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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노스탤지어 영화의 불안과 강박 [1]

<친구> <품행제로> <말죽거리 잔혹사>를 보는 4인4색

요즘 한국영화는 남자들의 세계, 혹은 판타지의 열풍이다. <친구>가 한국영화 최고흥행 기록을 세운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실미도>가 1천만 관객을 앞둔 것도 마찬가지다. 여성 관객이 주도한다던 한국의 극장가는, 언젠가부터 남자들의 향기로 가득해졌다. <친구> <품행제로> <말죽거리 잔혹사>로 이어지는 ‘청춘’영화 회고담과 함께 남성들의 현대사를 재구성하는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는 일종의 신드롬으로 한국사회를 뒤덮고 있다. 장동건, 권상우, 원빈 등이 얼굴과 육체로 여성을 사로잡는 데 그치지 않고, 남성들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면서 남성들의 동감까지 자아냈다. 그렇다면 이 남성 판타지의 향기가 모두 과거의 무덤에서 흘러나온다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이 영화들이 대체 무엇을 그리고 있기에, 어떤 판타지를 창조했기에 우리는 환호를 하는 것일까.

이동진, 심영섭, 유운성, 정한석 4명의 필자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남성 노스탤지어’ 영화의 내면을 파고든다. 이동진은 “가장 참혹한 과거를 그리는 <말죽거리 잔혹사>가 과거에 대해 제일 애착을 느낀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이 영화들이 보여주는 각각의 ‘판타지’가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그 판타지는 정한석이 분석한 남성 멜로드라마의 전사(前史)에서 정체를 밝힌다. 과거의 누아르가 남성 멜로드라마로 치환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비극성’에 있음을 말한다. 같은 이유로, 심영섭은 이 노스탤지어가 위험한 나르시시즘이라고 비판한다. ‘자신이 진심으로 비판하는 이데올로기를 70년대의 폭압적인 마초 문화를 또한 가슴깊이 사랑하고 있는 듯한 모순의 지점으로 돌진한다. 그것이 바로 나르시시즘의 본질’이라는 것.

필자들은, 이 영화들의 노스탤지어가 다소 불안한, 혹은 분열의 징후라고 말한다. 이들이 말하고 있는 과거는, 유운성의 말대로 “추억을 가장한 거짓 기억”인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들은 시간의 미로 속에서 딱 멈추서버린다. 그나마 <품행제로>가 가장 튼튼해 보이는 이유는, 결국 거리와 판타지의 긍정 때문이다. 과거의 상처를 강조하면서, 결국 그 안에서 악마를 닮아버린 경위를 토로하는 ‘남성 노스탤지어’가 조금씩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이 아닐까. 우리의 청춘영화는 언제 노스탤지어의 강을 건너, 현재의 시간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김봉석 lotus@hani.co.kr

▶ 남성 노스탤지어 영화의 불안과 강박 [1]

▶ 남성 노스탤지어 영화의 불안과 강박 [2] - 이동진

▶ 남성 노스탤지어 영화의 불안과 강박 [3] - 정한석

▶ 남성 노스탤지어 영화의 불안과 강박 [4] - 심영섭

▶ 남성 노스탤지어 영화의 불안과 강박 [5] - 유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