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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 감독의 야심만만 뉴프로젝트 [6]

어릴 적 추억을 찾아서

<아홉살 인생> | 윤인호 감독

- 이 영화를 만들기까지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마요네즈> 이후 윤인호 감독이 영화의 소재를 건져올린 건 번번이 소설에서였다.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계획들이긴 하지만, 윤인호 감독은 황석영의 단편 <몰개월의 새>, 신경숙의 중편 <그가 모르는 장소>의 각색작업을 거의 마친 상태다.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들도 대부분 문인들이다. <마요네즈>를 좋게 봤다며 연락을 줘서 알게 된 김운경 작가와는 그새 네팔 여행까지 다녀왔고, 틈만 나면 장터 여행을 함께 가곤 한다. “나이 들어서 책을 열심히 보기 시작했는데,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책에서 소재 찾고 작가들과 어울리고… 그렇게 되네요.” 황기성사단에서 <아홉살 인생>을 맡아달라며 윤인호 감독을 부른 것도 우연치곤 기막히다. 90년대 초반에 출간된 <아홉살 인생>은 10여년간 꾸준히 인기를 모았지만, 지난해 MBC의 <느낌표>에 소개되면서 다시 주목받은 베스트셀러였으니까. “안 할 이유가 없었어요. 애들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또 가족 얘기잖아요.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가족 얘기, 밑바닥 인생, 사람이 우선인 영화에 끌리는 건. 요즘 가정을 무너뜨리고 파괴하는 영화가 많던데, 그렇게 가족을 떼어놓으려는 감독이 있으면, 저처럼 붙여놓으려는 감독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이런 영화

위기철 원작의 <아홉살 인생>을 시나리오로 각색한 이는 이만희 작가다. 원작의 에피소드들이 하나의 극으로 엮이는 구심점은 소년소녀의 로맨스. 조숙한 주인공 여민이와 서울서 전학온 새침데기 우림이의 밀고 당기는 귀여운 사랑이 이야기의 한축이라면, 또래들과의 소소한 일상, 그리고 여민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 축이다. 윤인호 감독은 <아홉살 인생>이 아이들의 이야기인 동시에, “<양철북>처럼 아이들의 시선으로 본 어른들의 이야기, 어른들이 보는 동화”라고 소개한다. 스쳐지나간 추억을 떠올리며 잠시 쉬어가는 기분이 들었으면 한다는 것. 합류 2개월째인 윤인호 감독이 그간 가장 공을 들인 일은 주요 캐릭터만 15명에 달하는 아역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것이었다. “연기 경험이 거의 없고, 사투리를 잘 구사할 것. 너무 예쁘지 않을 것”이라는 조건에 들어맞는 아이들을 찾아내기 위해 경상도 지역까지 원정 오디션을 가기도 했다. 여민과 우림 역의 배우들을 제외하면, 다른 아이들은 ‘왕초보’로 골라냈지만, 이미지와 재능과 개성 면에서 흡족한 캐스팅이라는 것이 그의 자부심이다. 1970년대 경상도 시골 마을의 풍경과 정서를 실감나게 표현해내기 위해 수소문 끝에 찾아낸 로케이션은 여수의 옥천초등학교와 서울 홍은동의 개미마을. 이 두곳을 중심으로 10월 중순에 크랭크인해 여름, 가을, 겨울의 세 계절을 차례로 쫓아갈 예정이다. 그 속에서 윤인호 감독은 어릴 때 유난히 크게 다가왔던 느낌들, 계절이 지나갈 때의 어떤 막연한 기대감, 그리고 첫사랑의 미묘한 설렘을 담아내겠다고 한다.

- 시놉시스

아홉살, 시골 초등학교 3학년생인 여민(??)은 조숙한 사내아이다. 가난한 부모의 착하고 듬직한 장남이며, 학교에선 주먹도 세고 의리도 있는 친구다. 부모없이 누나와 외롭게 살아가는 기종이와 도시락을 나눠 먹고, 여장부인 금복의 은근한 애정 공세를 받으며 다소 밋밋한 학교생활을 이어가던 여민은, 서울서 전학온 새침한 여자아이 우림(??)과 짝이 되면서 난생처음 묘한 설렘을 느낀다. 그러나 여민에겐 좀처럼 속내를 알 수 없는 우림뿐 아니라 동네 어른들까지 챙겨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글 박은영cinepark@hani.co.kr·사진 손홍주 lightson@hani.co.kr

사랑 앞에선 선생도 제자도 없다

<여선생 vs 여제자> | 장규성 감독

- 이 영화를 만들기까지

장규성 감독은 바쁜 남자다. 스스로도 “느슨해지는 것, 재충전이란 이름하에 쉬는 것을 못 참는다”는 그는 2002년 여름 <재밌는 영화>로 데뷔하자마자 2002년 3월에 <선생 김봉두>를 내놓았고 반년도 채 안 돼 <여선생 vs 여제자>의 골격을 잡아가고 있다. 조감독 생활의 오랜 기다림을 단시간에 풀어놓겠다는 듯이.

하루는 좋은영화에 같이 둥지를 틀고 있는 김상진 감독의 사무실에 놀러갔는데 매번 보던 <광복절특사>의 포스터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괴상한 번개파마를 하고 맹하니 웃고 있는 여주인공을 보는 순간 갑자기 “저런 여자가 <선생 김봉두>에 나오는 애순이 같은 조그만 여자아이와 남자 하나를 놓고 다툰다면 어떨까? 거 참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또 선생이야?”라고 반문할지라도 처음부터 ‘선생시리즈’를 할 마음은 아니었던 게다.

<선생 김봉두>를 끝내고 그는 이른바 ‘흥행대박영화’들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잘되는 데는 잘되는 이유가 반드시 있는 거다. 500만이란 숫자를 단순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고 본다. 그래서 꼼꼼히 일련의 영화들을 분석했고 장점이 발견되면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고 하는 과정들을 거쳤다.” 결국 ‘상업영화감독’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자율학습을 마친 그는 <선생 김봉두>처럼 오래 묵혔다 풀어야 하는 아이템과 그때그때 만들어줘야 하는 아이템을 분류했다. “라면에 고추장푸는 게 주방장 입에 맞다고 해서 그런 라면만 손님들에게 끓여낼 수는 없는 거다. 자신의 입맛에는 다소 안 맞더라도 대중적인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드는 게 내 소명인 것 같다. 안 먹어도 좋아! 라고 고집 피울 이유도 자신도 없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내 입맛에 맞는 걸 하게 되는 날이 있겠지.” 결국 ‘대중의 입맛을 고려한 재밌는 영화만들기’ 라는 선상에서 ‘여선생과 여제자’의 피튀기는 혈전이 탄생되었다.

- 이런 영화

“남자아이들의 여선생에 대한 관심이 성적호기심으로 몰려 있다면 여자아이들은 좀더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 그래서 <몽정기> 같은 영화가 나오는 거고 <내마음의 풍금> 같은 영화가 나오는 거다.” 그러나 장규성 감독은 자신이 그릴 여학생의 사랑은 “철저히 예상을 벗어날 것”이라고 장담한다. 얄미울 만큼 노골적이고, 어른스럽고, 치밀한 애정공세를 펼쳐나가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열두살 소녀다. 소녀는 자신이 어리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생리도 안 하면서 일부러 생리대를 선생님 앞에 떨어뜨리는 것 같은 작전을 펼치지만 여선생은 사춘기 소녀처럼 수줍어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한다. “물론 두 사람의 대결을 담은 에피소드들이 많을 거다. 그러나 이야기가 설득력을 잃어버리는 순간 코미디는 증발한다.” 이러한 원칙 아래 코미디 수위조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장규성 감독은 <여선생 vs 여제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경쾌하고 밝은 영화”가 될 것이지만 코미디의 행간에는 “여학생의 성장드라마가 누워 있을 것”이라고 귀띔한다.

어떻게 보면 작은 아이템의 협소한 이야기다보니 이 영화는 두 여자의 캐릭터가 절대적이며 캐스팅 역시 매우 중요한 관건이다. 또한 이 두 여자의 애정공세를 받는 20대 중반의 남자배우는 “누가 봐도 좋아할 만한, 설득력 있는 미남배우”로 캐스팅할 예정. <선생 김봉두>처럼 지역적 특징을 살릴 생각은 아니고 여수쯤에서 소도시의 느낌을 살릴 예정이며 20억원 정도의 단출하지만 알찬 프로덕션 규모로, 시나리오를 조금 더 다듬은 내년 초에 촬영에 들어간다.

- 시놉시스

초등학교 5학년의 조숙한 소녀 고미남과 20대 후반의 순진한 여교사 최정혜. 두 사람이 임시부임온 20대 중반의 잘생긴 미술교사를 놓고 팽팽한 삼각관계를 벌인다. 뒤늦게 찾아온 사랑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여선생에 비해 여제자의 사랑은 좀더 치밀하고 계획적이다. 처음엔 게임도 안 될 것처럼 보였던 사랑의 줄다리기는 어린 제자의 맹랑한 작전으로 점점 역전되는 형국이다.글 백은하 lucie@hani.co.kr·사진 정진환 terran61@hani.co.kr

▶ 12명 감독의 야심만만 뉴프로젝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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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명 감독의 야심만만 뉴프로젝트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