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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신흥 영화강국, 타이 영화산업 현지취재 [5]

포스트 ‘논지’ 세대의 활력

퀘사하몽콜필름의 세일저 매니저 위 촘사지와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 (위부터)

최근 등장하고 있는 신인감독군은 논지 세대와는 또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 논지 세대가 주로 광고업계에서 건너온 인재들인 반면 최근의 신인감독들은 영화아카데미 출신이나 평론가, TV 연출, 연극연출가 등 다양한 주변의 영상 관련 인력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시외버스 안의 뒷좌석을 연속극의 배경으로 설정하여 두 가지 이야기를 전개시켜나가는 독창적 형식의 <아이산 특급>(2002)의 밍몽콜 소나쿤(그녀의 작업은 아핏차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그녀의 차기작은 아마도 아핏차퐁과 함께 하게 될 것이다)과 PPP 프로젝트였으며 남성중심 사회에서 소외된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해낸 <원 나잇 허즈번드>(2003)의 핌파카 토위라(제작은 다름 아닌 밍몽콜 소나쿤이다)는 모두 평론가 출신이다. 지난 연말 개봉되어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마이 걸>(My Girl)은 감독이 무려 6명이다. 그리고 이들 모두는 신인감독들이다. 메이저사인 GMM이 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저예산을 들여 만든 <마이 걸>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대박을 터뜨렸고, 6명의 신인감독이 결성한 그룹 ‘365 필름프로덕션’은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되었다. <마이 걸>은 어린 시절 이웃집에 살았던 여자친구와의 따뜻한 기억을 되살리는 작품이다. 6명의 감독은 영화사 말단직원에서부터 스크립터, 시나리오 작가 등 다양한 출신들로 구성되어 있다. 타이영화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근거 중 하나가 이러한 환경이다. 믿고 맡길 만한 감독이 절대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젊은 감독들에게 과감히 투자하는 메이저사들의 저돌적 경영전략이 뜻밖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 올해 방콕영화제의 개막작이었던 <시암 르네상스>의 감독 수라퐁 피니카르, ‘타이 파노라마’에 소개된 <페이크>의 타나코른 퐁수완 등도 신인감독들이며, 지금 한창 데뷔작을 만들고 있는 신인감독도 여러 명 있다.

중견감독의 복귀와 신인감독의 대거 등장이 최근의 타이영화를 이끄는 주요 동력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대세는 역시 논지 세대이다. 논지와 더불어 펜엑 라타나루앙, 위시트 사사나티앙, 그리고 아웃사이더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이 바로 그들이다. 논지 니미부트르는 제작자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동년배 세대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가 올해 3년 만에 발표한 신작 <베이통>은 그의 식지 않은 연출역량을 보여준다. 늘 진부한 소재라 하더라도 그는 새로운 해석과 미적 감각을 보여줌으로써 자기만의 영화세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타이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슬람분리주의 세력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실, 이러한 소재는 타이 내에서 거의 다루어진 바가 없다. 테러로 엄마를 잃은 조카딸을 위해 환속한 스님 뚬의 이야기를 줄기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환속한 세상에 적응하는 뚬의 모습과 함께 타이인들의 무슬림에 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약 10%에 달하는 타이 내 비불교도에 대한 포용을 뚬과 조카, 그리고 그들을 돕는 무슬림 처녀와의 따뜻한 사랑 이야기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도 상영되었고, 베니스영화제 진출작이기도 한 <우주에서의 마지막 삶>을 연출한 펜엑 라타나루앙은 신작 프로젝트 <보이지 않는 파도>를 로테르담영화제 시네마트에 진출시켜 투자유치에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제 그는 네임밸류만으로도 해외 투자를 이끌어내는 국제적인 감독으로 성장한 것이다.

타이 영화사를 통틀어 가장 눈부신 데뷔작이라 할 만한 <검은 호랑이의 눈물>(2001)(서부극을 패러디하면서 50년대 타이의 인기 가요를 삽입하는가 하면 필름을 비디오로 전환한 다음 밝은 핑크색과 엷은 녹색을 덧붙인 화면은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복고와 초현실주의풍의 조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독창적인 영화세계가 펼쳐지는 작품이다)을 만든 위시트 사사나티앙은 3년 만에 신작제작에 착수한다. <시티즌 독>이 바로 그것. 꿈을 찾아 시골에서 방콕으로 올라온 젊은이들의 사랑과 척박한 현실을 초현실주의적 터치로 담아낼 이번 작품은 <검은 호랑이의 눈물>이 그랬듯이 매우 독창적인 형식의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이며, 10월 완성예정이다. 아웃사이더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은 이제 막 <열대병>의 촬영을 끝냈다. 프랑스의 아나 샌더스 필름와 아핏차퐁이 공동제작하는 이번 작품은 사랑하는 사이의 두 남자가 숲속에서 만나는 초자연적 현상을 담은 작품으로, 2002년 칸영화제 진출작인 <친애하는 당신>과 유사한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거장들과 함께 타이영화는 도약한다

논지 니미부트르는 "올해는 끝까지 부풀어 오른 풍선이 터지는 한 해가 될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로 인해 사이비 영화인들이 모두 떠나게 될 것이고, 진정한 영화인들만 남게 될 것이다. 그리 되면 연간 20편 내외에서 제작편수가 안정될 것이고, 타이 영화의 본격적인 도약은 그 때부터 다시 시작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아시아영화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른 타이영화는 확실히 지난 수년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예술적 측면이나 산업적 측면 모두), 불안정하다. 자본은 투기화되어가고 있고 재능있는 감독은 여전히 안정적이지 못한 상태에 놓여 있다. 나의 걱정은 뛰어난 재능이 그러한 환경 변화에 의해 사그라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위시트 사사나티앙,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펜엑 라타나루앙 등과 같은 감독들의 재능은 그야말로 아직도 꽃을 완벽하게 피우지 못한 미래의 거장감이다(아시아를 뛰어넘는!). 그래서 타이영화는 관심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