알게 된 것뿐이다. “중국엔 모든 것이 부족하지. 하지만 사람은 넘쳐나거든”이라는 대사가 의미하는 대로 그들은 중국에서 가장 풍부한 자원인 사람 몇 사람을 없앴을 뿐이다. 탕은 도시에서 또 다른 희생자를 물색하다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온 16살 소년을 발견한다. 소년에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탄광에서 일할 것을 제안한다. 송의 조카라고만 말하면 함께 탄광에서 일해서 돈을 벌 수 있다고. 하지만 소년을 본 송은 마음이 개운치 않다. 고향에 두고온 아들이 떠오른 탓이다. 소년과 함께 일하게 된 광산에서 송은 악마의 유혹과 싸우는 시련을 겪는다.

새인간 이야기

Bird-Man Tale

아시아영화의 창 | 인도네시아 | 가린 누그로호 | 2003년 | 90분

10월7일 오후 2시 대영3관, 9일 오후 5시 메가박스6관

독립을 염원하는 섬 파푸아의 투쟁, 최초로 영화화

2000년, 수하르토와 군부가 저지른 양민 대학살 사건을 영화화해 인도네시아 영화인의 양심을 대변하는 인물로 떠오른 가린 누그로호의 신작. 인도네시아의 작은 섬, 파푸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독립운동을 다룬 작품이다. 소년의 눈에 비친 파푸아의 현실과 사랑을 갈구하는 소년의 욕망을 교차해 보여준다. 여기서 ‘새인간’은 파푸아 독립운동 활동가인 소년의 아버지로, 인도네시아 군인을 피해 새(파푸아섬을 상징하는 새인 카소와리) 가면을 쓰고 산속에 숨어 있다 체포되고 만다

오후 5시

At Five in the Afternoon

아시아영화의 창 | 이란 | 사미라 마흐말바프 | 2003년 | 106분

10월6일 오후 8시 메가박스4관, 7일 오전 11시 메가박스5관

여성, 전쟁의 잔해 위에서 대통령을 꿈꾸다

사미라 마흐말바프는 더이상 마흐말바프의 딸이 아니라 엄연하게 이란을 대표하는 또 한명의 감독이다. 그녀의 세 번째 영화 <오후 5시>는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자문자답한다. 2003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오후 5시>는 최초로 아프가니스탄의 대통령을 꿈꾸는 노크레를 주인공으로 한다. 부르카를 뒤집어쓰고, 황폐화된 국경을 오가면서도 그녀는 그 꿈을 빼앗기지 않는다. 언젠가는 대통령이 되어 이 모순으로 뒤덮힌 현실을 바꾸고자 한다. <오후 5시>는 그녀의 개인적인 소망에 같이 기도해주는 영화일 뿐만 아니라 지금 지구 한쪽에서 살고 있는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공존으로서의 영화이다.

슈퍼마켓의 야고다

Jagoda in the Supermarket

월드 시네마 | 독일,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이탈리아 | 두샨 밀리치 | 2002년 | 92분

10월7일 오후 8시 대영3관, 9일 오후 2시 부산2관

유고의 허약한 ‘람보’가 펼치는 블랙코미디와 로맨스

은행강도가 코믹한 인질극을 펼치는 알 파치노 주연의 <뜨거운 오후>(Dog Day Afternoon)의 유고 슈퍼마켓 버전. 에미르 쿠스투리차가 제작한 작품답게 에너지 과잉의 블랙코미디가 매력적이다. 딸기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야고다는 이제 막 개장한 대형 슈퍼마켓의 계산대 담당 점원. 폐점이 다가올 무렵 얄미운 동료가 자신의 데이트 기회를 가로채자 손자에게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할머니에게 화풀이성 모욕을 가한다. 다음날, 유고의 전사였던 할머니의 손자가 기관총을 들고 가게로 들어와 점원들을 인질로 삼는다. 그의 목표는 돈이 아니다. 경찰과 특공대가 들이닥쳐 묘한 말로 그를 설득하려 든다. 그 슈퍼마켓은 100% 미국 자본으로 세워진 것이어서 당신은 지금 외국 영토에서 테러를 벌이고 있는 것이라며. 바깥의 군중은 경찰을 야유하고 범인에게 환호를 보낸다.

바람에 쓴 편지

Letters in the Wind

아시아영화의 창 | 이란 | 알리 레자 아미니 | 2003년 | 76분

10월3일 오전 10시 메가박스7관, 9일 오후 5시 부산2관

녹음기가 전해준 세상의 공기

이제 막 징병된 청년들은 2년 동안 제복을 입고 사회로부터 격리된 삶을 살아가야 한다. 살벌한 분위기의 군대 생활은 청년들에게 낯설기만 하고 몸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들 중 한 병사가 어떤 여성과의 전화통화가 녹음된 테이프를 듣기 시작한다. 그들의 삶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대화이건만 여성의 목소리는 그에게 바람과 같은 자유로움을 준다. 머지않아 여성의 목소리를 듣는 일은 모든 신병들의 낙이 된다. 한 병사가 첫 휴가를 맞자 동료들은 그의 녹음기에 자신의 안부를 녹음하고, 그는 공중전화로 그들의 안부를 전해준다. 바흐만 고바디의 조감독을 했던 아미니 감독은 병영현실을 고발하기보다 인간의 원초적인 그리움에 초점을 맞추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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