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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 감독의 야심만만 뉴프로젝트 [5]

당찬 고딩과 싸가지 대딩의 우격다짐

<내사랑 싸가지> | 신동엽 감독

- 이 영화를 만들기까지

글만 써왔다. 동명 인터넷 소설을 영화화한 <내사랑 싸가지>로 데뷔하는 신동엽(27) 감독은 그동안 시나리오만 여러 편 작업했던 사람이다. <기막힌 사내들> 연출부로 일한 뒤 스물셋, 늦깎이로 군에 입대하면서, “남들보다 늦게 간다는 것부터 뒤진다는 생각에 뭐라도 하나 해놓고 가자”고 결심해 <동감>을 썼다. 제대 뒤 인터넷을 뒤져 다섯편 영화의 연출부 구인 소식을 알아냈다. “그쪽에서야 날 뽑는 거지만 내 딴엔 내가 고르는 거라서” 강제규필름 투자에 정초신 감독, 안재욱 주연이라는 영화 <비트겐슈타인> 연출부에 합류했다. “나름대로 첫 단추를 잘 끼웠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는 5개월 만에 엎어졌다. “단추가 두칸 정도 어긋난 출발이었지만” 운좋게도 제작사가 시나리오를 써보지 않겠느냐 해서 <유아독존> 시나리오를 썼다. 이후 <떴다! 홍길동> <명랑유곽> 등도 썼다. 이 두편 역시 엎어졌지만 글쓰는 연습만은 톡톡히 한 셈이다.

꿈은 오래전부터 영화감독이었다. 어릴 때부터 일주일에 2∼3회씩 줄기차게 극장을 드나들면서 영화에 빠져들었다. 넉넉한 가정형편도 아니었거니와 상영작 대부분이 미성년자 관람불가였지만, "우리집이 통닭집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가게에 영화포스터를 걸어놓으면 영화표를 2장씩 주곤 했다.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들도 (극장 입구에서) 검사를 별로 안 해서.”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고1 때, 감독이 되기 위해 드디어 가출을 시도했다. 유명한 감독들은 모두 가출을 했었더라는 사실을 ‘알게’ 돼서다. 열흘에 불과했지만 그동안 CF 및 홍보영화를 제작하는 프로덕션에서 잡일을 배우며 나름대로 ‘알뜰한 가출’ 기간을 보냈다. 이후 다른 프로덕션에서 6개월 더 일했고, 현장경험이라고 할 만한 경력은 여기까지다. <내사랑 싸가지>의 감독을 맡게 된 경위도 시나리오에서 비롯됐다. 여러 개의 각색본 가운데 그의 각색을 가장 맘에 들어한 제작사가 감독을 제안해왔다.

- 이런 영화

신동엽 감독은 현장이 정말 재밌다고 한다. “해보기 전까지는 이게 정말 내 일인지 확신이 안 섰는데 첫 촬영 나갔을 때 내가 전에 해보던 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인 배우들과 호흡이 잘 맞는다는 게 큰 이유일 것이다. <내사랑 싸가지>는 발랄하고 당찬 고3 여고생과 이른바 ‘성격 더러운’ 부잣집 대학생간의 애교넘치는 사랑 이야기. 캐스팅이 애초 의도와 달라지면서 주위에선 “하지원이 고3 학생을 연기하면 안 어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 배우 본인이 하고 싶어했다. 그거면 된다.” 김재원도 기대 이상이라는 것이 감독의 평. TV에서 주로 유순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보여왔지만 “연기를 해왔던 친구라 주문하기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캐스팅이 만족스러운 이유는, 하지원-김재원의 조합으로 두 주인공의 역학관계가 원작보다 흥미로워졌기 때문이다. 원작에선 ‘싸가지 없는’ 남자주인공 안형준이 상황을 이끌고, 어리버리한 순진녀 강하영이 주로 당하는 형세. 그러나 하지원의 ‘강하영’은 원작자 이햇님의 ‘강하영’과 다르다. “절반은 강하영이고 나머지 절반은 하지원이다.” 웃음 많고 활달한 배우 본인의 성격이 드라마를 이끌어간다고 할까.

<내사랑 싸가지>는 원작에서 캐릭터 설정만 따왔을 뿐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드라마가 가장 신경이 많이 쓰인다. 사랑이라는 것도 흔한 소재고, 인터넷 소설을 영화화한 것도 많이 있다. 누구나 좋아하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어떤 조리법으로 만드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간단한 공식일수록 다르게 풀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아류라고 생각될 수 있는 부분은 바꾸려고 많이 노력했다.” 커다란 범주를 벗어나긴 쉽지 않아 보이지만 스물일곱의 젊은 감독은 차별화도 그닥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현재까지 40% 정도 촬영이 진행된 <내사랑 싸가지>는 내년 1월께 옆구리 시린 싱글들의 작업을 부추기러 올 예정. ‘싸가지 없는 인간’을 상대하는 비법 혹은 그런 사람과 사랑을 하고 싶은 관객에게 어떻게 공감을 살지는 일단,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 시놉시스

공부는 관심없고 구시렁거리기 좋아하는 여고 3학년생 강하영. 100일을 앞두고 연하의 남자친구에게 채이던 날, 눈 위에 서리 덮인 꼴로 외제차에 흠집을 내고 만다. 젊은 차주인 안형준은 수리비로 300만원을 요구하지만 고등학생에게 그만한 돈이 있을 리 없다. 그러자 그는 하루 3만원어치씩 100일 동안 자기 노비로 일하라는 ‘싸가지 없는’ 제안을 던지고, 하영은 죽지못해 받아들인다. 포악한 ‘주인’에게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하영. 아버지의 차수리 겸 카센터에 갔다가 자기가 낸 흠집이 실은 2만원짜리도 안 된다는 걸 알게 되자, 그때부터 하영은 복수의 계획을 꾸리기 시작한다. 글 박혜명 na_mee@hani.co.kr·사진 정진환 terran61@hani.co.kr

12명 감독의 야심만만 뉴프로젝트 [10]

시골로 숨는다고 사람들이 모를까?

<숨바꼭질> | 여균동 감독

- 이 영화를 만들기까지

여균동 감독은 올 초 인권영화 프로젝트 <여섯개의 시선>에서 장애인의 일상을 에피소드별로 묶어낸 <무단 횡단> 편을 연출하는 동시에 “실향민의 가짜 북한 기행”을 그린 장편 <비단구두>를 준비하고 있었다. 김인문씨를 캐스팅하는 등 펀딩을 제외한 모든 준비가 마무리된 상태에서 SBS 영화문학상 심사위원으로 초대된 그는 응모작 중 <굿바이 시티! 헬로 컨트리!>라는 시나리오에 반하고 말았다(이 작품의 제목은 현재 <숨바꼭질>로 바뀐 상태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재밌으면서도 의미있게 다루고 있더라구요. 그게 바로 내가 관심을 갖는 얘기거든요. 게다가 적나라한 인간사를 유쾌하고 잔혹하게 묘사하고 있는 점이 맘에 들었어요.” 겨울 설원이 영화의 주된 배경인 만큼 촬영일정을 더 늦출 수 없어, 결국 <비단구두>와 착수 시점을 바꾸기로 결정한 상태. 데뷔작 <세상 밖으로>부터 최근작 <미인>에 이르기까지, 사이사이 인권을 주제로 작업한 단편영화까지 통틀어도, 여균동 감독이 ‘남의 시나리오’에 꽂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나친 흥분이 실렸던 전작의 경우와 달리 매우 차분한 상태라는 그는 이번 기회에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여유”가 싹트길 기대하고 있다.

- 이런 영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맨?> <죽이는 이야기> <미인> 등 다소 관념적인 영화를 만들어온 여균동 감독의 신작 <숨바꼭질>은 날선 풍자와 해학이 돋보였던 데뷔작 <세상 밖으로>와 가장 많이 닮아 있는 영화다. 그는 이에 대해 “노는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인물의 내면심리가 상황과 외연으로 표출돼 있다는 점에서는 다를 것”이라며 선을 그어 보인다. 현재 각색을 진행 중인 여균동 감독은 인물과 상황을 입체적으로 다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소나티네>의 야쿠자들처럼 유아적인 놀이에 몰두하는 조용하고 순진한 마을 사람들, 그 외양의 평화는 죽음에 내몰린 가족과 마주하면서, 그 속내(사회적 계약, 적자생존의 법칙)를 드러내게 되는데, 이런 변화의 단면을 다양한 층위로 구성해보겠다는 것. “불교에 이런 말이 있대요. 나무 아래에는 쥐들이 들끓고 위에선 뱀이 내려오고, 썩은 가지 끝에 사과 하나가 달려 있는데, 그걸 먹겠다고 안간힘 쓰는 게 바로 인간이다. 상상해봐요. 썩은 나뭇가지에 매달려서 사과 따먹겠다고 바둥거리는 모습.” 여균동 감독은 바로 이 이미지가 인간 삶의 희극성과 비극성을 응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진장 웃기게 만들려고 그래요. 죽음에 내몰린 가족이 안 죽으려고 발버둥치는 모습 그 자체가 웃기잖아요.” 현재 시나리오 각색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작품의 분위기와 이야기의 디테일은 가변적이지만, 조용한 산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살인극 <숨바꼭질>은 엽기적인 잔혹극과 블랙코미디 사이에서 그 자리를 잡아낼 것으로 보인다.

- 시놉시스

남편은 아내의 심장을 담보로 빌린 돈을 주식으로 날리고, 아내는 남편의 신장을 담보로 빌린 돈을 계에 부었다가 날린다. 빈털터리가 된 부부는 사채업자와 장기밀매 브로커의 협박을 피해 도주하다가, 작고 조용한 마을 적설리에 숨기로 한다. 사방이 눈으로 덮인 지루한 시골에서 어린애처럼 단순한 놀이의 즐거움에 빠져 지내던 부부는 그러나, 뒤쫓아온 사채업자들의 위협을 받게 된다.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던 추적자 일당이 하나둘 사라져 모두 떠나간 듯 보이던 어느 날, 부부는 마을 사람들의 전혀 다른 얼굴을 접하게 된다. 글 박은영 cinepark@hani.co.kr·사진 정진환 terran61@hani.co.kr

▶ 12명 감독의 야심만만 뉴프로젝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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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명 감독의 야심만만 뉴프로젝트 [4]

▶ 12명 감독의 야심만만 뉴프로젝트 [5]

▶ 12명 감독의 야심만만 뉴프로젝트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