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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 감독의 야심만만 뉴프로젝트 [4]

거짓말 사이에서~ 사랑이 시작되고

<그녀를 믿지 마세요> | 배형준 감독

- 이 영화를 만들기까지

“이제는 정말 보기 힘든 시스템으로 감독된 거죠.”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배형준(37) 감독은 늦깎이로 첫 연출작을 맞이한 소감을 그렇게 말한다. 그는 1992년 <우연한 여행>에서 연출부 막내로 시작한 이후, <네온속으로 노을지다> <>을 거쳤다. 그리고는 지금은 ‘형, 아우’ 하는 한지승 감독 밑에서 오랫동안 조감독 생활을 했다. 한지승 감독이 공동대표로 있는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제작사 ‘시선’ 창립도 함께 도왔다.

배형준 감독은 원래 데뷔 준비작으로 자신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그러다 영진위 2002 하반기 시나리오 당선작 <비둘기 둥지로 날아든 뻐꾸기>를 우연히 보게 됐다. “내 거는 이거만큼 풀려면 시간이 훨씬 더 걸릴 것 같아서” 방향을 선회했다. “원래 코미디와 멜로를 지향”하는 편이라 특별히 어려운 점이 없었다. 무엇보다 “여주인공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범죄물 주인공도 아닌, 로맨틱코미디에서의 귀여운 여자 사기꾼”.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박연선 작가와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배형준 감독은 사기꾼 영주가 어떤 가족 구성원 안으로 들어가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중에는 “재미없을 것 같아 그만뒀지만, 아예 안동 민속 마을 종가로 들어가는 설정”도 있었다. 시골 마을 이장댁 분위기가 나는 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전라도, 경상도를 다 뒤졌다”. 하지만, 막상 마음에 쏙 드는 집은 있으리라 생각하지도 않았던 경기도 파주에서 찾아냈다. 그 집 안의 내부 세트도 편의상 파주의 ‘아트서비스’에서 촬영 중이다. 영화 속 배경 ‘용강마을’로 등장할 충북 음성과 희철네 집 세트가 있는 파주를 분주하게 다니면서 배형준 감독은 지금도 무엇을 더 선택해야 할까 목하 고민 중이다.

- 이런 영화

한적한 시골 마을. 동네 어디에서 인사를 해도 모두 가족인 이곳에 가방 찾으러온 사기꾼이 며느릿감 행세를 한다. 너무 예쁘고 착하기 때문에 정작 당하는 건 진실만을 말하는 남자주인공 희철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집안 식구들의 예쁨을 독차지하는 여자 사기꾼과 장가 못 가 가족들의 신임마저 잃은 노총각 약사 사이에 벌어질 옥신각신 소동이 이 영화의 주가 될 것이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그런 상황에 기댄 제목이다. 하지만 이 “상황은 원래 시나리오에는 없던 것”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접하고 배형준 감독은 남자주인공 희철의 캐릭터와 그 상황들이 너무 약하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희철 친구 재은의 캐릭터에 살을 붙였고, 용강마을에서 열리는 ‘고추총각’ 이벤트에 희철이 나가는 것으로 바꾸었다. 실제로 조사를 해나가는 과정에서도 이런 식의 선발대회가 마을의 큰 이벤트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 속에서 영주와 희철 사이에 애정을 이어주는 계기가 될 고추총각 대회가 고추 아가씨 대회에서 바뀌게 된 것도 이런 이유이다. “심한 욕, 이상하게 조합해서 만들어낸 말장난들이 너무 많이 쓰인다. 상황에 충실하면 평범한 말을 써도 관객이 충분히 웃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배형준 감독의 코미디 지론이다. “깊이없는 인간들이 깊이를 추구하는 걸” 가장 추한 모습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배형준 감독은 거짓말쟁이 사기꾼 이야기의 의의를 이렇게 요약한다. “이 얘기가 거짓말이라는 건 나도 인정한다. 지금 시골이 이렇지도 않고, 이런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나도 잘 안다. 너 이런 거 진짜 있다고 확신할 수 있어, 하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기분 좋은 거짓말, 너 예뻐 하는 그런 기분 좋은 거짓말이 바로 이 영화다.” 그 귀여운 사기극은 내년 1월 말에 보여줄 예정이다.

- 시놉시스

사기죄로 복역한 뒤 교도소에서 막 출소한 영주(김하늘)는 언니의 결혼식에 가던 중 기차 안에서 희철(강동원)을 만나게 된다. 영주는 소매치기당한 희철의 반지를 찾아주려다 오히려 가방을 잃어버린다. 가방을 찾으러 희철의 마을에 찾아간 영주. 그곳에서 약국을 하고 있는 희철은 대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희철이 없는 사이 식구들과 인사를 나누게 된 영주는 엉겁결에 희철의 애인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가방을 찾아낼 때까지 며느릿감 행세를 하겠다는 영주와 사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희철 사이에 ‘사랑 전초전’이 벌어진다.

치명적 유혹, 위험한 비밀

<거미숲> | 송일곤 감독

- 이 영화를 만들기까지

송일곤 감독은 “<꽃섬>으로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힘들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덤덤히 흘렸다. 관객과 소통하고 싶었던 바람이 빗나간 지점에서 덩그러니 남은 것은 공허함이었을 것이다. “상업영화의 틀 속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하고 싶은 영화를 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진도 많이 빠졌고, 영화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까지도 했다.” 그 2년 동안, 송일곤 감독은 여행을 다녔고 시나리오를 몇편 썼다. 그중에서 “나 자신에 대해 전면적으로 물어볼 수 있는, 지금 나이가 아니면 할 수 없을 것 같은” 작품을 먼저 하기로 선택했다. 그렇게 1년에 걸쳐 손을 본 시나리오가 <거미숲>이다.

제작준비 기간은 짧았던 편이다. 지난 5월 즈음, 친분이 있었던 김대현 PD를 통해 제작사 오크필름을 만났다. 영진위 사전제작 지원작 신청과정도 제작사가 도왔다. 이로써 순제작비 14억원 가운데 4억원을 확보했다. 해외투자도 받을 예정이다. 카날플뤼에서 독립한 배급사 와일드번치가 이 영화의 유럽 배급권을 가져가는 대신 개런티를 지불한다. 맥시멈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4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가 송 감독에 대해 갖고 있는 신뢰 혹은 기대는 확실하다. <꽃섬>을 유럽에 배급했던 와일드번치는, 이번 영화 역시 내년 칸영화제 출품을 염두에 두고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배급은 청어람이 맡기로 했다.

- 이런 영화

<거미숲>은 미스터리스릴러다. 한 남자가 ‘거미숲’으로 이름지어진 숲에 들어갔다가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누명을 쓰면서 겪게 되는, 기억과 진실에 관한 이야기. 감독이 직접 이름을 붙인 ‘거미숲’에는, 역시 감독이 생각해낸 전설이 깃들어 있다. “아무한테도 기억되지 못하는 굉장히 슬픈 영혼들이 거미가 되어 산다는 전설이다. 내가 죽어도 날 기억해줄 사람이 없다는 건 정말 슬픈 일 아닌가.”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색적인 영화라고 짐작할 수도 있겠지만 감독은 이 영화를 “장르적인 틀 안에서, 정말 재미있게 찍을” 생각이다.

<거미숲>은 여러 면에서 <꽃섬>과 대조적이다.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꽃섬>의 화면이 역동적인 핸드헬드의 움직임을 보여줬다면, 35mm로 촬영하는 <거미숲>은 단편 <간과 감자>나 <소풍>이 그러했듯 구도가 계산된 화면들로 이뤄질 듯 보인다. 콘티없이 찍었던 <꽃섬> 때와 달리 감독은 요즘 스토리보드 작업에 한창이다. <꽃섬>이 자유롭게 유영하면서 포착했던 순간의 이미지들을 흘려보내는 대신 <거미숲>은 오랫동안 지켜봐온 인물의 표정을 따라갈 영화다. “인물이 뒤돌아보는 표정이 중요한 영화다. 베르메르의 그림 <진주 귀고리 소녀>처럼.” 화면 구상을 위해 호퍼, 베르메르 등의 화집을 참조하고 있는 감독의 머릿속엔 콘트라스트가 강한 비주얼이 들어 있다. “화면이 좀 투박하고 거칠더라도 강렬하게 가자고 촬영감독하고 얘기했다. 요즘 영화들처럼 세련된 맛은 없겠지만 그렇더라도 좀 과감해져보자고 했다.”

숲 촬영은 전남 순천 서남사 경내에 있는 삼나무 숲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자연숲이다. 훼손도 거의 안 됐고 여러 가지 나무들이 많이 섞여 있어서 이상한 느낌을 준다. 음습하고 빽빽하고 원시적이다. 거미들도 정말 많다.” 캐스팅도 만족스럽다. 유약한 외모 속에 내재된 광기를 이끌어내야 할 감우성이나 1인2역을 연기해야 할 서정 모두 연기에 대한 열정과 욕심이 많은 배우들. <거미숲>은 오는 10월15일 제작발표회를 갖고 21일 크랭크인한다.

- 시놉시스

강민은 불가사의한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프로그램 <미스터리 극장>의 PD. 유령이 나온다는 거미숲에 대한 제보를 받고 그곳을 찾아갔다가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린다. 그는 이제, 미로처럼 복잡한 거미숲의 미스터리와 자신도 영문을 모르는 살인사건의 진실을 동시에 추적하고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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