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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1]
권은주 2003-09-26

영화 파라다이스 취향대로 빠져라!

10월2일 <도플갱어>로 문 여는 부산영화제, 입맛대로 즐기기 6가지 키워드

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2일 그 여덟 번째 막을 올린다. 일본 최고의 영화작가 중 하나인 구로사와 기요시의 <도플갱어>로 막을 여는 이번 행사는 10월10일 박기형 감독의 가족잔혹극 <아카시아>로 막을 내릴 예정이다.

60개국에서 온 244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3천여명의 게스트가 찾아와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될 이번 영화제의 특징은 세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아시아의 신진감독들의 작품이 대거 참가한다는 점. 8년동안 단편부문 또는 PPP 등을 통해 발굴된 감독들의 작품이 두드러진다. 둘째, 독립적으로 제작된 한국 장편영화들이 대거 선보인다는 점. <선택> <파괴> <그 집 앞> <오구> 등은 작품성 면에서도 주목해야 할 영화들로 꼽힌다. 세번째는 지난 2년 동안 쉬었던 야외상영장이 다시 문을 연다는 점이다.

하지만 구슬도 꿰어야 보배인 법. 이들 영화를 꿰려면 티켓이라는 실과 바늘이 필요하다. 특히 올해는 개천절 연휴 등으로 더욱 많은 관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탓에, 9월24일 시작되는 일반상영작 예매는 더욱 중요해졌다. 이 ‘예매전쟁’에 참여하는 관객들을 위해 <씨네21>은 6개의 키워드 아래 60여편의 영화들을 정리한 부산영화제 가이드를 마련했다. 관객들이 자신의 관심과 취향에 맞는 키워드를 통해 영화를 선택하길 바라는 듯에서 8자로 된 6개의 키워드를 준비했다. 비록 이 가이드가 예매전쟁에서 ‘실탄’이 되진 못하더라도 방위를 표시하는 ‘나침반’ 정도의 역할은 해줄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상영작 예매는, 오프라인에서는 부산 해운대 메가박스,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점, 대한극장, 수원 메가박스, 대구 메가박스, 온라인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http://www.piff.org)와 부산은행 홈페이지(http://www.pusanbank.co.kr)에서 진행된다. 인터넷 예매의 경우, 지난해부터 시행된 ‘PIFF 캐시’를 미리 충전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편집자글 김봉석, 남동철, 김혜리, 문석, 이영진, 정한석 홍성남, 유운성 · 편집 심은하 eunhasoo@hani.co.kr

[ 부산영화제 시간표 바로가기 ]

Key Word No. 01

작 * 가 * 영 * 화

거장조우, 수면금지(巨匠遭遇, 睡眠禁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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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에 가면 누구 영화를 보며 잤다는 일을 자랑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하지만, 올해는 그 숫자가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일부 `악명` 높은 감독의 작품을 제외하면 이들 작가영화는 대부분 사랑할 만한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인 디스 월드

In This World

월드 시네마 | 영국 | 마이클 윈터보텀 | 2003년 | 90분

10월3일 오후 2시 부산1관, 5일 오후 5시 부산1관, 9일 오후 5시 대영3관

아프가니스탄 난민 소년의 고난에 찬 천로역정

마이클 윈터보텀은 환경과 필사적으로 투쟁하는 인간을 두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감독이다. 불같고 얼음 같은 그의 영화를 보는 일은 종종 단단히 감은 붕대에 배어나오는 피를 보는 경험과 비슷하다. <인 디스 월드>는 파키스탄 샴샤투의 난민 캠프를 떠나 그들의 세계에서 ‘실크 로드’로 통하는 아시아와 유럽을 가로지르는 밀입국 길에 오른 아프가니스탄 난민 소년들의 피맺힌 기행문이다. 또한 “80억달러를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는 폭격에 쏟아넣은 서구는, 그로 말미암아 삶의 기반을 파괴당한 사람들에게 얼마의 빚을 지고 있는가?”라는 통렬한 물음이다. 자말과 에나야툴라는 타인의 곤경을 착취해 먹고사는 밀입국 브로커의 미덥지 않은 손에 의해 ‘탈주’를 기도하지만 런던으로 가는 길은 덫과 함정투성이다. 돈과 서류가 부족해 모멸감을 맛보는가 하면, 간신히 오른 테헤란행 버스에서 허무하게 송환되고 40시간 넘게 짐짝처럼 컨테이너에 갇혀 있다가 짐승처럼 죽어가기도 한다. 은밀한 상황을 근접 앵글로 촬영한 장면이 나올 때까지는 다큐멘터리가 아님을 깨닫기 어려운 <인 디스 월드>는 비전문 배우와 실제 난민들을 디지털비디오로 촬영한 게릴라식 필름메이킹의 소산이지만, 간간이 보이는 힘과 시정이 넘치는 프레임과 음악의 호소력은 장르영화가 부럽지 않다. 여행이 계속되는 동안 표정이 사라져가는 소년의 얼굴을 지켜본 관객이라면, 자기최면에 가까운 강박적 기도로 맺어지는 영화의 결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다.

엘리펀트

Elephant

월드 시네마 | 미국 | 구스 반 산트 | 2003년 | 81분

10월4일 오후 8시 부산1관, 6일 오후 5시 대영1관, 9일 오후 8시 부산1관

시간의 입방체를 굴리는 구스 반 산트

첫 시퀀스. 덩그러니 선 가로등 위로 빠르게 또 무심하게 흐르는 구름들. 날이 저문다. 그렇게 어느 하루와 다를 바 없을 듯한 바로 그날에 벌어진 ‘사건’을 구스 반 산트는 <월광 소나타>의 음률을 들려주며 재부검한다. 마이클 무어가 소란과 조롱으로 헤집은 미국 ‘컬럼바인 고교 총격사건’의 진상을, 구스 반 산트는 일말의 요동도 없이 모든 정보와 해석을 배제하면서 오로지 ‘시간’ 안에서 가상화한다. <엘리펀트>는 총일곱개의 자막으로 나누어 진행되며, 각각은 살해자와 목격자와 희생자가 될 학생들의 이름이다. 카메라는 술 취한 아버지가 모는 자동차를 타고 학교로 들어온 ‘존’으로부터 시작하여, 서로 마주치고, 지나치고, 또 짧은 대화를 나누는 그들을 하염없이 뒤쫓는다. 같은 순간이 다른 인물의 시점에서 다시 보여지면서 시간은 겹쳐지고, 상황은 반복된다. 평상시처럼 교실에는 학생들이 있고, 여학생들은 잘생긴 남학생에게 호기심을 보이고, 왕따는 여전히 왕따이다. 에릭과 알렉스가 단지 ‘재미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총기를 들고 학교에 찾아와 난사하는 그때까지. 구스 반 산트는 비디오게임의 이미지와 <월광 소나타>의 음악을 동시에 사용하며 이 잔혹의 장면을 처리한다. 그리고 다시 하늘. 이 고요하고, 냉기 서린 영화 <엘리펀트>는 <바톤핑크>이래 12년 만에 칸영화제의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붉은 황금

Crimson Gold

아시아영화의 창 | 이란 | 자파르 파나히 | 2003년 | 97분

10월6일 오후 4시 메가박스6관, 8일 오후 2시 대영3관

도둑을 만드는 세상

“도둑을 체포하려 한다면 세상을 체포해야만 할 것이다.” 나름의 식견과 전문가 의식을 가진 영화 속의 도둑은 이렇게 말한다. 얘기인즉 남의 재산을 가지려 하는 행위는 세상에서 가장 널리 퍼진 ‘직업’일 것이고 우리 가운데 누구도 그 일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붉은 황금>의 주인공 후세인은 이 ‘이론’의 한 가지 (불행한) 사례가 되고만 인물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우리는 이 남자가 한 보석상에서 강도짓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예기치 못한 다급한 상황이 일어나면서 그는 보석상 주인을 죽이고 만다. 보석상 안에서 길쪽을 향해 그동안 묵묵히 지켜보던 카메라는 천천히 앞으로 이동을 하더니 자신의 머리를 향해 총을 들이대는 후세인의 얼굴을 보여주기에 이른다. 이 이란산 범죄영화는 이후로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어떻게 건실한 피자 배달원이었던 후세인이 이 지경이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려 한다. 친한 친구의 동생과 결혼을 앞두고 있는 그는 약혼자에게 결혼 선물을 해주고 싶어 고급 보석상을 찾지만 첫눈에 돈이 없어 보이는 그는 여기서 모욕감만을 맛본다. 그렇듯 후세인을 좌절로 이끈 주요 동인은 빈자와 부자 사이에 놓인 깊은 골이었던 것이다. 전작 <써클>에서 여성들을 구석으로 내몬 이란사회에 카메라를 들이댔던 자파르 파나히는 이번 영화에서는 후세인의 오토바이를 타고 돈 없는 이들에게 깊은 굴욕감을 주는 이란사회를 격하지 않은 목소리로 가끔은 부조리한 유머를 섞어가며 이야기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시나리오를 썼다.

털시 루퍼의 여행가방

The Tulse Luper Suitcases

월드 시네마 | 영국, 네덜란드 | 피터 그리너웨이 | 2003년 | 123분

10월3일 오후 2시 부산3관, 5일 오후 5시 부산3관, 7일 오후 2시 부산3관

이것이 이미지 오디세이다

아마도 이 영화의 이미지들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보기 위해서는 천개의 눈을 가져야 할 것이다. 총아홉개의 에피소드, 92개의 여행가방에 대한 내용을 ‘삼부작’으로 만들 예정인 <털시 루퍼의 여행가방> 시리즈 중 이 영화는 일단 세개의 에피소드를 먼저 선보인다. 영화의 주인공인 작가이자 프로젝트 기획자 털시 루퍼의 이야기는 1928년 우라늄 개발 시기에서 시작하여, 1989년 베를린 장벽 때까지 이어진다. 털시 루퍼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총 16곳의 감옥에 갇힌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그는 10살 때 웨일스 감옥에 갇히고, 유타에서 미국계 독일 가족들에게 갇히고, 2차 세계대전 중에 유럽의 안트워프역 호텔 목욕실에 갇힌다. 그러나 이런 스토리는 별다른 기능을 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이 영화가 DVD와 인터넷, 회화와 문자의 현란한 총집합으로 꾸밀 거대한 시리즈의 신호탄이라는 점이다. <필로우 북>(1997)에서 시작한 피터 그리너웨이식 이미지 오디세이는 드디어 팽창의 지점에 도달했고, 관객은 그 수많은 이미지들과 눈씨름을 해야 한다. 피터 그리너웨이는 멀티 이미지들로 스크린을 채우고, 모자이크를 만들면서 영화의 태생을 돌아보고 미래를 점친다. 그리하여, 이 영화는 이렇게 끝난다. To be Continued….

안녕, 용문객잔

Goodbye, Dragon Inn

아시아 영화의 창 | 대만 | 차이밍량 | 2003년 | 82분

10월5일 오후 5시 대영3관, 7일 오후 8시 메가박스6관

차이밍량은 말한다. 니들이 고독을 알아?

호금전의 무협영화 <용문객잔>을 틀고 있는 오래된 극장. 차이밍량은 이 퇴락한 공간에 자기 영화의 주인공들을 소집해놓고 다시 한번 인간의 고독과 씨름한다. 너무 넓어서 텅 빈 객석의 황량한 느낌이 잊혀지지 않는 극장, 이곳은 내일이면 문을 닫을 예정이다. <용문객잔>을 마지막으로 상영하는 밤, <용문객잔>에 출연했던 두 배우가 이제 노인이 되어 이곳을 찾고, 영사실 청년을 좋아하는 극장 매표소 여자는 청년에게 줄 호빵을 찐다. 다리를 절며 힘겹게 계단을 올라 영사실까지 찾아가는 여자, 그러나 청년은 없고 이날도 그녀의 마음은 청년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장식없는 느린 화면이 계속 이어지면서 스크린 속 인물들에 애정을 갖게 만드는 차이밍량 영화의 매력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영화로 그의 영화 가운데서도 가장 대사가 적은 작품이다. 차이밍량의 2001년작 <거기 지금 몇시니?>에서 배경으로 사용됐던 1천석 규모의 낡은 영화관 복화대극장이 <거기 지금 몇시니?>를 찍은 뒤 곧 헐릴 거라는 얘기를 듣고 급히 돈을 빌려 찍었다고. 그의 영화에서 늘 아버지 역을 맡았던 미아오 티엔이 어린 손자를 데리고 와서 <용문객잔>을 보는 노인으로 나오는데 미아오 티엔은 실제로 <용문객잔>으로 데뷔한 배우다.

그의 형제

Son Frere

월드 시네마 | 프랑스 | 파트리스 셰로 | 2002년 | 95분

10월3일 오후 2시 대영3관, 6일 오후 5시 대영3관

형제, 그 징한 부대낌이여

형제는 소원했다. 형은 동생이 게이라는 사실을 몰랐고, 동생은 형의 병을 몰랐다. 형제의 관계는 형 토마가 혈소판이 부족해지는 불치병을 앓게 되면서 비로소 다시 이어진다. 자신을 거의 챙기지 않았던 형에 대한 동생 뤽의 감정은 그다지 좋지 않지만, 죽음을 앞둔 형을 외면할 수 없기에 그는 병 수발을 든다. <그의 형제>는 죽음을 앞둔 형과 그를 돌보는 동생의 화해를 보여준다. 그러나 남녀의 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인티머시>의 셰로가 만든 영화답게 <그의 형제>는 한발 나아가 육체에 초점을 맞춘다. 이 영화에서 육체의 실체란 보잘것없을 뿐이지만, 육체가 없다면 형제 관계도 존재할 수 없다. 육체는 관계의 실체이며 감정의 근거인 셈이다. 셰로는 이 육체의 비극을 신파조 한 가락 없이 감성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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